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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23. 2017

[지금 여기, 문예지의 역할은 무엇인가②]

저자 편집장들 인터뷰 


좌담회 1부에서는 문학잡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와 그 과정에서의 독자 적응 문제, 내부 조율에 대한 이야기 등 실무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좌담회 2부에서는 문학이라는 범위 내에서 포용할 수 있는 ‘잡스러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초기의 목적 달성에 대한 자평과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들도 함께다.


참여자 : 백다흠(<악스트> 편집장), 서효인(<릿터> 책임편집자), 양경언(<문학3> 기획위원)
진행 : 북DB 임인영 기자 


“반복과 패턴의 문제… 어떻게 새로움으로 끌고 나갈 것이냐를 고민”


Q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런 시도들이 왜 ‘종이 매체’의 방식이어야 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서효인 : 실제 잡지 시장에서 전자책 잡지보다 종이 잡지가 더 경쟁력이 있어요. 막연하게 ‘웹/앱이 대세이고 전자책이 있는데 왜 종이 잡지를 만드냐’라는 것은 사실 어폐가 있죠. 그리고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잡지들이 다루는 문학은 아직까지도 전자책보다 종이책 매출이 훨씬 많고요. 이 분야의 독자들은 종이책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해요. 전자책은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종이 잡지를 내는 것은 전자책과 비교하여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어요. <문학3>이 하는 문학몹이나 문학웹의 활동은 좀 다른 차원이겠지만.

백다흠 : 문학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라고 하면, 종이가 될 수도 있고 디지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꼭 종이어야만 하는 필요조건은 굳이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요. 잡지를 만드는 데 가장 효율적인 재료가 뭘까, 답을 내렸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종이였어요. 왜냐하면, 일단 내가 편해요. (기자 : 만드는 사람의 기준에서요?) 네. 일단 내가 불편하면 나와 비슷한 누군가도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효인 씨의 답변에서 변주해보자면, 디지털은 문학에서는 보완재로서는 뛰어난데 대체재로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인데 책이라는 건 물성을 가지고 있고, 잡지 역시 그렇다 보니 종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별로 (전자책을) 좋아하지 않고요.(웃음)


양경언 : 저희는 종이책만 있는 건 아니고 웹과 몹도 같이 있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드릴게요.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죠. 저도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또는 실제로 다분히 그러한 경향도 없잖아 있는데, 웹 하는 사람들이 웹에만 머물러 있는 경향, 또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은 종이책에만 머물러 있는 경향, 자신이 있는 자리가 세상의 전부인 듯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머물러 있는 영역이 다른 영역과 교차하고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어긋나는 지점도 있고 그를 통해서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 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감각을 문예지가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면, 종이 잡지를 가져가되 그것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문학이라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여러 매체를 넘나들면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서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문학3>도 종이 잡지와, 웹, 몹을 같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나왔던 것이고요. 또한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종이책을 놓지 않았던 것이고요. 문학은 언어 예술이잖아요. 생각을 해보면 문학 작품은 어쨌든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 거라서 구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제로 텍스트에 기입된 글자를 통해서 매개하는 방식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러다 보면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매체가 무엇인지를 살펴야겠고요. 글자와 어떤 식으로 만나는 지에 대한, 언어 예술이 어떤 물질적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하는 고민 속에서 종이책이 자리 잡아왔던 역사적 과정이 있듯이 그 물성 자체를 배제한다거나 포기한다거나 하는 방식은 섣부르다고 봐요. 종이책이 문학을 대함에 있어서는 중요하다는 답변을 드리고 싶어요. 


서효인 : 웹진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던 시기가 잠깐 있었어요. 어지간한 문학 출판사에서 웹진이나 블로그, 카페를 만들어 소설을 연재하고, 인터넷 서점도 마찬가지였죠. 그중 대부분이 지금 없어졌습니다. 그때 교훈도 있었던 것 같아요.


