동네에 새로 생긴 작은 카페. 첫인상은 독특했다.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의 내음이 묻어 있었기 때문일까. 테이블은 딱 3개. 사실, 이 정도까지 작은 카페는 마음껏 머무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마음.
살짝 실망할 수도 있는 찰나,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 매실 에이드( 수제 매실청 +‘고급’ 탄산수) >
< 오미자 에이드( 수제 오미자청 +‘고급’ 탄산수) >
"프하핫, 재밌어요! 사장님, 고급 탄산수는 어떤 건가요? “
“아니 이- 직접 고급으로 사다가 고오급으로 넣어드리-는 그런거죠?”
“후후,고오급지고 맛있겠네요. 그럼 매실 에이드로 부탁드려요!”
아, 정말. 이 대화, 뭐람. 그런데, 재밌다!
그리고, 외국도 아닌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우리의 모습이라니!
오늘 처음 온 카페고, 처음 본 사장님인데. (아니, 혹시 어쩌면은 알바일지도 모른다).
여기는 브루클린인가. 두리번두리번.
미국에 머물며 매일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던 즐거웠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워.
그 간지러운 기억들이 생각나서 미소가 차오른다.
사실은 오기 전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금새 기분이 좋아 진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받아주는 짧은 대화는 은근한 호감의 향을 남긴다.
기분 좋게 주문을 마무리하고 자리에 앉는다. 하얀 리넨 커튼이 쳐진 통창으로 밖이 잘 보이는 자리. 라탄 테이블과, 그 색을 맞춘 라탄 의자. 새하얗고 푹신한 방석. 딱, 요즘 유행하는 깔끔하고 따스한 갬성 카페 분위기. 그런데, 그 통창 뷰가 바로 낡은 빌라 뷰이다. 하하. 빨간색 벽돌 빌라의 정문과 마주하고 있다. 그 빌라 안에 서있는 사람이 베란다에 선다면, 적어도 손목시계의 브랜드 정도는 알아맞힐 수 있을만한 거리라 재밌다.
빌라 일층 베란다에 가지런히 걸린 빨래들이 보인다.
하얀 셔츠 다섯 장과 베이지 외투 두 개, 그리고 심플한 운동복이 나란히 걸려있다. 분명, 깨끗한 성격의 남자 회사원이 사는 곳이리라. 정갈하게 걸린 빨랫감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때 마침 BGM으로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 이 흐른다. 다정하고 경쾌한 음악 리듬에 맞추어서, 봄바람을 즐기는 셔츠들을 바라본다.
아, 평온해-.
어쩐지 이 빌라 뷰는, 마음이 탁 놓인다. 세상의 괴로움을 멀리 하고 망연히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만 같다. 핫한 오션뷰 카페나 루프탑 스카이라인 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좋지. 아니, 왜 이다지도 더욱 좋지?
작은 사랑스러움의 조각들이 자석처럼 끌려오는 오후다.
햇살이 빌라 앞에 주차된 오래된 흰 승용차를 비추고, 흰 셔츠와 베이지 패딩 자락이 번갈아 춤을 춘다.
타다탁-
그리고 어디선가 갑자기, 까만 작은 아기 고양이가 나타났다.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닌다.
귀여워라. 이렇게나 완벽한 풍경에, 이렇게 황금 같은 타이밍에 나타난 고양이라니.
마법 같은 어떤 순간들의 연속에, 감탄하고 만다.
가끔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란, 이런 우연들에서 생기는 거라고.
앗차,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음료를 아직 안 마셔봤네. 에이드 한 모금. 아, 딱 적당한 당도와 고급 탄산수의 맛. 고급지다고 듣고 먹어서 그런지, 정말 호텔에서 먹는 것처럼 깔끔하고 고급진 칵테일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