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현종의 용인술, 오수척 천하비(吾雖瘠 天下肥)
* 오수척 천하비(吾雖瘠 天下肥) ― ‘나는 야위었으나 천하는 살쪘다’라는 뜻으로, 당 현종이 재상 한휴를 모함하던 신하들에게 한 말
예로부터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뛰어난 참모 없는 훌륭한 군주 없고, 훌륭한 군주 밑에 못난 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군주는 위엄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위엄에 손상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원지치(開元之治). 당 현종(玄宗) 재위 시기의 태평성대를 일컫는 말이다. 현종은 즉위 초 요숭(姚崇), 송경(宋璟) 같은 신하들을 재상으로 기용하고 선정을 폄으로써 중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치세를 기록했다.
현종 21년, 한휴(韓休)가 재상이 되었다. 현종은 자신이 지나치게 쾌락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신하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묻고는 했다.
“지금 이 사실을 한휴가 아는가, 모르는가?”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상소가 올라오곤 했다. 그러자 한휴를 시기하는 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폐하, 한휴가 재상이 된 후 옥체가 부쩍 쇠약해지셨습니다.”
그 말에 현종은 쓴웃음을 지으며 항상 이렇게 말했다.
“비록 짐은 야위었지만, 천하는 태평하고, 백성은 살쪘소(吾雖瘠 天下肥).”
― 《신당서(新唐書)》 중에서
한휴는 현종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 앞에서 직언할 만큼 올곧은 소신을 지닌 신하였다. 현종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한휴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니 되옵니다’라고 외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현종의 마음 역시 늘 편치만은 않았다. 몸이 바싹바싹 마를 정도였다. 그만큼 한휴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그만큼 현종은 한휴를 어려워했다. 그런데도 그가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옳았기 때문이다.
많은 군주가 권력을 갖게 되면 오만에 빠져 쓴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이야기는 당의 전성기를 이끈 현종이 어떤 리더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충신의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이 열린 군주였다. 심지어 “한휴의 말을 듣고 자리에 누우면 편히 잠이 든다”라며 그의 간언을 달게 여겼을 정도였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사람이 의심스럽고 미덥지 않으면 등용하여 쓰지 말고, 일단 등용하였으면 의심하거나 회의하지 말라(疑人莫用 用人勿疑)”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실무자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역시 성장한다.
손자(孫子)는 “한번 맡겼으면 끝까지 믿어라”라는 말을 통해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속속들이 간섭하는 군주가 있는 나라의 군대가 후방에 대해 의혹과 회의를 품의면 이웃 나라 제후들이 이 틈을 타서 공격할 것이니, 이것은 군주가 자신의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적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三軍旣惑且疑, 則諸侯之難至矣, 是謂亂軍引勝).”
나 자신을 허물없이 대하는 이들의 말 역시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는 삶의 정답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