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ra Nearle Hurston, 1937
Their Eyes Were Watching God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1. 이 작은 책은, 알고 보니 실로 엄청난 책이었다.
2011년에 처음 만난 이 책을 14년 만에 다시 들춰볼 줄은 몰랐는데, 언젠가는 꼭 다시 제대로 읽어보자고 했던 것을 나는 굳이 기억해 내었다.
그때는 싫어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좋아하기 힘들 듯, 책도 사람처럼 어려우면 다가가기 힘들다.
책도 사람 같아서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줘야 듣고 싶어지는 법인데, 이 책은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이야기 속으로 도무지 빨려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낯설었던 언어 (Vernacular Black English)의 장벽이 가장 컸다.
사실, 나에게 그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 책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일었다.
어려운 것을 대했을 때 가볍게 일어나는 호기심, 딱 그 정도.
도대체 이게 뭔데 어려워? 근데 왜 다들 읽는 거야? 왜 미국 문학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텍스트로 읽히고 있는 거야?
그래서 다시 집어 들었다.
정복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 꼭 정복하고야 말겠다, 하는 너무도 인간스러운 다짐.
넘지 못한 산은 다음번에 꼭 넘고야 말겠다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오기.
기다려라, 나는 다시 돌아온다,라는 말을 남기고 뒤돌아서는 악당의 뒷모습으로 나는 그렇게 이 책을 떠나보낸 후 14년이 지나서.
이번에는 오디오북의 도움을 받아, 아리아드네의 빨간 실을 잡고 따라가듯,
미로처럼 느껴지던 이야기의 문지방을 한 발짝 넘어보니 나는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도달해 있었다.
전율.
왈칵 쏟아질 것 같던 눈물.
그러나 눈물로까지 절정을 이루지 않았던 그 무엇.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엇인지 모를 어떤 느낌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진가를 알아본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뒷북을 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람"을 응원하고, 그와 같이 설레어하고, 그와 같이 무너지고, 그와 같이 견디고, 그를 위로하는 동시에 나 자신 또한 위로가 됐던, 미로 속 이 골목 저 골목, 순간순간들.
그 순간순간들을 더 아프게, 더 찬란하게, 더 처연하게, 더 인상적으로 만들어 낸 작가의 빛나는 언어, 자연으로부터 빚어내는 메타포들과 힘든 삶을 사는 이들을 앞으로 구덕구덕 나아가게 하는 통찰력에 깊이 매료되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나 자신을 탓하는 이런 질문은 이제 그만하자고, 나 자신을 도닥여본다.
모를 수도 있었지.
모를 수도 있지.
수많은 것들에 대해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은 많을 테니까.
아까워하는 마음도, 아쉬워하는 마음도 어쩌면 욕심인지도 모른다.
오만인지도 모른다.
문득 깨닫는다.
이 책은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사랑" 이야기인데.
아! 나는 "사랑"을 몰랐나 봐!
그럼 14년이 지난 지금은?
나는 과연 "사랑"을 하고 있는가?
2. 사랑을 안다고 지금도 확신할 수 없지만, 사랑이란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안다.
초등학생 아들들이 영화를 볼 때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엄마, 왜 영화에는 항상 "사랑"이 있어? 왜 맨날 주인공들이 뽀뽀를 하지?"
"엄마, 왜 노래 가사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어? 왜 가수들은 맨날 사랑타령을 하지?"
엄마도 여태 몰랐는데, 인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랑'없이는 못 살아서 그래.
사랑 없이는 인류가 존재할 수가 없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가짜 사랑들이 넘쳐나고, 사랑이 사라지면, 인류 자체가 곧 사라질지 몰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등등이 사라지면 인류도 같이 사라질 거야.
어쩌면 우리 인류가 가져야 할 삶의 목표는 성공, 부자, 장수, 이런 게 아니라 '사랑'인지도 모르겠어.
사랑을 위해서 사는 것이 우리 존재의 이유라고, 나는 나의 존재를 이제야 이해했다.
3.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을 대하는, 사랑을 알아가는, 사랑을 하게 되는 Janie의 이야기.
어설프고 엉성하고 아직 어떠한 모양도 잡히지 않았던 작은 덩어리 같던 그녀의 "사랑"이, 결국 마지막에는 각양각색의 경험들과 감정들과 느낌들이 차례차례 여러 겹으로 쌓이고 쌓여, 말랑말랑하게 또는 단단하게, 결코 단순하지 않게 얽히고설켜서, 오로지 그녀 자신만이 만들어낸 어떤 견고한 "사랑"의 모습으로 갖춰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랑"의 여정은 곧 주체적인 자신의 "삶"의 여정이었음을 깨닫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Janie가 거쳐간 사랑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들,
Logan Killicks, Joe Stark, Tea Cake.
마지막 사랑이 Janie의 찐사랑이다.
Tea Cake, 와의 사랑을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과연 잠시 외출했던 Tea Cake가 다시 돌아올까? Janie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Tea Cake를 열렬히 사랑하는 Janie를.
Janie의 돈을 훔쳐 달아난 것처럼 묘사한 부분에서는, Tea Cake가 제발 나쁜 놈이 아니기를 바랐다. Tea Cake도 Janie만큼 Janie를 사랑하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허리케인이 왔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Tea Cake가 Janie를 구조해서 살아 나오는 장면에서 그제야 나는 그의 사랑을 확인했다.
Janie보다 한참 젊고, 잘생기고, 유머감각 있고, 무척이나 세련된 Tea Cake가 허리케인 속 미친개에게 물려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정신착란 미치광이로 죽어갈 때에는, 결국 짐크로우에게 참혹하게 린칭 당하고 살해당하고, 허리케인 Katrina에 의해 희생당하는 흑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쌍방향 사랑.
나무, 하늘, 태양, 잎사귀 같은 오브제를 사용하여 이미지화하는 것이 탁월하다.
4. 주옥같은 명문들:
"The sun was gone, but he had left his footprints in the sky" (1).
"Janie saw her life like a great tree in leaf with the things suffered, things enjoyed, things done and undone. Dawn and doom was in the branches" (11).
"There are years that ask questions and years that answer" (15).
"Did marriage end the cosmic loneliness of the unmated? Did marriage compel love like the sun the day?" (15)
"There is a basin in the mind where words float around on thought and thought on sound and sight. Then there is a depth of thought untouched by words, and deeper still a gulf of formless feelings untouched by thought" (29).
"So Janie waited a bloom time, and a green time and an orange time" (29).
"They sat on the boarding house porch and saw the sun plunge into the same crack in the earth from which the night emerged" (39).
"It must have been the way Joe spoke out without giving her a chance to say anything one way or another that took the bloom off of things" (52).
Patriarchy
"Naw, Jody, it jus' looks lak it keeps us in some way we ain't natural wid one 'nother. You'se always off talkin' and fixin' things, and Ah feels lak Ah'm jus' markin' time. Hope it soon gits over" (55).
"A little war of defense for helpless things was going on inside her. People ought to have some regard for helpless things. She wanted to fight about it" (68)
"Time and scene like that put Janie to thinking about the inside state of her marriage" (85)
"The bed was no longer a daisy-field for her and Joe to play in. It was a place where she went and laid down when she was sleepy and tired" (85).
"She wasn't petal-open anymore with him" (85).
"She stood there until something fell off the shelf inside her. Then she went inside there to see what it was. It was her image of Jody tumbled down and shattered"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