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시 중 최초로 ‘활자화된 작품’은?

by 마테호른




윤동주는 살아생전 시 86편, 동시 34편, 산문 4편 등 124편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생전에 시집을 펴내진 못했기에 그의 대부분 작품은 사후에야 독자와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윤동주의 시 중 가장 먼저 활자화된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

1935년 10월, 평양 숭실중학교 학생회에서 간행하는 학우지 《숭실활천》 제15호에 게재된 <공상>은 윤동주의 시 중 최초로 활자화되어 대중과 만난 작품이다.


내 마음의 탑
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에다
무너질 줄도 모르고
한 층 두 층 높이 쌓는다.
무한한 나의 공상─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
나는 두 팔을 펼쳐서
나의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친다.
황금 지욕의 수평선을 향하여.

─ 1935년 10월 作, <공상> 전문


1935년 9월 숭실중학교 3학년에 편입한 후 1936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윤동주는 시 10편, 동시 5편 등 무려 15편의 작품을 썼다. 이 시기에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시인 정지용이었다. 그 시절 그의 벗들에 의하면, 그의 가방 안에는 《정지용 시집》이 항상 들어 있었다고 한다. 정지용 시인의 시가 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 1935년 10월, 평양 숭실중학교 학생회에서 간행하는 학우지 《숭실활천》 제15호에 게재된 시 <공상>은 윤동주의 작품 중 최초로 활자화된 작품이다. © 출처 ㅡ 추후 공개



◆ 단 7개월 만에 끝난 숭실중학교 생활… 그 이유는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


1935년 4월, 송몽규는 학업을 중단한 채 중국 낙양에 있던 군관학교 한인반 2기생으로 입교하기 위해 떠났고, 문익환 역시 평양 숭실중학교 4학년으로 편입해 윤동주의 곁을 떠났다. 결국, 은진중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친 그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9월 1일 숭실중학교로 전학한다. 하지만 편입 시험 실패로 4학년이 아닌 3학년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윤동주의 숭실중학교 생활은 단 7개월 만에 끝나고 만다. 총독부가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숭실중학교 윤산온 교장을 파면하자, 학생들이 시위를 벌여 무기 휴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신사 참배 이유는 일왕 히로히토가 둘째 아들을 낳았으니 이를 축하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동주에게 있어 신사 참배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이좋은 정문의 두 돌기둥 끝에서
오색기와 태양기가 춤을 추는 날
금을 그은 지역의 아이들이 즐거워하다.
아이들에게 하루의 건조한 학과로
햇말간 권태가 깃들고
「모순」 두 자를 이해치 못하도록
머리가 단순하였구나.
이런 날에는
잃어버린 완고하던 형을
부르고 싶다.

─ 1936년 6월 10일 作, <이런 날> 전문


‘이런 날’은 ‘일본의 국경일’을 말한다. 당시 만주에서는 일본의 국경일에 만주국 국기인 오색기와 함께 일장기를 함께 달았다. 어디에도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기념물은 없었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은 그것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먹고사는 일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기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크게 웃고, 신나게 뛰어놀 뿐, 나라 잃은 설움을 자각하지 못했다. 윤동주는 그런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고, <이런 날>에 그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리는 어른들과 철부지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며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윤동주15.jpg ▲ 나라 잃은 설움을 고스란히 담은 윤동주의 시 <이런 날>. © 출처 ㅡ 추후 공개



결국, 1936년 3월 문익환과 함께 자퇴 후 용정으로 돌아온 그는 광명학원 중학부 4학년에 편입했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았다. 7개월 사이에 학교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친일 학교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광명중학에 다니던 2년 동안 윤동주는 창작 활동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그 결과 연길에서 발행되던 잡지 《카톨릭 소년》에 <병아리>, <빗자루>,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고 사니>, <호주머니> 등 모두 5편의 동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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