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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pr 27. 2022

옷소매 단추 네 개, 아니 세 개

효율과 최선 그 언저리

  세탁소에 맡겼던 옷을 찾아왔다. 맡길 때 소매 단추 두 개 떨어져 있다는 안내를 받았던 옷이다. 찾으며 비닐을 들춰보니 정말로 오른쪽 소매 단추 두 개 떨어져 있었다. 원래 소매에 단추 네 개가 쪼르르 달려 있던 옷이었는데, 떨어진지도 모르고 지난주에 너무 열심히 일했나 보다. 집까지 들고 오며 온통 단추 생각뿐이었다. 이미 여분 단추도 다 썼고, 몇 년 전에 구입한 옷이라 다시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집에 와서 소파에 덩그러니 올려두고 옷소매를 나란히 바라보니 두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1) 온전한 네 개 단추가 달린 왼쪽 소매에서 두 개를 일부러 떼어 버리고 양쪽을 똑같이 두 개씩으로 만드는 방법


2) 네 개의 단추 쪽에서 하나만 떼어서 양쪽 소매 모두 세 개씩으로 만드는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딱 한 개만 옮겨 달아 양쪽 소매를 똑같이 세 개씩으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다. 어떤 일을 할 때는 효율과 균형 모두 중요하다.

원래 단추가 네 개씩인 옷이니 이 단추를 구해 달라고 구매처에 부탁 같은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떨어진 단추가 아쉬워져 어쩌면 더 이상 이 옷을 입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아예 소매 단추를 다 떼어 버릴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효율을 끌어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택권은 비단옷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자주 맞닥뜨린다. 그때마다 그 '선택'이 효율의 모습을 한 '억지'는 아닌지 살펴보는 것은 선택보다 우선순위여야 한다. 모든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적어도 남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추 하나 옮겨 다는데도 여러 생각이 스치고, 효율과 최선을 생각하는 게 삶이다. 맡은 직분이 바뀌고 거처가 바뀔 때는 오죽하랴. 더 깊은 생각과 여러가지를 헤아리는 결정과 보듬는 마음이 필요하다.


  남들이 신경 쓰지 않더라도 소매 단추 하나에 세심함을 담는 내가 순간 피곤해지면서도  앞으로도 이 옷을 더 아끼고 애정 하겠지,

문득 테이블에 단추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만 아는 미소를 지을 테지,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소매를 이따금씩 살펴보겠지. 그리고, 좋아하는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어 행복할 테지.


새 옷을, 새 직분을 맡은 그 분도 단추를 옮겨다는 정도의 고민만큼이라도 세심함과 배려를 갖추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단추를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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