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 Mar 09. 2023

요즘 애들은 의지박약이래. D-300

요즘 아저씨들(회사 상사)은 ‘요즘 애들이 의지박약이다’라고 단정 짓는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뇌가 되었는지 일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데, 나는 왜 투덜거리지-하고 생각해 버린다. 나는 왜 못 버티지-하고 자책하고 만다.      


사실 저런 가벼운 시선이 요즘 애들을 더욱 할퀸다. 일을 하려고, 돈을 벌려고, 자신의 꿈을 향해서, 회사에 그리고 나라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스펙을 쌓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을 한다. 그랬는데, 돌아오는 건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라때 이야기를 싫어하진 않는다. 전래동화처럼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재밌다. 말도 안 된다며 하하 호호 분위기도 괜찮다. ‘요즘 애들’이 싫어하는 건 이런 거다.     

‘나 때는 야근이 뭐야, 매일 밤 10시에 퇴근했는데, 요즘 애들은 약아서 수당까지 다 챙기더라.’     

자신이 그랬다고 잘못된 일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 뉴스에도 자주 보도되지 않는가. 과로로 사망하는 일, 직장 괴롭힘으로 스스로 숨을 끊어버리는 일.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든지 하루하루가 힘들어 핸드폰 구석에 디데이를 크게 설정해 두었다. 드디어 'D-300'. 많이 남았는데, 또 이게 맞는지 되뇌어본다. 그만두어도 괜찮은지 불안해진다. 내 전공을 버리고 잘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런데, 또다시 줄을 타고 승진하고, 발령 난 문서를 보면서 확신을 가져본다. 아무리 이 바닥에서 날고 기어도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누군가는 일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고 회사 내에서, 담당 부서 내에서 본인이 가장 전문가인데도, 줄 때문에, 그저 좋지 못한 소문 때문에 또 승진 누락이 되었다. 누군가는 같은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의지박약이라니?


아직도 세상은 조선시대인가 보다. 나는 조용히 받아들일 수 있는 착한 사람이 못되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어딜 가나 똑같겠지만, 최소한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내 인생의 시간이 낭비되는 건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못 버티는 나 자신에게 상처는 그만 주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