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단단한 훈육> 이임숙 저자 인터뷰
마트만 가면 장난감 사달라고 바닥에 눕는 아이, 식당에 가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식당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 아이, 동생하고만 있으면 자꾸 동생을 때리는 아이… 이런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엄마·아빠는 갖가지 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소리 지르고 후회하고, 화내고 마음 아파하며 눈물짓기 일쑤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잘 훈육할 수 있을까?
아동심리학자인 이임숙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이 아이가 어떤 성향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통하는 훈육의 절대원칙을 공개했다. 최근 나온 책 제목에 그 원칙이 들어있다. <따뜻하고 단단한 훈육>(카시오페아/2017년)이다. 어떻게 따뜻하면서 단단한 훈육이 가능하지? 조금은 모순 같은 제목의 숨은 뜻을 듣기 위해 6월 20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로 찾아갔다.
지난 15년간 2만 시간 이상 아이와 부모를 상담해온 이임숙 소장은 “훈육의 핵심은 아이, 더 나아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라는 철학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따뜻하고 단단한 훈육’의 원칙을 따뜻하고 유쾌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열심히 받아 적은 훈육의 비법을 공개한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와 ‘어떻게 따끔하게 혼을 내줄까’는 전혀 다른 길”
Q 작년엔 <하루 10분, 엄마놀이>를 통해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놀이를 알려주시더니 이번엔 훈육을 다룬 책을 내셨네요. 책을 낸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 일이 아이의 심리와 관련된 모든 걸 고민하는 건데 훈육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훈육은 부모님들이 하는 거고 저는 문제가 발생된 아이들을 중심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7,8년 전부터 훈육의 실패로 상담오시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훈육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케이스들을 계속 만나면서 이건 얘기해줘야겠다는 소명의식 같은 게 생겼어요.
Q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분위기도 책 쓰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도 하죠. 그건 우리 문화가 바뀌어버린 거예요. 우리 어렸을 때 밥상머리 교육 잘 받았잖아요? 어른들 수저 들기 전에 밥 안 먹는다, 어른들 식사 끝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식으로요. 양육 태도에 따라 권위적인 부모, 민주적인 부모, 허용적인 부모로 나누는데 요즘은 허용적인 것과 민주적인 것을 잘 구분 못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교육에서 창의적인 걸 중시하다 보니 ‘애 기 죽이면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들이 있어서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데 죄책감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진짜 민주는 권리를 누리는 동시에 의무를 잘 행하는 거잖아요. 아이가 권리만 누리려고 하고, 꼭 따르고 배워야 하는 의무인 인간적인 규칙과 규율을 못 가르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거죠.
Q 보통 혼내는 게 훈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에서는 혼내는 것과 훈육은 다른 거라고 하셨어요.
부모는 혼을 낸 거지만 아이는 혼이 난 거잖아요. ‘혼이 나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이 빠지는 거예요. 우리가 혼내는 목적은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어떤 게 옳은 행동인지를 배우게 하는 건데 정신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놓고 “이제 배워!” 하면 아이가 배울 수 있겠어요? 훈육의 본래 뜻은 ‘도덕과 품성을 가르치다’예요. 우리가 고민해야할 건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이지, ‘어떻게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줄까’는 전혀 다른 길인 거죠.
“’따뜻하게’ 아이들 마음 품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단단하게’ 말하는 태도 중요”
Q 훈육의 원칙으로 ‘따뜻하고 단단하게’를 제시하셨어요. 따뜻하면서도 단단할 수 있는 건가요?
엄마들을 관찰하면 재미있는 게 있어요. “선생님, 훈육은 단호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물으실 때 보면 100명 중 90명 이상이 ‘단호하게’를 말할 때 미간이 찌푸려져요. 제가 “단호하게 말고, 단단하게 훈육하는 거예요. 따라해 보세요. 단단하게” 하면 미간이 그대로 있죠. 언어가 우리한테 주는 영향인데 엄마가 인상 찌푸리고 윽박지르면 아이들은 정말 혼이 나가버리는 수밖에 없어요.
이 책은 훈육의 철학적 원칙을 제시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은 누가 누구를 혼내는 존재가 아니에요. ‘나는 부모로서 너를 잘 가르쳐야 하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네가 상처받지 않고 잘 배울 수 있을까’로서의 ‘따뜻하게’죠. 사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따뜻함을 느낄 때보다는 짜증나거나 속상한 순간이 더 많거든요. 그럴 때 ‘따뜻하게’ 아이들 마음을 품어주고, 대신 안 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단단하게’ 해야죠. 그래서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힘든 마음에서 벗어날 때까지 단단하게 지켜주면서 따뜻하게 공감해주는 겁니다.
Q 책에 부모들이 아이가 잘 할 때 중간중간 “잘 참고 있구나” “정말 훌륭하다”처럼 지지를 해줘야하는데 잘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너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혼낸다는 부분에서 많이 찔렸습니다.
