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옹심이 펀치

by 톨슈


영월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영월은 강원도라고 하기에는 엄청 강원도 남부에 있고,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아요. 그렇지만 바다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 줄기를 가졌죠. 차가 많이 없지만 길은 정말 잘 정비되어 있어서, 쭉 뻗은 시원한 도로들 옆으로 영월의 아름다운 산과 강의 풍경이 펼쳐져요. 높은 건물은 당연히도 거의 없어서, 영월의 어느 곳에서든 산을 감상할 수 있어요. 영월에 있을 때면, 마치 제가 산과 강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동쪽으로 구비구비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포도가 유명한 김삿갓 마을이 나오고요. 서쪽으로 캠핑카들이 늘어선 아름다운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요선암이 나오죠. 신선과 선녀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재밌는 바위들이 모여 있어요.


영월은 슬로우 시티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어요. 도시에 있다가 영월에 가면 정말 세상이 멈춘 것 마냥 느껴져요. 어딜 가도 한적한 풍경과 여유로운 사람들, 서강에 움직이는 뗏목, 동강 위로 흐르는 구름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이 세상에 급할 게 무엇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일 뿐이고, 그 자연을 해치치 않으면서 천천히 존재하여 이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 라는 기분이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런 느낌. 좋을 것 같죠?


전 오늘 영월을 영업하러 왔나 봐요.

정말이지, 태어난 곳도 아니고, 이년 이상 산 곳이 아닌데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세상에 안 가본 매력적인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저는 정말 갔던 곳을 다시 가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매번 제 발길을 사로잡는 마성의 편안함이 영월에는 있어요. 아아- 사실은 전 영월을 짝사랑 중인 것 같아요. 지독한 짝사랑 중이어서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싶어 하곤 해요. 짝사랑을 하다 아린 가슴을 부여잡고 영월로 향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 때면, 그곳에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사랑이 떠오르죠.




영월의 옹심이.

영월에는 슴슴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지만, 저는 늘 도착하자마자 첫번째로 옹심이를 찾아요.


옹심이는 새알을 뜻하는 강원도 방언인데요. 옹심이의 시작은 영월과 정선 일대였다고 알려져 있다고 해요. '옹심'이라니. 동그랗고 쫄깃하지만 부드러운 심이 있을 듯한 네이밍.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들 매력적인 네이밍. 옹심이는 감자로 만들어요. 감자의 껍질을 벗겨내고 강판에 감자를 사르륵사르륵 갈아내요. 그리고 물기를 꼬옥- 짜낸 뒤, 가라앉은 녹말가루와 섞어서 동글게 동글게 귀여웁게 빚어내요. ‘ㅇ’ 이 두 개나 들어가는 이름 덕인지, 대충 빚어도 동그라미 모양이 잘 만들어지는데, 조금 타원형이 되거나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옹심의 가장 큰 특징 같아요. 만두처럼, 예쁘게 빚었네- 못 빚었네- 하면서 후사의 외모를 평가 당할 일도 없고요. 그저 정성을 닮아서 반죽을 조물거리면, 감자의 텁텁함과 부드러움을 한 입에 끌어안을 동그란 원이 완성되죠. 그다음에는 간단해요. 비법 육수와 함께 호박, 감자채를 조금 넣고 메밀칼국수와 함께 삶아내요. 그러면 걸쭉-한 국물이 감자 색을 입고 점점 뿌옇게 되면서, 극강의 고소함과 담백함을 생성해요. 그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옹심이 한 알, 강원도 김치 한 조각 올려먹으면 크ㅡ!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됩니다. 영월의 향기를 나의 배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순간이지요. 옹심이가 제 뱃속에 펀치를 타악- 날리죠!





옹심이를 먹고 나면,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지면서 영월이라는 사랑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간 느낌이 들어요. 그 다음엔, 영월의 조용하고 아늑한 박물관들과 자연을 그저 쳐다보기만 하면 될 일이죠. 좋아하는 상대는 바라만 봐도 좋은 법이니까요. 천국은 배부름과 자연의 합작품. 공감하시죠?


이번 주말에는, 영월에 가서 옹심이 한 그릇, 어떠실까요? 막걸리도 함께 불러보시면, 더더욱 행복해지실지 몰라요!


keyword
이전 03화발랄한 30대를위하여 - 치유의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