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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an 01. 2022

새해 소원은 유쾌한 씨가 되는 것

오늘 아침은 많이 먹으면 안 돼요


묵은해를 보내는 밤과 새해를 맞는 아침 사이 어느 때보다도 살짝 긴장했더랬다.

조용한 연말이라 언젠가처럼 해넘이도 하지 않았고, 부산하게 일어나 해맞이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뜨며 잠이 깬 순간, 밤 사이 아프지 않았던 것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12월 31일 3차 부스터 샷을 맞았다. 끝내기 홈런처럼 그냥 2021년에 끝내버리고 싶었다. 중요한 일정들을 다 마치고 나서 바로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역 패스는 6개월 유효지만, 기다리지 않고  2차 접종한 지 100일채 안된 가장 빠른 날짜를 예약다.

한 해를 닫는 마지막 날에 부스터 샷을 접종한다니, 의미 부여가 절로 되었다. '코로나 제발! 끝내자!' 하는 간절함은 주삿바늘을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 없던 용기를 만들어준다. (난 주사가 오이 먹기보다 더 싫다.)


1차 접종 후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 살짝 방심하고 있었는데 2차 접종일 밤새 끙끙 몸살을 앓았었다. 지나고 보니 그 정도는 참을만했는데(타이레놀 만세!) 그때는 몸에 지진이 난 듯 계속 떨었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접종을 할 때는 덤덤했는데도 잠 자기 전까지는 이번에도 또 그럴까 봐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코로나로 어렵고, 지겹고, 버거웠던 2021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싶은데도 쉬이 잠들지 못했다. 또 한 해가 지나가는 아쉬움 따윈 없었다.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눈을 뜨니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 풍경과 벌써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신랑의 달그락 그릇 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 집 식사는 요리 솜씨가 좋은 신랑 담당이다)

주사 맞은 팔을 움직여본다. 냉찜질 파스를 붙이고 잤는데도 아직 좀 뻐근하다. 오! 그 외에는 다 괜찮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며칠 더 예의 주시하며   컨디션을 살펴야 하겠지만 자꾸 좋은 느낌이 든다.

걱정과 달리 밤 사이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다 지나가고 있다는 예감, 이 예감이 그대로 맞았으면 좋겠다.

긴장했던 긴긴밤은 이내 기대가 되어 아침을 열었다.

잠옷 입은 채로 식탁에 가 앉으니, 떡국을 그릇에 담아주며 신랑이 농담을 한다. 

"오늘은 많이 먹음 안돼. 나이도 먹어야 하니까... 하하하하"


싱거운 농담에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온다.

그래! 새해 아니, 올해는 이런 농담쯤 여유 있게 주고받는 유쾌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지인들과도 마스크 쓰지 않고 만나 서로의 웃는 입매를 다시 보고 싶다.

자주, 많이, 오래도록!

새해 소원은 유쾌한 씨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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