백다흠 : 개인적으로 책은 종이를 재료로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바람인데요, 음악 파트에서는 점점 CD가 사라지고 음원으로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음원으로만 존재하는 건, 그만큼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음원 수요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책은 종이로 소비하고 수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월등하다 싶을 만큼 종이책과 전자책의 매출 차이는 큽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아, 책은 종이를 수용하려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거죠.


Q '잡지'는 잡다한 것을 담는 지면으로서의 기능이 있습니다. <악스트> <릿터> <문학3>은 얼마나 충실히 '잡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로 그 기능을 수행 중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효인 : 최근의 이야기, ‘지금 여기’의 고민과 문제를 문학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죠. <릿터> 5호가 얼마 전에 나왔는데 커버스토리가 ‘4월 16일’이에요. 세월호 참사를 다룬 거죠. 커버스토리에 대한 짧은 소설을 ‘플래시 픽션’이라는 이름으로 싣는데, 이게 <릿터>의 시그니처라고 봐요. 이번 호에서는 4월 16일 오전 9시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 15시간을 3시간씩 나눠 다섯 작가에게 3시간의 픽션을 부탁드렸어요. 잡지의 기능을 하는 커버스토리에 문학의 기능을 하는 픽션이 만나, 의미 있는 페이지를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백다흠 : 그 잡성에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잡스럽게, 문학에서 포용할 수 있는 잡스러움이 뭘까, 계속 고민합니다. 악스트는 사진잡지 <보스톡>과 협업을 해요. 그 사진잡지에서 기록될 만한 작품을 악스트에 게재하고 있어요. 또, 시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포토카피(글+사진) 꼭지가 있고요.


양경언 : 다양한 시도와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의 ‘잡성’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의 답변들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추가로 덧붙인다면, <문학3>은 ‘이것은 왜 문학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문학성’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 속에서 만화, 사진 등이 종이잡지에 실리기도 하는데요. 문학웹이나 문학몹을 통해서도 다양한 장르와의 소통방식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잡지를 굳이 돈 주고 사서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


Q 기존 문예지의 한계를 <문학3>은 문학의 외부로 확산하면서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돌파하고자 했다면, <악스트>는 내부로 수렴해서 깊이 다가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초기의 지향점은 얼마나 달성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백다흠 : 말씀하신 대로 <악스트>는 내부로 수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고요. 문학잡지가 갖고 있는 확장성이 외부를 지향한다는 이야기는 문학 바깥, 즉 독자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 안테나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 같은데요. <악스트>를 창간했을 때 그런 생각 많이 했었어요. 기존에 해왔던 것들 말고, 하지 않았던 걸 한번 계속 넓혀서 해보자. 확장해보자, 라는 것에 지향점을 두었던 거지요. 그런데 결국에는 확장성에 대해서 솔직하게 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한계는 문학잡지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궤를 같이하는 건데요, 저는 그래서 <문학3>이 나왔을 때 ‘아, 저런 식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릿터>는 타장르와의 협업, 정말 콜라보레이션인 것 같아요. 문학의 속성에서 중요한 것만 남겨두고, 하위문화 느낌으로 계속 채우는 것 같아요. 그게 사진이든, 서체든, 아니면 내용이든.

서효인 : 그들이 하위문화예요?

백다흠 : <악스트>의 플랫폼 안에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면 변주 가능한 것이 뭘까. 이런 고민으로 <악스트>는 굴러가는 것 같아요. (기자 :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겠네요.) 방향성은 서로 고민하고 있어요. 잡지는 무한한 반복과 패턴의 문제예요. 이 패턴을 어떻게 새로움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형식적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 내부의 본질적인 것을 변형시킬 것인지의 고민인데, 가장 무섭고 떨리는 것은 내부의 본질적인 것들을 바꿔나가는 게 무서운 일이죠. 지금 악스트는 그걸 고민해보고 있는 거죠. 형식적인 변화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본질적인 변화를 놓고 문학잡지가 할 수 있는 다른 모색을, <악스트>가 지금과는 달리 다른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상상해보고 있는 거예요.


