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by 인터파크 북DB

3.

첫 키스가 언제였냐고 내게 물었던 사람은 릴리였다.


그녀는 '첫'이란 단어가 들어간 설치 전시를 기획 중이었고, 우리는 젊은 작가를 물색하고 있었다.

"첫 키스? 열세 살 때."


큐레이터인 마이클이 대답했다.


"나는 좀 늦었어. 대학교 1학년 때였거든. 친구랑 저지시티에 있는 극장에서 <비포 선 라이즈>를 봤는데 그날 그냥 걔랑 잤어. 첫 키스와 첫 섹스를 동시에 한 거지."


신시아는 그때 먹었던 캐러멜 팝콘의 맛을 추억하다가, 서랍 안에 있던 다크 초콜릿을 꺼내 건네며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난 달빛이 환한 공원이라던가, 눈부시게 빛나는 해변가에서 낭만적으로 키스를 해본 기억이 없어. 첫날 밤 이후, 세트처럼 두 개가 꼭 붙어 다녔거든. 키스를 하면 반드시 섹스도 하게 돼. 난 그게 분리가 잘 안 돼."


신시아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마리 넌 어때? 내 섹스가 너무 남성적이란 생각 안 들어?"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8월, 붉은 깃발을 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넘쳐나던 타임스퀘어 앞 디즈니 숍에서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 채 처음 그녀와 키스했지"라고 말한 사람은 제임스였다.


첫 키스가 언제였는지를 묻는 릴리의 질문에 나는 "2011년의 몬탁"이라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그는 "열일곱 살"이라고 답했다.


성주는 여자와 처음 한 키스에 대해 대답했다.


나는 성주와의 첫 키스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추억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랐다.


1월의 눈을 첫눈이라 말하는 남자와 11월의 눈을 첫눈이라고 기억하는 여자가 기적처럼 만나 연애란 걸 한다 해도,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정체성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 그러므로 그것은 헤어지기 직전이거나, 헤어지는 중인 연애가 될 거란 사실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또 그렇게 연애하는 동안 이별의 이별은 일상다반사가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그날이 오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나는 결혼에 성공했다.


마침내 이혼에 성공하기 전까진 말이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서서, 2년 동안 같은 창밖에 내리는 서로 다른 첫눈을 기록했다.


2014년 1월 2일.


브루클린에 눈보라를 동반한 블리자드가 몰아쳤다.


보통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 그의 첫눈이었다.


라디오에서 맨해튼 5번가 애플 스토어의 대형 유리창이 깨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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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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