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도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백락일고(伯樂一顧)와 선시어외(先始於隗)의 교훈

by 마테호른


* 백락일고(伯樂一顧) ― ‘재능 있는 사람도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라는 말

* 선시어외(先始於隗) ― ‘곽외(郭隗)부터 먼저 시작하라’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말




◆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주(周)나라에 백락(伯樂)이라는 최고의 말 감정가가 있었다. 어느 날, 마을 사람이 그를 찾아와서 이렇게 부탁했다.


“제게 훌륭한 말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감정을 해주십시오.”


이에 백락이 말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떠나면서도 아쉽다는 듯이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어 말값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올랐다. 여기서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말이 생겼다.


제아무리 천리마라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천리마 역시 보통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인재라도 그것을 알아주는 리더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묻혀 지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천리마도 백락을 만나야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릴 수 있듯, 인재 역시 자신을 알아주는 리더를 만나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제나라의 공격으로 연나라의 국력이 크게 움츠러들었을 때의 일이다. 풍전등화의 위기는 인재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했다. 이에 연 소왕(昭王)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낮춰 인재를 구하고자, 사람이 죽으면 일일이 찾아가서 위로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다.

곽외(郭隗)라는 사람이 어질다는 소문을 들은 연 소왕이 그를 찾았다.
“제나라의 침략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오. 짐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서 이 치욕을 씻고자 하는데, 그러자면 많은 인재가 필요하오. 어떻게 하면 인재를 모을 수 있겠소?”

“제업(帝業)을 이루려는 임금은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왕업(王業)을 이루려는 군자는 현자와 친구가 되며, 패업(霸業)을 이루려는 임금은 어진 신하를 거느려야 합니다. 지휘만 한다면 하인 같은 사람밖에 찾을 수 없고, 화내면서 호통치면 노예 같은 사람밖에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소?”

“옛날에 천리마를 사려던 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그것을 구하지 못하자, 궁중의 한 노복이 천리마를 구해오겠다며 지원했습니다. 왕은 흔쾌히 허락하고 그에게 일천 금을 주어 천리마를 구해오게 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후, 그가 가져온 것은 천리마의 뼈였습니다. 이를 본 왕은 크게 화를 내며 그를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하기를 ‘죽은 말의 뼈를 큰돈 주고 샀으니, 그 소문이 이미 퍼졌을 것입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천리마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얼마 되지 않아 세 필의 천리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라건대, 인재를 구하시려면 저부터 쓰십시오. 그러면 저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소왕은 곧 곽외를 스승으로 삼고, 황금대(黃金臺)라는 궁전을 지어 머물게 했다. 그러자 합종책으로 유명한 주나라의 소진을 비롯해 군사전략가인 위나라의 악의(樂毅), 음양오행에 해박한 제나라의 추연(趨衍), 뛰어난 정치술을 자랑했던 초나라의 굴경(劇辛) 등의 인재가 연나라로 속속 몰려왔다. 그리고 이들의 힘과 지혜를 빌린 소왕은 마침내 제나라를 공략해 숙원을 풀었다.

―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 중에서


선시어외(先始於隗). 먼저 ‘외(隗)부터 시작한다’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을 먼저 꺼낸 사람부터 시작하라’라는 말이다. ‘인재를 어떻게 예우하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외’는 곽외를 말한다. 하지만 인재는 어디에나 있건만, 그것을 알아보는 리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송나라 황제 신종(神宗)은 요나라와 서하의 빈번한 침략 속에 왕안석을 중심으로 한 신법당(新法黨, 새로 제정한 법을 통해 부국강병 정책을 추진하려던 당파)을 중용해 부국강병과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신종은 크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 인재가 없다.”



◆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가 있어야 비로소 인재가 있다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韓愈)는 어느 시대에나 천리마는 있지만, 그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기에 천리마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많은 리더가 송나라 신종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셈이다.


“벌가벌가 기칙불원(伐柯伐柯 其則不遠).”

《시경(詩經)》에 실린 ‘벌가(伐柯)’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중용(中庸)》에도 공자가 인용한 말로 나온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도낏자루를 자름이여, 도낏자루를 자름이여, 그 법이 멀리 있지 않구나.’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하는 가운데에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공자는 이를 빗대어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이 도를 행할 때는 그것이 멀리 있는 것처럼 한다”라며 “그렇게 해서는 도를 절대 실천할 수 없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도끼를 들고 도낏자루를 베러 가서도 무슨 어려운 일이나 하는 것처럼 이 나무 저 나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자기 도낏자루에 맞추어 그만한 크기와 그만한 길이의 나무를 베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한 군주와 권력자의 주변에는 간신배와 아첨꾼만 우글거리게 마련임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가 있어야만 비로소 인재가 있는 법이다. 초야에 숨어 있던 제갈량 역시 유비 같은 안목이 뛰어난 군주가 있었기에 그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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