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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23. 2017

[지금 여기, 문예지의 역할은 무엇인가①]

저자 문예지 편집장들 인터뷰 

(좌측부터) <릿터> 서효인 책임편집자, <문학3> 양경언 기획위원,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


2015년 7월, 문학잡지 (악스트)가 출범했다. 격월간 소설 전문 문학잡지를 표방하는 <악스트>는 디자인부터 제형, 기사의 방식, 서평까지 기존의 문예지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말그대로 ‘문학+잡지’의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2,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가히 파격적이었다. 초판 5천 부는 일주일만에 매진됐다. 이듬해인 2016년 8월, 민음사에서는 40년 전통의 문예지 ‘세계의 문학’이 종간된 후 그 명맥을 잇는 새 문예지 (릿터)를 선보였다. 기자간담회 당시, 박상준 민음사 공동 대표이사는 “한국문학의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것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았다”라며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하는 책무를 다하고자 <릿터>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사회 현안에 대한 문학적 탐구 등을 시도하며 “읽는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콘텐츠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7년 1월, 출판사 창비는 문학 플랫폼 <문학3>을 출범했다. 종이 잡지와 온라인 홈페이지, 현장 활동을 통해 기존 작가 중심의 문학잡지의 틀을 벗어나 문학의 다양한 주체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매개의 역할을 한다.


<악스트>와 <릿터> <문학3>이 출범된지 각각 1년 10개월, 9개월,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악스트>는 12호(2017년 5/6월)를, <릿터>는 5호를(2017년 4/5월), <문학3>은 1호를 출간했다. ‘문학잡지’의 많은 변화가 불어왔던 지난 2년. ‘무엇을 다룰 것인가’에서 시작된 고민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당도했다. 세 문예지는 현재 어떤 질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까. 지난 3월 28일,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 <릿터>의 서효인 책임편집자, <문학3>의 양경언 기획위원을 만나 ‘지금 여기, 문예지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담론을 이어갔다.


참여자 : 백다흠(<악스트> 편집장), 서효인(<릿터> 책임편집자), 양경언(<문학3> 기획위원)
진행 : 북DB 임인영 기자



“’문학은 무엇일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 탐구”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각각 담당하고 있는 잡지의 기획의도, 방향성 등을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백다흠 : (이하 <악스트>)하고 있는 백다흠입니다. <악스트>는 격월간 소설잡지입니다. ‘문학을 재밌게 다뤄보자’란 기획의도로 소설가들이 모여서 창간하게 된 잡지입니다.


서효인 : 민음사에서 일하고 있고요. (이하 <릿터>) 책임 편집을 맡고 있는 서효인입니다. 동료들과 마주 앉아서 잡지의 취지나 현상, 목적 등을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어색하네요. 평소에 이런 대화를 안 하니까…(웃음) 네,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입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좀 더 많은 분들이 문학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보자는 취지가 있어요. 방법론적으로는 편집자가 잡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데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는 것도 있습니다.


양경언 : <문학3>에서 기획위원하고 있는 양경언입니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연결되는 ‘하기’로서의 문학, 문학과 관련해서 기존의 역할이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측면이 좀 더 드러남으로써 뭔가를 할 수 있는 어떤 ‘장’으로서의, ‘문학하기’로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속에서 <문학3>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최근 변화된 매체 환경 속에서의 읽기와 쓰기가 고려될 수밖에 없었고 기존의 문학잡지 형태가 아니라 종이 잡지로서의 ‘문학지’, 웹진으로서의 ‘문학웹’, 오프라인에서 문학적 실천을 도모하는 ‘문학몹’ 이렇게 세 궤도로 돌아가는 문학 플랫폼의 형태가 필요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삶’이라는 발음과 비슷하게 들리는, 그러면서도 제3의 어떤 시도들이 가능하기를 바라는 세 궤도, 다양한 의미를 각자가 부여할 수 있는 ‘3’으로서의 문학 플랫폼이라고 <문학3>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Q 각각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정체성이 드러나는 포인트 콘텐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콘텐츠가 있나요?


백다흠 : 우선, 창비의 <문학3>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서효인, 양경언 : 뭐야, 하하.

