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자본은 언제부터 손잡았나?

― 예술은 언제부터 가격표를 달게 되었는가?

by 마테호른

예술, 신을 섬기다

예술은 처음부터 자유롭고 창의적인 자아의 표현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대 사회에서 예술은 신성한 질서를 시각화하고, 공동체의 신념을 형상화하는 기능적 도구에 가까웠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 고대 그리스 신전의 조각상, 중세 유럽 대성당의 프레스코화는 대부분 종교적 목적 아래 제작되었고, 예술가는 자율적인 창작자가 아니라 신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매개자였다.


이 시기 예술의 목적은 ‘아름다움’보다는 ‘경외’에 가까웠다.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미감이 아니라, 신에 대한 숭배와 복종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 장치로 기능했다. 예술가는 성직자, 왕, 귀족의 후원 아래 철저한 규율 속에서 일했고, 그 작품은 경배의 대상이자 권력의 상징물이었다.


이처럼 예술은 오랫동안 종교와 정치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으며, 예술가의 자율성과 창조성은 극히 제한된 일부의 특권으로만 존재했다.



르네상스, 후원과 자본의 등장

예술의 속성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였다. 14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유럽에서는 인간 이성과 감각, 자연과 현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피어나면서, 예술은 종교적 도상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적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예술가가 단순한 기능인을 넘어 ‘창조적 개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이 배경에는 막강한 자본의 힘이 있었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처럼 부유한 상업 귀족들은 예술에 대한 후원을 통해 자신의 부와 권력, 그리고 세속적 영광을 과시했다. 그 결과, 예술은 더 이상 신의 영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후원자의 위신과 교양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예술가는 후원자에게 자신의 재능과 개성을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타일을 연마하고 실험정신을 키웠다. 이 흐름 속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미켈란젤로(Michelangelo) 같은 거장들이 등장했으며, 예술은 명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 논리에 서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예술은 신에게 바치는 헌신에서, 인간의 명예와 자본에 연계된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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