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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Aug 11. 2020

명연설일수록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


‘우리’라는 말은 ‘나’와 ‘너’라는 편 가르기를 없애고 하나로 묶는 힘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너나할 것 없이 위기에 처하면 ‘우리’를 강조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불황일수록 마케팅 에서 ‘우리’를 강조한다. 그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들은 마케팅 담당자들과 영업사원들이 갖춰야 하는 필수단어 50개 중 ‘WE’, ‘US’, ‘OUR’를 상위 3개 단어로 꼽는다.  




◆ 감동적인 명연설일수록 ‘우리’를 강조한다


세계 정치사를 보면 감동적인 명연설이 꽤 많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이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로 민주주의를 정의한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연설에는 그처럼 가슴을 울리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논평과 기자회견을 하지만, 십중팔구 누구나 아는 뻔한 내용이거나 정적을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기보다는 뻔한 현상나열, 책임 전가, 아전인수식 내용이 대부분이다. 

처칠 수상이나 링컨,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은 분열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모두에게 꿈을 갖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시련을 기꺼이 이겨나갈 용기를 주었다. 과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주어의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연설문에는 ‘여러분’이나 ‘당신’을 주어로 시작하는 ‘You 메시지’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점이 있다. 상대를 주어로 하므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런 표현은 타인을 비난할 때  자주 쓴다. 예컨대, 아이가 늦게 들어와서 꾸짖을 때 You 메시지는 진가(?)를 발휘한다. 


“넌 왜 그렇게 맨날 그 모양이니?” 

“너 또 나쁜 애들과 어울리는 것 아니니?”


이처럼 You 메시지는 ‘너’, ‘자네’, ‘당신’, ‘여러분’을 주어로 하면서 자신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고 상대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단언하는 표현법이다. 그 결과, 상대는 당연히 반감을 느끼고 저항하며, 관계는 파탄난다.  



▲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패배의 치욕을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로 바꾼 그의 연설로 인해 연합군은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 ‘우리’라는 말이 갖는 힘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명연설일수록 ‘우리’를 주어로 하는 We 메시지를 사용한다. 1940년 6월 4일 영국 의회에서 처칠 수상이 했던 연설을 보자. 


우리는 약해지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확신을 키우고,힘을 길러 공중에서 싸울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우리 섬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패배의 치욕을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로 바꾼 이 연설로 인해 연합군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이후 5년간 전쟁의 고통을 함께 견디며,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라는 단어는 큰 힘을 갖고 있다.  


We 메시지는 대화 당사자들을 나와 너의 대립 관계가 아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대등한 관계로 바꿔준다. 즉, 문제가 발생했을 때 둘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공감과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연대감을 고취한다. 따라서 ‘우리’라는 주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힘을 한곳으로 모으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으며, 성과를 함께 나누는 강력한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서양인들보다 집단주의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 효과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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