Q <릿터>의 경우는 초기의 지향점을 달성했다고 보시나요?


서효인 : <릿터>는 ‘지금 여기’라는 단어를 많이 써요. ‘지금 여기’ 독자들의 고민, ‘지금 여기’ 문학의 고민을 잡지를 통해서 함께 공유하자는 거죠. 그래서 커버스토리도 ‘지금 여기’ 지금 한국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피드백을 검색하다 보면 ‘아, 나 이탈로 칼비노 몰랐는데 이탈로 칼비노 인터뷰를 보니까 흥미로워서 두어 권 샀다. 읽어보니까 좋더라.’ 이런 반응이 있어요. 제가 잡지에서 생각하는 확장성은 이 정도예요. 소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문학잡지의 쓸모는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담론의 확장, 한국문학의 활성화,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한 호 한 호 최선을 다해서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문학잡지를 굳이 돈 주고 사서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이 큽니다. 우선 지금 가장 좋은 것들, 주목할 만한 것들을 문학의 이름으로 소개를 하고 읽는 사람들의 생각이 확장될 수 있게끔 하고 싶고요.


양경언 :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방금 들었던 생각은, 5년 뒤 이 좌담회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들과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거예요. 재밌을 것 같아요. <문학3>은 이제 막 시작해서 뭔가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요. 지금껏 준비해왔던 이야기가 얼마만큼 잘 전달되고, 실제로 사람들이 이를 통해 각자의 고민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이 되고 있는지를 살피며 차분히 가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학3> 같은 경우는 모두의 말이 모두의 문학이 되는, 그런 차원의 것을 고민하는 상황이라서요. 어떤 삶의 구체적인 현장이나 풍경 속에 문학이 같이 있고 어우러지는 자리를 그려나가기 위해 <문학3>이 역할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런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학3>이 처음 나왔을 때 어떤 독자분이 ‘<문학3>을 보니 어디에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준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만인의 작가 되기, 만인의 비평가 되기를 염두에 둔 문학 플랫폼인만큼 작가와 독자로서 만날 수 있을 테고 비평가와 비평가로 만날 수도 있을 테고, 잡지를 기획하는 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의 방식은 다양하겠죠. 문학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것을 고민해왔던 것처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것, 지금은 그 차원의 고민을 더 충실하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Q 각각 <릿터> <악스트> <문학3>의 독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질문들을 하고 싶으신지요?


양경언 : 문학잡지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읽는 지면은 어떤 지면인지? 문학잡지에서 읽은 내용이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마련해주었던 적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어요.
서효인 : 지금, 그곳에서의 당신은 무엇을 읽고 계십니까?

백다흠 : 세 잡지 코너 중에서 버리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하는 꼭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아울러, 악스트 가격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가격을(현재 2,900원)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1000원 인상-1번, 2000원 인상-2번)




Q 이번 좌담 주제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실험의 문예지들은 이 시장에서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을까요? 

백다흠 : 글쎄요. 문학잡지가 출판 시장에 영향을 끼칠까요? 


기자 : 어느 정도는 끼치고 있지 않나요?

백다흠 : 굉장히 많은 부분은 아니지 않을까요. <악스트>는 판매 부수가 만 부 정도예요. 출판 시장을 움직이기엔 너무 적은 부수가 않을까요?

기자 : 수량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영향을 줄 수는 있지 않을까요?

서효인 : 맞아요. 그러니까 5천부라는 숫자에 비해서는 그 힘이 크죠.


