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듣기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말하기, 읽기, 쓰기와 비교해서 듣기에 공들인 시간은 매우 짧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더욱이 시험용 듣기평가 외에는 의식적으로 듣기를 공부한 적이 거의 없다. 전문통역사, 속기사, 코치와 같이 전문적인 경청 스킬을 요구받는 직업 외에는 듣기 훈련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 뇌는 말하기와 듣기 과정을 처리하는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라고 한다. 우리는 1분에 약 135~175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 반면, 듣기는 1분에 약 400~500개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말하기와 듣기 사이에 약 3배 정도의 속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말을 아무리 귀 기울여 열심히 들어도 시간이 남는다. 그리고 이 남는 부분은 서서히 다른 생각으로 채워진다.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결국 상대의 말은 들리지 않고 다른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는 셈이다. 그 결과, 듣기는 했지만, 공감하지 못한다. 경청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가 하는 말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들어서 귀에 못이 박일 지경이니 또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상대의 이야기를 더 못 듣게 되는 이유, 더 안 듣게 되는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말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걸러서 듣게 된다. 즉, 듣는 귀에 ‘아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말하지 않은 부분 및 그 감정과 의도를 헤아리면서까지 경청하는 일이 가능할 리 없다.
▲ 우리가 주목하는 리더는 대부분 경청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은 항상 입이 아닌 귀를 열어둔다.
◆ 조용한 리더들의 힘, 경청
사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10분 동안 경청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듣는 사람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과 비판, 판단, 분석 없이 그저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지지를 표현하면서 상대의 이야기 흐름을 따라간다는 게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어떤 질문도, 판단도, 비난도 없이 온전히 긍정하면서 10분 이상 들어준 적이 있는지. 대부분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되묻기 일쑤다.
내향적이고,소심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바로 경청이다.나서기보다는 숨은 조력자가 되기를 좋아하고,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청의 힘을 쌓아 왔을 가능성이 크다.
주위를 살펴 보라. 우리가 주목하는 리더는 대부분 경청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은 항상 입이 아닌 귀를 열어둔다.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따라서 자신이 내향적이고, 소심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서기보다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면, 말할 때보다 남의 말을 듣고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