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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칼럼

[점심] '삼시 세 끼' 먹는 시대라 참 다행이야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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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 사람들은 하루에 몇 끼를 먹었을까요? 한 끼? 두 끼? 세 끼? 놀랍게도 모두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은 '시도 때도 없이 먹었다'예요. 당시에는 음식을 구하기가 힘들어 언제 다시 배를 채울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자주 먹었지요. 지금처럼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인류사의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본래 앵글로·색슨계 사람들은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만 먹었다고 해요. 16세기에 아침은 아주 간단한 식사였지요. 이러한 사실은 '아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블랙퍼스트(breakfast)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그치다'라는 의미의 브레이크(break)와 '단식'이라는 의미의 패스트(fast)를 합쳐 만든 것으로, 글자 그대로 '단식을 그치다'라고 해석하지요. 이는 전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가 아침에 뭔가를 조금 먹음으로써 단식 상태를 멈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아침 식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프티 데쥬네(petit-déjeuner)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데(dé-)는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사이고 (죄네jeûner)는 ‘단식하다'라는 뜻이니까 이 둘을 붙이면 '단식을 멈추다'라는 의미가 돼요. '작은'이라는 의미의 형용사 프티(petit)가 그 앞에 붙어 '아침에 뭔가를 조금 먹어서 단식 상태를 멈추다'라는 뜻의 프랑스어가 된 것이지요. 원시시대와 그 이후에도 저녁은 일찍 먹었어요. 당시에는 전기나 호롱불 같은 조명이 없어 날이 어두워지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점심(lunch)은 어떻게 해서 생긴 걸까요? 점심은 아침 먹는 시간이 빨라지고 저녁을 좀 더 늦게 먹게 되면서 생겨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생겼어요. 인류의 긴 역사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일입니다. 1755년 새뮤얼 존슨 박사는 자신이 쓴 <영어 사전>에서 점심을 "사람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처음에 점심은 런치가 아니라 런천(lunchen)이라 했는데, 19세기에 지금처럼 런치로 줄여 쓰게 되었어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의 전통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산업혁명이 큰 역할을 했지요. 산업혁명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어난 기술 혁신으로 시작된 사회 및 경제 구조의 변혁을 의미하지요. 여기서 말하는 기술 혁신이란 사람이나 짐승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을 말합니다. 기계는 사람이나 짐승과는 달리 피로나 허기를 모르지요. 당시 공장주나 기업주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 오후 2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정해지고, 이 시간에 맞추어 세 끼 식사 습관이 정착하게 되었답니다.


영국인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개량에 성공하면서 영국은 사업혁명을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되었어요


우리 선조들의 식사 습관은 어땠을까요? 우리 선조들도 본래 하루에 두 끼를 먹었어요. 이러한 식사 습관은 '아침'과 '저녁'을 뜻하는 조석(朝夕)이라는 말에서도 엿볼 수 있지요. '점심(點心)'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초기부터인데, 글자 그대로 '배 속에 점 하나 찍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었어요. 19세기 중엽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를 보면, 낮이 길고 일을 많이 하는 음력 2월부터 8월까지는 하루 세 끼를, 낮이 짧고 일이 별로 없는 9월부터 2월까지는 하루 두 끼를 먹었다고 하네요.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사진 : 글담출판사 제공

글 : 칼럼니스트 장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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