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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26. 2016

'응답하라 1955' 반세기 만에 도착한 책 선물

초판본으로 다시 만난 김소월, 윤동주, 백석, 김구

난해 11월, 경성우편국 속달로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보낸 이의 이름은 ‘김정식’. 시인 김소월의 본명이다. 그 안에는 명동 풍경 엽서, 대한제국 시절의 우표와 함께 1925년에 출간된 <진달래꽃>의 초판본이 함께 들어 있었다. 꼬박 91년 만이다. 이 소포는 1925년 중앙서림에서 출간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91년 만에 복원해 ’경성에서 김소월 시인이 직접 보내온 소포’인 것처럼 독자들에게 발송한 것이다.


최근 출판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 ‘초판 복간본’이다. 앞서 말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1월 말에 출간된 윤동주 시인의 서거 10주기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 시인의 <사슴>과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초판본 열풍의 가세를 더했다. 당시 출간된 초판본의 디자인이나 표기법, 형태 등을 복원해 낸 정교한 작품들은 수집가들과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들여다보자.



1925년 <진달래꽃> 김소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노래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1925년 중앙서림에서 출간된 이후 91년 만의 복간되었다. 첫 출간 이후 국어 표기법과 각기 다른 편집자들의 손을 거쳐 처음과는 다른 모습으로 출간되었던 시인의 <진달래꽃>은 세로쓰기와 우측 넘김의 방식까지 91년 전 초판본의 모습 그대로 복간되었다. 떠나는 님을 진달래 꽃으로 축복하는 시인의 대표 시 ‘진달래 꽃’을 포함해 . ‘엄마야 누나야’, ‘접동새’, ‘자나 깨나 안즈나서나’ 등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김소월 시인이 5년 남짓의 짧은 문단 생활 동안 남긴 시들을 당시의 표기와 활자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1955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난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의 서거 71주기였다. 스물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빛을 보게 되었다. 최근 그의 삶을 그려낸 영화 <동주>의 개봉과 맞물려 더욱 큰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지난 1955년 시인의 서거 10주기에 초판본과 유족들이 보관 중이던 원고를 더해 출간한 증보판을 복간한 것이다.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쉽게 쓰여진 시’ 등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시인이라 불리었던 청년의 삶이 이 시집 속에 깃들어 있다.



1936년 <사슴> 백석

향토적인 서정이 깃든 시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한 백석 시인의 문단 데뷔작 <사슴> 역시 초판본으로 복간되었다. 윤동주 시인이 필사를 하고 당대의 시인들이 가장 소장하기를 원했던 시집으로 유명하다. 1936년 출간 당시에도 단 100부만 한정적으로 출간되어 문인들 사이에서조차 전설이 된 이 시집을 현대의 독자들이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수한 평안도의 사투리로 고향의 정서를 노래한 시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1947년 <백범일지> 김구

광복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는 상해 임시 정부 시절부터 두 아들에게 유서의 형식으로 남긴 자서전이자 독립운동 기록서다. 1947년 처음 출간된 <백범일지>의 초판본을 그대로 복간한 이 작품은 민족독립운동 그 자체였던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특히 김구 선생의 탄생 140주년이 된 올해 <백범일지>의 초판본 복간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전 생애를 오로지 조국을 위해 바쳤던 큰 스승의 신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의 작품을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매력에 구입 독자층은 절반 이상이 20~30대의 젊은 여성으로 압도적이다.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하나를 소비하는 것으로 끝나던 문학 독자들이 이제 한국 문학을 역사적 맥락과 관계망 속에 놓고서 이해하기 시작했다”라며, “타자를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새롭게 눈 뜨는 작업이 공감이고 문학은 공감의 방식으로 읽혔는데, 이제 공감은 줄고 문학을 ‘소유’하려는 자기만족의 한 형식으로 바뀐 결과”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여 복간된 초판본에는 시간을 초월한 그 시절의 온기와 신념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취재 : 임인영(북DB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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