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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칼럼

7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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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오래된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도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 supremet***


우울증은 정신의 다리가 부러져버린 증세입니다. 육체가 직립보행을 하듯 정신도 직립보행을 해야 하고, 그 정신의 직립보행은 자신이 살아가는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 다리가 튼튼하지 못한 이들이 무너진 하늘에 깔려서 다리가 부러져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세상이 무너진 채로 엎어져 울고 있을 수밖에 없. 자신의 세상을 위해 발버둥치고 싶지만 부러진 다리로는 도저히 무거운 하늘을 짊어질 수 없기 때문이죠.



우울증은 병입니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깁스를 하고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야 하듯
정신의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똑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문제를 지혜롭게 풀려면 일단 상황을 단순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은 쉽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렇게 쉽게 바라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되거든요.



내 몸이 정상적일 때는 눈앞의 컵 하나가 작은 크기일 뿐이지만 내 몸이 쪼그라들어 귀걸이만해지면 그 컵은 아주 거대해 보입니다. 컵의 크기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입니다. 아주 거대한 컵에 두려워하다가 사실 그 컵이 작았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쪼그라든 몸에 공기가 주입되기 시작합니다.



법우님은 우울증을 7년째 앓고 있다고 하셨지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노력을 정말 열심히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결과를 놓고 볼 때 상황은 매우 단순합니다. 아직 우울증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을 하셨다면 그 노력은 잘못된 노력일 가능성이 크고, 만약 노력을 안 하셨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 있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부터 노력을 할 것인가? 이 순간 YES를 선택하신다면 법우님의 정신의 다리는 완쾌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 순간 NO를 선택하신다면 가능성은 닫힙니다.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검은 늑대와 흰 늑대가 살아간다고 합니다. 또한 이 세상 곳곳에서 세력 확장을 위한 두 늑대의 싸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죠. 검은 늑대의 이름은 절망입니다. 흰 늑대의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 싸움의 끝에서 결국 어떤 늑대가 이기게 될까요? 절망? 희망? 둘 다 틀렸습니다. 주인이 먹이를 더 많이 주는 늑대가 힘내서 이긴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기고 지는 것은 희망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고 주인의 선택일 뿐이죠.



법우님의 질문에 대한 고정된 답은 없습니다. 법우님이 희망을 선택하시고 그 희망에 올바른 노력을 더한다면 그 노력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주셨다는 것은 분명히 희망을 선택하고 싶은 몸부림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흰 늑대한테 먹이를 주세요. 또한 부러진 다리를 완쾌시키기 위한 올바른 방법을 실천하세요. 그럼 분명히 행복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수십 년을 학대 받고 살아간 사람들도 웃을 수 있습니다.
희망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끝없이 이어지는 배고픔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흰 늑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 것입니다.



선택하세요. 흰 늑대를! 그러고 나서 올바른 방법에 대한 질문을 새로 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달달한 커피 한잔 하며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힘내세요.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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