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일본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과학성조차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연구원이 수상자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다나카 고이치. 도호쿠 대학을 졸업했고, 의료기기와 정밀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이력 전부였다. 그는 명문대 출신도, 석·박사 출신도 아니었으며, 저명한 교수도 아니었고, 외국 유학 경험도 전혀 없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비상한 천재이기보다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만 하고 싶다는 이유로 승진 시험도 거부한 채 20년 동안 ‘주임’ 직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벌과 인맥이 사회적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일본에서 보잘것없는 이력을 가진 그의 노벨상 수상은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최고 학벌을 가져야만, 모두가 알아주는 대기업에 다녀야만, 사회적 지위가 높고, 인간관계 능력이 뛰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들에게 자기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삶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이 성공하려면 뛰어난 능력과 외향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잘 소통하며,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져야만 뛰어난 리더가 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뛰어난 리더 중에는 의외로 내향적인 사람이 많다. 실례로, 간디 자서전을 보면, 그가 매우 소심한 사람이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그가 대영제국을 상대로 싸우는 데 앞장선 것은 그의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어서가 아니라 신념이 매우 확고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NHN 창업자 이해진, 엔씨소프트 Global CEO 김택진,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비록 앞장서서 큰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늘 말에 힘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존재감 역시 남달랐다.
조용히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그들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그 사실에 기죽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인간적인 매력으로 활용할 줄 안다.
둘째, 그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는 상황을 바꾸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말이 아닌 행동임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그들은 입이 아닌 두 귀를 항상 열어둔다. 즉, 말하기보다는 경청에 힘쓴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보면, 자신이 인정받고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그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을 얻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넷째, 그들은 ‘평판’에 매우 민감하다. 좋은 평판이야말로 가장 신뢰도 높은 자기소개서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항상 일관성 있는 행동과 말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뛰어난 스펙과 완벽한 업무 처리 능, 폭넓고 원활한 인간관계, 뛰어난 말솜씨와 유머 감각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다나카 고이치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어서 걱정되는가? 늘 소극적이고, 내향적이어서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지금의 자신을 바꾸고 싶은가? 타인의 시각과 사회적 기준에 비추어 자신을 억지로 맞출 필요 없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도 얼마든지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