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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15. 2017

이틀에 한 권 출간... 어떤 '사임당'을 읽어야 할까

'사임당' 관련 책 출간 러시... 2017년 1월 이후 25종 출간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포스터 (사진 SBS 제공)

'사임당'은 2017년 초 출판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배우 이영애의 13년 만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덕분일까.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한 2017년 1월부터 '신사임당' 관련 책들이 집중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에서 찾을 수 있는 '사임당' 관련 책은 모두 180여 종. 그중 2017년 1월 1일부터 2월 14일 현재까지 출간된 책이 25종에 이른다. 1월에 19종, 2월에 6종이 출간됐다. 약 1.8일에 한 권 꼴로 출간된 셈이다. 2016년 10월에 4종, 11월에도 4종, 12월에는 3종 출간된 것을 보면, 2017년 1월 이후 '사임당' 관련 책 출판이 눈에 띄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25종 가운데 아동 분야가 12종으로 가장 많고, 소설과 인문역사 분야가 각각 5종. 자기계발 분야가 2종, 가정생활 분야가 1종 출간됐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책들 가운데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네 권의 책을 엄선했다. 소설과 인문역사 분야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책들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두 배로 만들어줄 책,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신사임당의 진면목을 이야기하는 책들이다.

이순원이 그려낸 '본연'의 사임당 <정본소설 사임당>

소설가 이순원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이다. 그가 사임당의 삶을 소설로 쓴 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현모양처, 교육의 어머니, 군국의 어머니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500년이 넘게 왜곡되어 온 인물 사임당. 이순원 작가는 옛 문헌을 뒤지고 강릉 산천     을 직접 걸으며 밝혀낸 사실들로 사임당의 삶을 재조명해 <정본소설 사임당>(이순원/ 노란잠수함/ 2017년 1월 10일)을 썼다. 막내 아들 이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인간 사임당의 희노애락을 전해준다. 아내, 어머니, 며느리이기 이전에 자신을 귀하게 여긴 주체적인 여성, 사임당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그림과 글씨에서 그림과 글씨는 보지 않고 그것을 가리킨 송시열의 심중과 송시열의 손끝만 봅니다. 어머니가 있어 자식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율곡 형님이 없으면 어머니도 없습니다. 어머니의 그림은 더욱 없습니다. 다른 곳에 쓴 것도 아니고 어머니의 그림에 붙인 평에 여자는 베나 짜고 길쌈이나 하는 것이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부인이 할 일이 아니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 <정본소설 사임당> 중에서

차별을 뚫고 이뤄낸 생의 미학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5만 원권 지폐의 주인공 사임당. 그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유명하지만, 정작 그녀의 그림이나 화가로서의 삶은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사임당에 관한 자료는 아들 율곡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쓴 행장이 유일하며, 심지어 그녀의 이름조차 정확히 남아 있지 않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주원규/ 인문서원/ 2017년 1월 25일)는 '율곡의 어머니'로만 기억되던 그녀의 나머지 반쪽의 삶을 복원하면서 화가로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질곡을 뚫고 피워낸 삶과 예술혼을 재구성했다. 제2회 광주일보문학상과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주원규 작가의 작품이다.

포도알이 다 여물자 이번엔 잎사귀가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포도송이를 살포시 덮은 잎과 주위의 가느다란 덩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쟁반 위에 먹음직스러운 포도송이가 열렸다. 사임당이 붓을 놓았다. 그러나 방안에 있던 이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꿈쩍도 않고 쟁반을 응시하고 있었다. 방안의 침묵을 깬 사람은 사임당이었다. "이제 쟁반을 내가서 씻겠습니다." -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중에서

화가로 살고 어머니로 기억된 여인 <신사임당>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 남편을 바른 길로 내조한 아내, 어머니를 늘 그리워한 효녀, 그림과 서예에 능했던 예술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임당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당대 유력 정계 남성들은 때에 따라 그녀를 뛰어난 화가로, 무엇보다 율곡 이이를 낳고 기른 부덕 높으신 어머니로 칭송했다. 역사의 마디마디마다 '완벽한 여성상'으로 거듭 다시 그려진 사임당. <신사임당>(이숙인/ 문학동네/ 2017년 2월 21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임당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힌 책이다. 저자 이숙인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한국사상 및 고전 여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세기 동안 그녀는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완벽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왔다. 근대 이전의 남자들은 그녀를 통해 당파의 결속과 문화적 자존심을 주문했고, 근대 이후 각종 권력은 그녀를 통해 세상의 여자들을 훈계했다. 무엇보다 사임당에게는 수준 높은 그림을 그린 화가이자 대학자를 낳은 어머니라는 유혹적인 두 가지 사실이 있었기에, 다양한 이야기로의 변주가 가능했을 것이다. - <신사임당> 중에서

군자의 뜻을 품은 여인 <사임당전 The Herstory>

역사 속 여성의 삶을 새로운 이야기로 되살리는 '스토리텔러' 임해리 작가의 책 <사임당전 The Herstory>(임해리/ 글과생각/ 2017년 1월 6일)는 사임당이 추구했던 삶의 목표와 실천을 키워드로 삼은 책이다. 군자의 뜻을 품은 유년시절과 군자의 뜻을 실천한 결혼생활, 내면의 거울로 세상을 비추는 예술 활동, 먼저 뜻을 세우고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지침으로 4남 3녀를 가르친 자녀교육 등 네 부분으로 사임당의 삶과 뜻을 이야기했다. 여성 지식인이자 예술인인 사임당은 오늘날 교육과 정치,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인생의 새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작가는 역설했다.

사임당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는 어린 시절에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뜻을 세웠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여성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다. 남성이 아명과 아호, 호 등 여러 개의 이름을 쓰던 것과 달리, 여성은 출신 지방이나 사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강릉댁, 웃골댁 등으로 불렸다. (줄임) '사임'은 중국 문황의 어머니인 태임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사임당이 직접 자기에게 이름을 주고 뜻을 세운 것이다. - <사임당전 The Herstory> 중에서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이틀에 한 권 출간... 어떤 '사임당'을 읽어야 할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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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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