이상하게 우리는 그런 태도를 다 가지고 있어요. 애가 잘 하고 있으면 엄마는 잠깐 시간의 여유가 생긴 거잖아요. 이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죠. 그런데 이 시간을 연장하려면 잘하고 있을 때 지지해줘야 진짜 강화가 돼요. 그 행동을 더 강하게 인식시키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강조해주는 거죠. 지금 네가 잘하고 있다고 강조하면 아이들은 새로운 인식이 생겨요.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했더니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구나. 이 행동을 하면 칭찬도 받고 나도 뿌듯하구나. 이게 강화예요.
그런데 애가 떼를 쓰면 결국엔 부모님들이 지잖아요. 그러면 아이는 부정적이긴 하지만 거기에 강화를 받아요. ‘아, 떼쓰면 뭔가를 얻는구나’. 그러면 그 방법을 포기하지 않는 거죠. 이미 부정적인 행동이 습관화된 아이를 다시 긍정적인 행동을 이끄는 건 어려워요. 그래서 부모님들의 훈육 태도가 중요하죠.
Q ‘따뜻하게’와 ‘단단하게’의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요. 부모님들이 따뜻해야할 때 호통을 치고, 단단해야할 때 허용을 하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요.
‘이건 사람에 대한 철학의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이를, 그리고 나를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의 문제죠. 아이도 인성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 해요. 내가 뭔가 훌륭한 일을 해내 사람들한테 좋은 소리를 듣고 나 또한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기. 이게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라면 이걸 아이가 경험하게 해야 되는 거잖아요. 내가 좋은 인성을 말로만 가르치는가, 아니면 경험하게 하는지를 돌아봐야죠.
훈육이 어려운 분들의 특징이 제대로 안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래놓고선 잘못하면 혼내죠. 부모님들이 아이가 많은 걸 안다는 전제로 아이를 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몰라요. 하나하나 다 배워야죠. 요즘 부모님들은 정말 말로만 가르쳐요. “배려해야지” 하면서 실제로는 엄마가 아이를 배려 안 해주죠. 그런 경우를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나쁜 점만 보지 말고 잠재력과 가능성 봐야”
Q 책에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 훈육법인 아이 양팔을 붙잡고 얘기하거나 무시하기 등을 가정에서 적용할 때 많이 실패한다고 하셨어요. 왜 그럴까요?
방송에서 나오는 전문가가 보여주는 태도를 똑같이 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마주 보라고 했는데 눈에서 레이저가 막 나가고, 윽박지르면서 아이 마음에 공포심만 남게 하죠. 저희 상담가들도 공부하면서 해보는데 저조차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내가 애를 왜 이렇게 하고 있지 반성이 되더라고요.
또한 ‘무시하다’는 용어 자체가 안 좋은 언어예요. 어른도 무시 받으면 욱하고 치미는데 그걸 아이한테 하는 거잖아요. ‘무시하기’가 아니라 ‘강화를 주지 않는 거’예요. 네가 보이는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거죠.
실제로 훈육 상담을 오는 분들 보면 대부분 양팔 붙잡고 얘기하기, 무시하기, 생각하는 의자, 방에 가둬놓기 등을 거의 시도해보신 분들이에요.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며 그 후유증을 많이 호소하시죠.
Q 훈육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일단 엄마가 자신한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를 붙들어놓고 약간 경직된 시간을 가져서 짠하긴 하지만 엄마는 왠지 개운할 때가 있어요. 또 아이의 표정과 아이의 말로도 알 수 있어요. 아이 표정에서 개운함이 느껴지거나 조금 예쁜 짓을 하려는 게 분명히 보이면 성공적인 훈육이에요. 부모님들이 그 변화를 잘 못 알아채시는데 그건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예요. 혼내면 180도 변화된 행동을 기대하는데 사람의 행동은 그렇게 될 수 없어요. 마음이 움직여야 하니까요.
잘못된 훈육의 특징은 아이들이 무서움과 공포심을 느껴요. 그런 거 보셨을 거예요. 엄마가 머리 만진다고 손만 들어도 아이가 움찔 놀라는 거. 그런 게 잘못된 훈육의 후유증이죠.
Q 책에서 어떤 방법을 시도해도 잘 안 되면 ‘무조건 아이의 훌륭한 점부터 찾아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라고 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아이의 강점 찾기가 중요한 까닭을 들려주세요.
우리는 유교의 영향인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의 단점을 지적해야 한다는 오해가 있어요. 잘못된 신념이죠. 이 폐해는 잘못된 것만 그렇게 눈에 보인다는 거예요. 부모 교육 때 아이 장점과 단점 쓰라고 하면 단점은 100개도 써도 장점은 2,3개 겨우 쓰는 경우가 많아요. 참가자들이 서로 얘기하면서 비슷한 점이 있으면 다시 쓰면서 발표를 하는데 듣다 보면 ‘쟤 되게 훌륭한 아이다’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아직 본인 아이에게서는 안 느껴지죠. 그런 작업을 통해 우리 아이의 나쁜 점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이미 지금도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시라는 거예요.
아이를 문제투성이로 볼지 엄청난 잠재력과 강점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존재로 볼 것인가의 차이죠. 아이는 당연히 나보다는 낫다는 걸 기억하시고, 나보다 나은 점을 잘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세요. 부족한 내가 아이를 자꾸 지적하면 나처럼 살라는 얘기 아닌가요?
글 : 신정임(북DB 객원기자)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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