백다흠 : 첨언하자면 <문학3>의 ‘하다-Doing’이라는 단어에 주목해봤으면 싶어요. 어떻게 읽히고 어떻게 읽어야만 하는지를 기준으로 놓고 그 진폭을 문학잡지가 가질 수 있는 한계라고 한다면, <문학3>은 그 한계와 조금 다른 역할을 스스로 찾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읽는 잡지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성을 띤, 문학잡지의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는 뜻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고요.(웃음) <악스트>의 정체성은 커버 인터뷰에 있는 것 같아요. 작가에 대한 인터뷰가 이 잡지의 정체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양경언 : 그동안 문학이라고 했을 때 고정된 인상이나 편견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작가들은 책상에 골몰하면서 무겁게 고민하고 뭔가를 쓰고, 텍스트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었고 독자들은 그렇게 된 작가들이 출판 시장에 어떤 작품이 나오면 그걸 구매하는 것으로서의 역할이, 그러니까 ‘소비자’로만 한정돼있는 정도로.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것으로서의 ‘문학’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고정적인 정의나 개념을 향해 단일한 방식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 ‘문학은 무엇일 수 있을까’와 같은 어떤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면서 ‘문학 플랫폼’의 방식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능동적인 일들을 찾고자 했어요.


<문학3>의 특징은 인터뷰가 없다는 것이에요. 인터뷰가 없는 대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참여할 수 있는 ‘란’이 많다는 점이 <문학3>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종이 잡지 2호부터는 작품들 역시 청탁한 작품들뿐 아니라 투고된 작품들도 함께 실리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또한 한 사람의 리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중계 좌담’과 같은 란을 마련해서 비평가나 작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젠더,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작품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내는 자리를 마련했고요. 이렇게 했을 때에도 뭔가 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은 ‘문학몹’을 통해 진행하려고 해요. 이를테면, ‘독자 모임’, ‘독자 편집회의’를 진행해서 종이 잡지나 웹진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평가하는 방식으로요. 이런 방식이 <문학3>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백다흠 편집장님이 <문학3>에 대한 의견을 주셨는데, 말이 나왔으니 내친김에 서로의 잡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신다면요?


백다흠 : 처음에는 이렇게 좋은 말부터 하는 거 아님?


서효인 : 다 고생해서 만드는데, 일단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게 동료로서는 윤리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양경언 : <문학3>이 이 셋 중에서는 제일 마지막에 나왔어요. <문학3>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악스트>가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는지도 봤고, <릿터>의 시작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준비를 했거든요. 사람들이 문학을 한다고 하면 굉장히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하기 어려워하고,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두 잡지가 이런 편견을 허물어준 역할을 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준비과정 중에 많이 배웠어요. 

어느 날 이태원의 한 카페에 갔는데 거기에 <릿터>와 <악스트>가 있더라고요. 그때 ‘와, 이건 정말 좋다’ 싶었어요. 예전 문예지들의 경우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카페나 식당 등등 접근성이 좋은 공간에는 잘 비치가 안되어 있었고, 그런 장소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졌잖아요. 그런데 <릿터>와 <악스트>의 활동을 통해 이제는 편하게 문학잡지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 것이고요. 문학이라는 건 다가가기 어려운 게 아니라, 자신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읽을 수도 있고, 참여할 수도 있다는 인상을 만들어주는 문을 열어준 잡지들이죠. 그 생각에 선배 잡지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차원의 노력과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도 이들과 계속해서 따로 또는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연이어 할 수 있었고요. 저는 ‘기존의 길이 어디까지 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새로움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쉬운 단절이 아니라 연속선상에서의 영향을 통해, 문학이 지금 시대에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구나 싶고요.


서효인 : <문학3>을 보면서 제가 부박하게나마 걱정했던 건 ‘저걸 다하면 담당자가 죽어나겠는데?’하는 걱정이었어요.(웃음) 그만큼 활동량이 많고 종이 잡지에만 국한되지 않은 여러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장기적으로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창비에서 인력 충원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처음에 <릿터> 기획할 때 <악스트>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디자인적 차원에서. 잡지의 판형을 과감하게 키우고 사진 등을 다른 방식으로 쓰는 등의 디자인적 변혁은 <악스트>가 먼저 진행해줬기 때문에 릿터로서는 편한 부분이 있었죠. 안에 들어가는 사진들이나 글 배치, 구성하는 부분 등에서 문예지 특유의 한계를 <악스트>가 해제시켜준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독자들이 어색해하거나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어요. 저희가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 편집이 조금 어지럽다는 평도 있었어요. 잡지를 처음 기획할 때 실제 잡지를 만드는 분들의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그중 한 분이 패션잡지 <얼루어>의 허윤선 디렉터였어요. 그분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꾸준하게 내면, 독자들이 적응한다”

백다흠 : 맞아요.


서효인 : 만드는 사람의 확신이 있으면 독자들은 거기에 적응한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마라. 그런 말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도 맞는 것 같습니다.

