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노랑의 결혼식

달달한 토달달

by 톨슈


토달토달. 지금은 한국에도 꽤나 대중화된 음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십 년 전 대학생 시절의 저에게 토마토 볶음이란- 제법 새로운 세계였어요. 토마토와 계란의 조합이라니. 그것도 샐러드로 먹는 차갑고 신선한 느낌이 아니라 뜨거운 불에서 뭉개지고 합쳐진 요리라니.


토마토는 생으로 먹었을 때의 아삭함이 싱그러운 채소라고 생각했어요. 영양학적으로는 익혀 먹는 것이 더 좋다지만, 단단한 껍데기를 앙- 깨물었을 때, 안쪽의 토마토 즙이 톡- 하고 터지며 흘러나오는 순간의 희열이 있잖아요. 토마토가 먹고 자랐던 따스한 햇살과 상쾌한 공기의 압축을 한 번의 ‘앙-’으로 내 몸에 전달받는 느낌이 좋거든요. 한 입에 햇살과, 한 입에 하늘과, 한 입에 토마토- 토마토 -! 그런 토마토를 불에 볶으면, 토마토는 흐물흐물 해지고 줄어들어요. 그런 토마토만 있었더라면 아무래도 외롭고 볼품없어 보였을 텐데, 계란이란 친구를 만나니 달라지더라고요.




얼마 전 읽었던 사랑에 관한 책이 생각나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던 사람도, 사실은 누군가를 옆에 두고 싶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솔메이트가 나타났을 때, 그는 생각했대요. 혼자보다 둘이 있을 때, 매 순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받는 느낌이 강렬해서 예상보다 훨씬 더 행복하더라고요. 토마토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넘치는 신부였지만, 계란이라는 귀여운 신랑을 만나서 그 존재가 더 빛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계란을 닮았던 (머리가 스킨헤드였거든요)(아 그래서 귀여웠고요) 당시 제 남자 친구는 말했죠. 자신은 이보다 더 한 천생연분은 본 적이 없다고. 너와 나 같은 커플일 테니, 일단 잡숴보라고.


토마토 달걀 볶음은 일단 색감이 정말 예뻐요. 빨강과 노랑이란 '해'가 연상되는 매력적인 두 색인데, 함께 선명한 색으로 빛날 때면, 빨간 깃발을 본 소처럼 흥분되는 색이죠. 거기에다가 초록 바질 잎 이불을 몇 장 덮어주면, 금세 아름다운 한 접시의 그림이 되고요.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두 친구를 함께 입으로 넣어줘요.


나의 혀로 레드 카펫을 깔아주고, 나의 잇몸으로 식장의 기둥을 세워주는 거죠. 마침내 침이 흘러나와 그들의 행진곡을 불러주면, 토마토와 계란은 황홀한 결혼식을 치러요.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 맛, 시큼 상큼하고 톡톡 쏘는 토마토의 맛. 합쳐졌을 때 비로소 서로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야 마는 맛.


아, 이런 결혼식을 두고 더할 나위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가봐요!




코로나가 심해진 뒤로는, 실제로 뭉클한 결혼식을 볼 일이 아주 적어졌어요. 아쉬워진 저는, 이따금 가장 사랑하는 결혼식 비디오를 꺼내 봅니다. 저희 집에는 아직도 골동품 같은 비디오 플레이어가 작동이 되거든요. 비디오를 틀면 지지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80년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알록달록 한복을 입은 채로 맞절을 하는 제 엄마 아빠가 화면에 등장해요 - 마치 빨강과 노랑의 결혼식 같지 않은가 -하고 감탄하면서 그 정겨운 얼굴들을 바라보죠. 그들이 결혼을 해서 이렇게 알록달록한 글을 쓰는 제가 태어났어요.


느닷없이 다시 한 번, 엄마 아빠에게 감사해보는 저녁이에요. 토달볶음을 오물오물 먹으면서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 브런치는, 톨슈표 토달볶음이랍니다 !






<토달볶음 만드는 법>


재료 : 토마토 1개, 계란 2알, 대파 흰 부분, 소금 후추 맛술 버터 올리브유


1. 먼저 계란을 준비해요. 그릇에 풀어서 맛술을 한 스푼 넣어주면 비린맛이 달아나요. 중불로 줄인 팬에, 버터를 한 조각 녹인 뒤, 계란을 넣고 큰 주걱으로 천천히- 져어줍니다. 몽글몽글 계란들이 덩어리 지면, 스크램블 친구 완성! 그리고 접시에 덜어두세요.


2. 앞서 계란을 볶은 팬에, 올리브유와 대파를 넣고 파 기름을 만들어요. 그 다음에는 가장 센 불로, 빠르게 토마토 친구를 볶아냅니다. 토마토의 수분이 흥건히 나오게 하지 않으려면, 센 불이 중요해요!


3. 마지막에는 결혼식. 두 친구를 합치고 소금 후추 톡톡으로 마무-의리!


4. 예쁜 그릇에 담고 초록 잎 친구들을 들러리를 얹어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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