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의 기원'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종교는 자기가 모르는 두렵고 신비한 세계를 이미 알고 있는 것에 가두지 않고,
그것을 안다며 오만하게 굴지 않고, 그 세계에 경외심을 표하는 겁니다.
이 경외심을 저는 종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대해 말할 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한 종교인이란 어떤 개별적인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엄청난 우주의 질서에 대한 것입니다.
씨앗에서 싹이 터서 꽃이 피는 과정을 과학자들이 설명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늘에 별이 몇 개나 있을까요?
허블 망원경이 만들어진 이후에 지금 1000억 개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1000억 개의 1000억 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무한한 세계에 대한 경외심, 그것이 바로 종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10만 년 전에 서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한 뒤 지구 곳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특히 유럽 지역으로 간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림을 남기기 시작하죠.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벽이 아닌 천장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879년에 마르첼리노 데 사우투올라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했죠.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이 사람은 열 살짜리 딸과 함께 동굴 탐사를 떠났죠.
그런데 딸이 갑자기 천장을 보라고 했더랍니다.
그러니까 딸인 마리아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발견한 셈이죠.
플라톤은 인간이 허상을 본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남의 눈으로 보고 남의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간다는 것이죠.
용기 있는 사람은 이것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나를 조종하는 어떤 허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것을 바로 동굴에서 발견하죠.
동굴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동굴이 많지 않은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그 공간이 사막으로 나오죠.
호모 사피엔스들은 깊고 좁은 지하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깊은 몽환과 침묵에 온전히 자신을 맡겨두죠.
자신만 남겨진 고유한 공간에서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고
거기서 자신에게 맡겨진 유일무이한 섭리를 깨닫는 겁니다.
카스퍼 프리드리히의 '해변의 수도승'
기도라는 것은 라틴어 단어 콘템플라티오(contemplation)에서 나왔습니다.
12세기 중세 신학에 처음 등장한 단어죠.
의미는 "위에서 찍어보다."입니다.
"자세히 관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의 과거분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단어는 '-와 함께'라 는 전치사 'cum'과
'하늘을 나는 새의 모양(augury)을 보고 점을 쳤던 장소'인 'templat-' 의 합성어입니다.
독수리눈으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찍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묵상이고,
기도라는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극이라는 전통이 발달했습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만든 그리스의 페리클레스 장군이 기원전 5세기에 시작했죠.
그리스 사람들은 극장에 모여서 연극을 즐겨 보았습니다.
배우가 가면을 쓰고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극중 인물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극중 인물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죠.
제3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깊이 바라보는 것. 여기서 바로 예술이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이렇게 묵상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간은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은 어쩌면 영적인 동물일 겁니다.
강연 : 배철현(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정리 : 휴머니스트 편집부
* 이 원고는 재단법인 카오스에서 2015년 상반기에 진행된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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