백다흠 : 저는 창간 직후 관계자나 독자분들에게 엄청난 피드백을 받았어요. 대부분 디자인에 관련한 의견들이었고, 콘텐츠와 큰 틀에서의 잡지 전반에 관한 것들이었죠. 그러나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웃음) 일단, 저에게 어떤 롤모델이 없었어요. 그 말인즉슨 제가 전부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마음 한 귀퉁이에서 ‘한번 예쁘게 망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음대로 한 것이었는데요. 이걸 마음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쁘게 더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 뒤로는 너무나 신기하게 독자들이 적응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서효인 : 오. 그렇더라고요.

백다흠 : 패턴화가 되는 거겠죠.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반복되다 보면 ‘잡지는 원래 이렇구나’ 수긍하는 게 아닐까요. 처음에 어떤 저항을 받았을 때 여기에 굴복하고, 저항하지 않고 뭔가 조합하고 이해관계를 맞추려고 하다 보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원래 지녔던 잡지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고요. 저는 얼마 전에 <릿터>가 ‘부동산’에 대해서 키워드를 잡았을 때 ‘진짜 잘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서효인 : 감사합니다.(웃음)

백다흠 : 그런데 그 ‘부동산’ 이걸 가지고 굉장히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어요. 

양경언 : 어떤 이유에서요? 문학잡지에서 왜 ‘부동산’을 거론하냐고요? 

백다흠 : 네. 그런 저항은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 부분도 독자들이 적응하겠죠.

서효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피드백을 잘 모으고, 적용할 건 적용하자는 주의예요. 실제로 초반에 가장 큰 피드백은 샤이니 종현의 인터뷰에 관한 것이었어요. 아이돌의 인터뷰를 싣는 것 자체가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그런데 네 번째 나오고 다섯 번째 나올 때가 되니까, 오히려 ‘다음은 누구를 하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인터뷰 실어달라’. 그런 요구가 생기게 됐죠.


Q 외부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내부적으로 기획과 디자인, 편집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나요?


백다흠 : <악스트>는 기획, 디자인, 편집에 대한 분리가 되어 있어요. (기자 : 분리 과정도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일단은 제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잡지를 만들었을 때부터 기획과 디자인, 편집은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철저히 자기 영역이 분화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기획자들은 기획 아이디어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분리를 했고, 이걸 분리했기 때문에 좀 엉뚱한 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기획과 디자인, 편집, 유통 등이 합쳐져 있다면 사공이 많은 거죠. 굉장히 지휘라인이 복잡해지는 거죠. 그래서 이런 분리가, 잡지가 잘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Q <문학3>과 <릿터>도 마찬가지인가요?


양경언 : 문학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문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문학 작품만 붙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정황이나 ‘지금 무슨 이야기가 필요한가’라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잡지의 콘셉트를 구상하잖아요. 그 말은 즉슨,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향도 그렇고 <문학3>의 고민도 그렇고, 각자의 역할이 사실은 입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 같아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만 골몰해서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로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잖아요.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이야기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문학3>에서 기존의 ‘편집위원’이란 이름 대신에 ‘기획위원’이란 이름을 쓰는 이유가, 이들이 단순히 문학작품을 선별하는 역할로만 제 역할을 끝마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문학 활동’을 하는 ‘활동가’로서의 콘셉트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쓰기로 한 것이에요. 뛰어다니면서 만드는 활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신 그 ‘입체적인 역할’을 한다는 게, 기존의 전문 분야를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것이므로, 새롭게 만들어진 역할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입체성이 부각되는 역할이라고 하는 것이겠고요.


Q 모든 편집자들이 잡지 기획에 참여하는 <릿터>의 경우는 주제나 텍스트의 레이아웃 같은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내부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잖아요.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서효인 :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내부 조율은 편집권과 경영권의 분리인 것 같아요. 주요 일간지 내부 사정 같은 이야기네요. 일단 편집권은 편집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진은 편집을 잘 할 수 있게 물리적 보장을 해주죠. 원고료와 제작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그 안에서 편집은 자유롭게 합니다. 다만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의 조직원이라는 데에서 일종의 긴장감은 있어요. 잡지로 눈에 띄게 상업적 이익은 못 보겠지만, 큰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요. 큰 출판사에서 만드는 것이므로, 흔히 말해 ‘구리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하고. 어젠다도 잘 잡아 나가야 하고요. 개인도 개인이지만, 이게 회사의 일이라 생각하면 긴장감과 책임감이 더 생기는데 저는 이런 감정이 나쁘지 않아요. 월급 받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웃음) 그 이후, 잡지의 실무는 철저한 협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요. 동료 편집자,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인터뷰어 등과 계속 상의하고 대화를 해야 하죠. 커버스토리는 주로 민음사의 인문 계열 브랜드 ‘반비’ 편집부와 5 대 5 비율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회의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문학잡지 성패 논할 단계 아니지만, 상승 곡선 타고 있음은 분명”


Q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문예지 전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출판 시장의 어떤 흐름이 이런 새로운 변화를 꾀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을까요?