양경언 : 사실 외연을 확장하려면 내밀한 부분이 충실해야 확장이 가능해요. 작품이 좋고 재밌어야 사람들이 읽고, 그래야 그걸 가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렇단 말이죠. <문학3>도 실제로 거기 실려 있는 글이 좋을 때 그 이후의 활동을 만들어가기가 수월했어요. 가령 이번 <문학3> 종이 잡지 창간호에 실려있던 김현 시인의 시나 윤이형 선생님의 소설을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런 작품들이 좋아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또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담을 봤더니 나와는 다른 생각들이 거기에 실려 있으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자신의 비평적 입장을 웹에 올리고 하는 방식으로요. 이런 잡지들의 활동 속에서 좋은 글들이 계속 발굴될 수 있는 것은 그런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이와 같은 일련의 살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서 좋은 필자들, 좋은 글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잡지를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작가들도 있을 테고요. 그런 차원에서 이 잡지들이 영향력 혹은 역할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실제로 잡지를 본 다음에 ‘어? 나는 전혀 몰랐던 사람인데 좋은데?’ 싶어서 그 사람의 또 다른 책을 찾아 읽고,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서 얻은 생각으로 자기 삶에 도움을 얻는 분도 있으실 테고요. 잡지들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내용에 제일 충실할 때 힘과 역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백다흠 : 오히려 이 질문은 문학 독자들에게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문학 수요자들에게. 그게 맞지 않을까요? 출판 시장은 너무 커요.




서효인 : 그건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이라고 하면 자기들만 즐기고 그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 약간 고루한 것. ‘지금’은 안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점 더 굳어가고 있을 때에 거기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할은 한 것 같아요. 


양경언 : 자꾸 <문학3>의 중계 좌담 얘기를 해서 민망한데요. <문학3> 창간호에서 소설 얘기하는 자리에 부지영 감독님이 오셨어요. 때마침 이번 창간호에 실린 소설들이 여성 캐릭터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많았거든요. 그걸 보면서 감독님이 한국 영화판에서는 이 정도까지의 능동성을 발휘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잘 몰라서 편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문학작품이 고루하고 촌스럽고 내 삶과 동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내 삶과 연결되는 지점에 있겠네’라는 방향을 주는데, 이 잡지들이 그 역할을 조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백다흠 : 두 가지 마음이에요. 잡지를 펴내면, 이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다른 마음에서는 정말 다 보지 않고 몇 꼭지만 보고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 마음이 계속 갈등하고 있는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은, 이 잡지를 내가 주도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제작자의 입장이고, 이 중에서 몇 개만 보고 버렸으면 하는 것은, 잡지가 가지고 있는 효용성을 너무 과대하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요. 독자들을 만나서 정독하고 이야기를 하면 너무 좋죠. 그런데 잡지를 굳이 그렇게 전문서적 다루듯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자 : 아까 백 편집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백다흠 : 사실 출판 시장에 문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때가 있고 낮을 때가 있어요. 고르지 않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이 잡지 세 권이 영향을 끼친다는 건, 영향을 끼친다 해도 아주 미미한 수준에 미칠 거라는 거. 또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출판 시장에.

기자 : 어떤 이유에서요?

백다흠 : 좀 다른 이야기인데, 잡지는 방향을 가지고 시장을 향해서 주도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내부적으로는 문학적 정체성을 가지되 그걸 출판시장의 어떤 방향타를 돌려놓고 상정한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양경언 : 한국 문학 작품이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요. 한국 사회에서 지금 사용하는 말과 글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고, 잘 알려고 노력하지 못하게 막는 부분들도 많죠. 문학작품이 지금 당장은 큰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멀리 봤을 때 문화를 이루는 토대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TV콘텐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시장 중심으로 사고를 하기 시작하면 천편일률적이 되기 쉽고 양질의 내용이 만들어지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긴장의 힘을 유지하는 게 또한 문학의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학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견인해가고 그런 길을 만들어 나가는데 잡지의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 [지금 여기, 문예지의 역할은 무엇인가①] “’예쁘게 망해보자’라는 생각있었다”


글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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