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연말이라 언젠가처럼 해넘이도 하지 않았고, 부산하게 일어나 해맞이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뜨며 잠이 깬 순간, 밤 사이 아프지 않았던 것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12월 31일 3차 부스터 샷을 맞았다. 끝내기 홈런처럼 그냥 2021년에 끝내버리고 싶었다. 중요한 일정들을 다 마치고 나서 바로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역 패스는 6개월 유효지만, 기다리지 않고 2차 접종한 지 100일이 채 안된 가장 빠른 날짜를 예약했다.
한 해를 닫는 마지막 날에 부스터 샷을 접종한다니, 의미 부여가 절로 되었다. '코로나 제발! 끝내자!' 하는 간절함은 주삿바늘을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 없던 용기를 만들어준다.(난 주사가 오이 먹기보다 더 싫다.)
1차 접종후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 살짝 방심하고 있었는데 2차 접종일 밤새 끙끙 몸살을 앓았었다. 지나고 보니 그 정도는 참을만했는데(타이레놀 만세!) 그때는 몸에 지진이 난 듯 계속 떨었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접종을 할 때는 덤덤했는데도 잠 자기 전까지는 이번에도 또 그럴까 봐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코로나로 어렵고, 지겹고, 버거웠던 2021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싶은데도 쉬이 잠들지 못했다. 또 한 해가 지나가는 아쉬움 따윈 없었다.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눈을 뜨니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 풍경과 벌써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신랑의 달그락 그릇 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 집 식사는 요리 솜씨가 좋은 신랑 담당이다)
주사 맞은 팔을 움직여본다. 냉찜질 파스를 붙이고 잤는데도 아직 좀 뻐근하다. 오! 그 외에는 다 괜찮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며칠 더 예의 주시하며 컨디션을 살펴야 하겠지만 자꾸 좋은 느낌이 든다.
걱정과 달리밤 사이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다 지나가고 있다는 예감, 이 예감이 그대로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