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하루하루가 아이 걱정으로 불안해요

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by 인터파크 북DB

20160311093434664.jpg



스님, 저는 운동하는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아이를 경쟁 속에 키우는 거 같아 늘 불안합니다. 경기 때 실수라도 하면 지도자들 눈 밖에 날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아무리 제가 맘을 놓으려 해도 늘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네요.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뒤덮고 있는 다양한 고통을 생로병사 우비고뇌로 표현하십니다. 이 중에 우가 바로 근심, 걱정인데요. 실제로 하등 쓸모 없는 걱정들이 온 세상을 덮어버린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맞습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부처님도 본격적으로 걱정을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셨겠죠? 하지만 하등 쓸모 없는 걱정이라는 표현처럼 이 걱정이 지나치면 백해무익합니다. 걱정이 생기는 근본은 단순합니다.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무엇에 집착하는 걸까요?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에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경험에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미래는 바라는 모습으로 펼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사실을 알고 미래에 대한 집착을 턱 내려놓는 사람은 걸림이 없어집니다. 집착에서 벗어났으니 쓸모 없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된 것이죠.



자녀들은 부모의 영향, 그 중에서도 어머니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머니가 자녀들에게는 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뿌리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어머니의 열매고 꽃이죠. 그래서 어머니는 자녀들을 위해서 반드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자녀가 없는 한 여성으로써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의무사항이지만 어머니라면 스스로 반드시 행복해져야 할 의무가 있는 거예요. 그 어깨에 자녀들의 행복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이 함께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경험한 수많은 사례를 통한 부모 자녀관계의 흥미로운 결과가 한 가지 있습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가 관심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지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찾아온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들에게 과한 애정을 쏟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한 애정이라는 말은 곧 집착이라는 말과 통합니다.



이러한 집착의 방향이 자녀에게 향하는 순간 자녀들의 숨통이 조여 오기 시작하죠. 자녀들을 옥죄고 있는 그 집착을 거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제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아이의 천진함을 되찾는 모습을 수 없이 목격했습니다.



어머니는 본래 자녀에게 행복을 전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행복만큼 사람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힘이 없기 때문에 행복을 선물 받은 아이들은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행복을 선물할 힘이 없다면… 다른 표현으로 바꾸자면 어머니가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면… 일단 자녀에 대한 집착이라도 좀 거두어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한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면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자녀에게 거둔 집착의 힘을 철저하게 자신에게 쏟아보세요. 자신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어머니는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행복이 자녀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자녀에게 쏟던 관심을 이제 자신의 행복에 쏟아보세요. 자신을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투자해보세요. 지금 갈 곳 없는 집착이 괜히 쓸모없는 걱정을 만들고 있자나요. 갈 곳 없는 집착의 힘을 쏟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넘어섰다면 이제 어머니는 아이에게 관심 정도만 남겨두고 집착은 거두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 힘으로 어머니의 일을 해보세요.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경제활동도 좋습니다. 아니면 평소 하고 싶었던 자기계발도 좋습니다. 취미 활동도 재미있겠죠.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셔도 훌륭한 일입니다.



이제 자신을 위해 투자할 차례입니다.



10년을 넘게 어머니로써 아이에게 자신의 24시간을 투자하셨으면 이제 충분합니다.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투자해보세요. 몸과 마음이 무엇인가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쓸데없는 걱정도 없어지고, 아이에 대한 집착적인 간섭도 사라집니다. 또한 스스로 한 개인으로써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삶의 만족감도 높아지죠.



아이는 이미 많이 컸습니다. 온전히 보호 받아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그런데 여전히 어린아이를 대하듯 에너지를 쏟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까지 생깁니다. 왜 그렇게 힘든 선택을 하세요. 어머니로써 충분한 역할을 지금까지 수행하느라 고생했던 자신을 인정해주시고 이제는 ’어머니 : 개인’으로의 힘의 분배를 개인 쪽으로 좀 더 두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이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일단 이렇게 가닥을 잡고 세부적으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결심’ 이후에 할 일입니다.



무엇이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보시고 관심, 집착의 방향을 바꾸는 결심을 하시기를 권합니다.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


2015110314223038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얼마 전 가족 같은 반려견을 떠나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