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이언스

암은 정복될 수 있을까?

by 인터파크 북DB

노벨상 수상자이자 분자생물학의 선구자 시드니 브레너는

언젠가 노벨상 수상자를 모아놓고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강연이 끝난 뒤에 승려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물리학을 하게 되었습니까?

그랬더니 그 물리학자가 말하길,

어릴 적 트랜지스터라디오가 너무 신기해서 다 분해한 뒤 다시 조립을 했는데

계속 소리가 나더래요. 그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물리학을 했다고요.

차례가 돌아와서 그 승려가 다시 시드니 브레너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생물학을 하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그가 이렇게 답했죠.

어릴 때 개구리를 보고 너무 신기해서 한번 다 분해한 뒤 다시 조립을 했는데,

절대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생물학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게 물리학과 생물학의 차이입니다.

암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제 연구실을 찾아오는 학생 중 암을 치료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 난감하게도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저는 정상세포가 어떻게 암세포가 되는지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일 뿐이죠.

현장에서 질병으로서 암과 싸우는 사람들은 의사입니다.

반면에 과학자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죠.

20160504103212939.jpg 그림 설명: 암에 대한 최초의 그림 <클라라 야코비>(1689)


사전적으로 암은 악성 종양malignant tumor으로 양성 종양과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암은 세계 인구의 전체 사망률에서 약 17퍼센트를 차지합니다.

특히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죠.

흥미로운 것은 선진국에서는 암이 사망률 2위이고, 심장질환이 1위입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암이 사망률 1위의 질병이죠.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바로 ’진단’ 때문입니다.

수명이 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가장 관심이 높아진 질병 중 하나가 암입니다.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암 진단 속도가 빨라지고 조기에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암이 사망률 2위지만,

암에 대한 조기 진단이 여의치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는 사망률 1위인 것이죠.

MIT의 암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인류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언젠가는 암에 걸리게 되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이것이 생물학적인 암에 대한 정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암은 노화와 직결된 질병인 것이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렸다고 하면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사실 암을 피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암을 다스리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생물학자로 제 관심은 암은 어떻게 발생하느냐는 생물학적 여행에 더 있습니다.

20160504103235807.jpg 그림 설명: 《네이처》에 수록된 왓슨과 크릭의 DNA의 발견에 관한 논문.DNA의 특성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이유와 연관되어 있다.


암은 몸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길 수 있는데,

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또 성별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같은 부위에 생겼어도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종양 덩어리에서도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모두 다른 세포라는 것이죠.

따라서 어느 암세포에 대해서 이해하거나 형상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암을 정복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암세포는 계속 변하는 세포입니다.

따라서 정복하기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암은 일반적인 생명 현상에서는 보기 드문 기작을 갖고 있습니다.

혈관이 다시 생기는 것, 다른 세포 기관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것,

이동하는 것 모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기작입니다.

변신의 귀재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무척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현상입니다.

과학은 질서를 찾는 작업입니다.

다르다고만 하는 것은 현상의 기술일 뿐이죠.

왜 다를까, 어떻게 다른 것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1900년대에 들어 암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됩니다.

과학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죠.

암은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심지어 개인별로 추세가 다 이질적입니다.

그걸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유전정보에 답이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정보의 특징을 잘 안다면,

그에 꼭 맞는 약을 쓸 수 있고, 그에 꼭 맞는 치료법을 쓸 수 있습니다.

바로 맞춤의료, 맞춤의학입니다.

이것은 환자 자신의 유전정보에 맞는 치료를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20160504103301337.jpg 그림 설명: 표적형 맞춤의학의 최초 사례인 항암제 글리벡(Gleevec)


암은 유전정보의 변형 때문에 일어납니다.

정상 종양과 달리 무한히 증식하는 암세포는

바이러스 혹은 대사성 질환과 관련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줄기세포에 유전적 변형이 일어나면 암줄기세포가 발생하게 되죠.

암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치료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암의 발병 기작을 규명하고 암세포가 가진 특징을 잘 포착해야 합니다.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암의 정복은 꿈이 아닌 현실로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강연 : 이현숙(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정리 : 휴머니스트 편집부

* 이 원고는 재단법인 카오스에서 2015년 상반기에 진행된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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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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