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길었던 터라 2월 달력을 이제야 넘긴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날짜 아래 작은 글씨로 표기된 절기들을 헤아려보는 습관이 있다. 작은 글씨 따라 손가락이 움직인다.
'아! 오늘이 바로, 입춘이구나.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
1월 1일은 백신 접종 다음 날이라 쉬어주느라 늦잠을 잤고, 얼마 전 음력 설은 여러 일들로 피곤해서 늦잠을 잤었기에 새해 뜨는 첫 해맞이를 놓쳤었다. 요즘은 어딜 가는 것도 쉽지 않으니 그저 베란다 창문 틈이라도 열어서 해맞이를 하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
신기하게도 늦잠 잔 날은 꼭 같은 꿈을 꾸다 깼었다. 새해 첫날 동이 트면 거짓말처럼 샤샤삭 코로나가 종식되는 꿈, 그 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는 꿈.
매일 아침 어제보다 늘어난 확진자 숫자에 놀라다 보니 새해 한 달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도 저도 못하고 지나가버린 날짜들이 아까워졌다. 1월 1일 아니, 음력설 그도 아닌,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을 새해 시작으로 생각하자고 혼자 억지를 부려본다. 겨울이 옅어지면서 밝은색 옷에 눈이 가고, 조금만 버티며 며칠 모자란 수의 한 달을 보내면 진짜 봄이 올 것 같다. 봄은 시작이니까.
작년 연말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동안 새해 분위기도 나지 않았고, 어쩐지 날짜만 지나가는 것에 괜히 심술이 났다. 달력을 넘기고, 새 다이어리를 쓰고, 서로 축복의 안부인사를 전하면서도 으쌰 으쌰 하는 새 출발 분위기가 나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삐걱대는 느낌이다.
희망찬 멜로디에 씩씩한 리듬 섞인 행진곡 정도는 어울려야 시작인데, 오래 들어 늘어난 카세트테이프나, 오류가 생겨 버퍼링 중인 구간반복 재생인 것만 같다. 8마디에서 다음 마디 연주로 넘어가지 못하는 고장 난 플레이어처럼 코로나 이후 세 번째 1월은 그렇게 비슷하게 도돌이표다.
숫자와 날짜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입춘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살포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새싹처럼 돋아난다. 꽃들이 만개할 즈음에는 기필코 우리 일상이 회복되길 바란다. 그때는 사람들이 왈츠처럼 움직이면 좋겠다. 답답한 일상 멈춤을 끝내고, 강-약-약으로 움직이는 신나고 우아한 곡선의 리듬이 그려지면 좋겠다.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을 마주하고 왈츠처럼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