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창의적인 조직은 과연 어디일까. 수많은 사람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를 최고의 창의적 조직으로 꼽는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픽사>가 내놓은 만화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창의성을 꼽는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픽사>에 창의성이 뛰어난 직원들이 무수하게 많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 <픽사>의 창업자이자, CEO를 지낸 에드 캣멀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픽사>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와 모든 일이 일사 분란하게 작업이 진행되는 줄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형편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픽사>가 창의성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없이 많은 회의와 실패를 거듭하며, 창의성의 수준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픽사>는 자신들을 회사나 조직보다는 ‘집단’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그 이유는 과연 뭘까.
<픽사>는 한 사람의 천재성이 똘똘 뭉친 집단 지성 (발전된 창의성)을 절대 이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아무리 천재적인 감각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픽사>에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례로, <픽사>는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다. 감독, 스토리보드 작가 외에 3D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손으로 캐릭터나 스토리를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 컴퓨터 그래픽 구성을 돕는 수학자, 애니메이션 배경 속 소품 등을 조사하는 리서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법률팀, 배경 음악 감독, 색채 전문가 등 수많은 전문가가 한몸이 되어 움직인다. 그 외에도 배우나 성우를 캐스팅하는 데도 일 년 정도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또한, <픽사>는 모든 직원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끌어 모으고,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데 있어 최고의 창의적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픽사>에는 어느 회사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조직문화가 있다. 직원들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실패하라”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때문에 <픽사>에서는 누군가 큰 실수로 일 년 반 동안 작업한 정보를 날리거나, 다음 작품 스토리가 몇 달째 나오지 않아도 책임을 따지고 비난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단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뿐이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면 똑같은 문제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한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픽사>의 반짝이는 상상력과 창의성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들은 실패에 두려움을 느끼면 창의성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지나치게 계획적인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좋은 계획도 실패 확률을 낮추지는 못한다. 실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질 뿐이다. 따라서 빨리 성공하려면 빨리 실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