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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Sep 11. 2020

‘편지’로 읽는 유명 문인들의 내밀한 개인사




◆ 유명 문인들의 내밀한 개인사 담긴 편지 공개… 인간적인 면모와 민낯 엿볼 수 있어





일기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글이라면, 편지는 타인에게 보이는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편지는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그 때문에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 것은 그의 가슴 깊이 간직한 내밀한 ‘비밀’을 읽는 것과도 같다.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어느 날 밤, 한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곱 살 아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아직도 문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 네가 들어오는가 싶어 고개를 돌린다. 큰길가에서 전차와 자동차를 보고 서 있지는 않은지, 장난감 가게에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못 사서 시무룩하게 서 있지는 않은지, 대문간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 (중략) … 하지만 아침 상머리에 네가 없음을 알고, 아빠는 눈물이 쏟아진다.”


한 청년은 마음의 병을 호소하며 벗에게 절절한 마음을 담아 이런 편지를 보낸다.


"내달 중으로 경성(京城)으로 도로 돌아갈까 하오. 여기 있어봤자 몸이나 자꾸 축나고, 겸하여 머리가 혼란하여 불시에 발광할 것만 같소. … (중략) … 암만해도 나는 19세기와 20세기 틈바구니에 끼어 졸도하려 드는 무뢰한인가 보오."


앞의 편지는 춘원 이광수가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죽은 큰아들 봉근에게, 뒤의 편지는 시인 이상이 일본에 잠시 머물던 때 벗이었던 시인 김기림에게 쓴 것이다. 

이광수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일 년 동안 쓴, 부치지 못할 편지에는 그의 애끊는 마음이 절절히 녹아 있다. 친일 행적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는 그 역시 참척의 아픔만은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상이 신경쇠약을 호소하며 보낸 편지에는 당시 그가 시대와 불화하며 느낀 아픔과 절절한 심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 문인들의 편지 속에는 차마 작품에는 쓰지 못한 내밀한 개인사가 담겨 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남긴 편지를 읽다 보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민낯을 엿볼 수 있다.



◆ 꾹꾹 눌러쓴 그리움과 절절한 문장… 문학작품 못지 않은 감동과 재미 선사


《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는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근대 문인 15명이 가족, 친구, 애인 등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이상, 김유정, 이효석, 이광수, 김영랑, 박인환 등 하나같이 우리 문학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편지 속에는 그들이 차마 작품에는 쓰지 못한 내밀한 가족사와 개인사가 담겨 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남긴 편지를 읽다 보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민낯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시인 이육사는 경주 옥룡암에 머물며 호형호제한 신석초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 외롭다고 푸념한 바 있다. 일제를 상대로 날선 언어를 뱉어내던 우리가 아는 저항 시인의 강직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지금 이 넓은 천지에 진실로 나 하나만 남아 있는 것처럼 외롭기 그지없다는 것을 형은 짐작하리다. …(중략) … 혹 여름 피서라도 가서 복약(服藥·몸이 안 좋아 요양함)이라도 하려면 이곳으로 오려무나. 생활비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순박한 것이 천년 전이나 같은 듯하다.”


가족을 살뜰하게 챙기는 다정한 면도 눈에 띈다. 소설가 김동인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내를 ‘안해’라고 썼다. ‘아내가 집안을 비추는 해와 같다’라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책에 실린 편지의 20% 정도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는 것. 그런 까닭에 문학작품을 읽는 것 못지 않은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편지를 쓰게 하는 건 사랑과 그리움이다. 그래서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장에는 수많은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 있다. 

1937년 병상에 누운 소설가 김유정은 서간체 형식을 빌려 문학과 예술을 논하면서 이 말을 뻬놓지 않는다. 


위대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로 찾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전 인류의 여망(餘望)이 달렸다는 것입니다.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이 가을, 우리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사랑과 그리움의 사연 하나쯤 편지로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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