서효인 : 예전의 방식이 무엇이라고 특정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누군가의 추천사만으로 마케팅이 되던 시절, 신문 광고와 서평으로도 충분하던 시절은 있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작가의 필력, 작품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출판 환경이 변한 거죠. 유통과 소비 방식이 바뀌었어요. 거기에 맞춰 당연히 변화가 추동되었고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5년~2016년을 거치면서 표절 사태로 일어난 문학 권력 논쟁, 문학의 윤리성에 대한 실재적인 고민 같은 것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무엇보다 독자가 변했죠. 수동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남에게 전파하는 주체로서의 독자가 되었습니다. 이젠 문학잡지가 시혜적인 입장에 서서 ‘이런 작품이 좋으니 읽어 보세요’라고 하는 말이 별로 먹히지 않게 되었죠.


Q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학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필요성 혹은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도 좋고요.


양경언 : 방금 서효인 편집장님이 이야기하신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기존에 문학 작품이 출판 시장에서 형성되는 ‘고정 회로’라고 할법한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신춘문예나 문학잡지를 통해서 등단하고, 그렇게 해서 모인 작품을 가지고 어떤 책을 만들고. 그 책이 다시 독자들한테 전달되고. 물론 이를 통해 우수한 한국문학 작품들도 안정적으로 많이 나왔죠. 한편으로는 그런 고정 회로가 있을 때 거기에 부여되는 역할들도 고정적으로 혹은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에요. 최근의 시대적 정황이 그렇게 고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부여된 역할을 둘러싼 경계, 빗장 같은 것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여러 환경적인 측면도 있겠죠. 매체의 변화에 따른 종이책 독자의 감소, 디지털 매체의 부상 속에서 쓰기와 읽기 방식이 변동하는 과정에 있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기존에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 이상의 것들이 요구가 됐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어떤 존재의 가능성 같은 것을 타진하는 것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고요.


‘문학’이라고 하는 게 사실 좀 특이해요. 문학 장은 자본주의 시장에 적응한 듯 보이면서도 자본주의 시장과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거든요.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을 다시금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하는 게 문학이기도 해요. 자본에 적응하면서 자본의 구조를 해체하는 활동을 하는 문학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문학 작품이 만들어지는 고정된 궤도에서 역할을 해왔던 주체들이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서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생겨난 것 같아요. 아까 언급했던 정해진 궤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디지털 매체나 각종 실천들을 연동해서 좀 더 유연하게 ‘읽기’와 ‘쓰기’를 구현하고, ‘대화’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강구해야 하는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독립출판물에 대한 관심도 최근에 더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백다흠 : 문학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고요. ‘문학의 효용이 계속 변해왔다’라는 말이 맞겠죠. 그 효용이 시대적으로 잘 들어맞을 때가 있고 잘 맞지 않을 때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잡지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뭔가 바뀐 것 같지만, 그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상 오래전부터 많은 시도들이 있었어요. 막 떠오르는 건 <베스트셀러>라는 잡지도 15년 전에 제가 대학 다닐 때 나온 문학잡지인데, 제가 하고 있는 <악스트>나 <릿터>보다도 더 파격적이었죠.


양경언 : 1990년대가 잡지들의 홍수 시기였죠.


백다흠 : 네. 굉장히 많았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플랫폼만 바뀐 채 많은 시도들이 계속 같은 가치로 계속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때에는 실패하고 지금 우리는 성공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겠죠. 전 좀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역사 발전 유형 중에서 ‘나선형 발전’이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사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문화 감성들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씀들 많이 하시죠. 물론 외형적으로는 그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혹은 내연적으로는 나선형 모양으로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요. 직면된 모양을 보면 분명 추락하고 있는데, 멀리서 부감해보면 하락이 아닌 상승인 셈이에요. 어쩌면 그 나선의 접점에서 어떤 시간과 새로운 문학 감성이 만났을 때 상승세가 증폭, 반동되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바닥을 찍었달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 당시의 문단, 혹은 문학판을 떠올려보자면 문학비평의 임계점이 다가와 있었어요. 이미 그러한 조짐 자체가 문단이 다른 모색의 길로 전환해야 한다는 증후 같은 것이었겠죠. 그런 시간을 보낸 뒤 문단에서는 많은 각성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왔고요. 연이어 문학잡지가 없어지거나 새로 태어났지요. 지금 우리가 볼 때는 여기 모인 잡지들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로서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여기, 문예지의 역할은 무엇인가②] “’문학에서 포용할 수 있는 ‘잡스러움’을 고민한다”


글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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