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칙을 지키는 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믿어.
특히 법이나 제도처럼 다 같이 지켜야 하는 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삶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들이니까.
그런 점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법을 배우는 이유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한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적 있어.
그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지.
그 말이 절대 틀리지만은 않다는 방증인 셈이지.
돈이 있으면 어떤 큰 죄도 처벌받지 않고, 돈이 없으면 아무리 가벼운 죄라도 벌을 받는 세상.
과연,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법의 형평성일까?
요즘은 ‘법꾸라지’라는 말이 또 우리를 화나게 하고 있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점점 법이 형평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절망하곤 해,
지켜야 할 사람들이 원칙을 무너뜨리니까, 결국 그 피해는 힘없는 사람들만 보게 돼.
나는 법과 제도에 관해서는 원칙주의자야.
그래서 더 속상해.
원칙이 무너지면 남는 건 불신과 냉소뿐이거든.
법이 원칙을 잃으면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움직이게 되고, 사회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져.
그래서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돼.
“법은 누구를 위해 있는 걸까?”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뭘 위해 원칙을 세우는 걸까?”
“그리고 원칙이 무너질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까?”
나는 아직도 믿고 싶어.
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주기를.
원칙이 지켜져야 사회가 안전하고, 정의롭고, 살만한 세상에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자꾸 그 믿음을 배신하곤 해.
원칙주의자로서, 참 유감일 따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