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등급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공부법]
문학은 해석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로 나올 때는 정답이 1개여야 합니다. 문학 감상은 주관적이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객관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본격적으로 답하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해석이 다양한 것은 문학만의 특성이 아닙니다. 다음 그림을 보겠습니다. 이 간단한 그림만 해도 해석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단순히 동그라미일 수도 있고, 숫자 0(영)일 수도 있고, 한글 자음 O(이응)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다크초콜릿을 얹은 도너츠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러한 다의성 때문에 생활에 혼란이 오나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앞뒤 맥락이 해석을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1, ○, +1에서는 숫자 0이고, □, ○, △에서는 동그라미고, ㅅ, ○, ㅈ에서는 한글 자음 ㅇ(이응)입니다. 즉, O는 다양하게 해설될 가능성이 있지만, 맥락에 따라 1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동의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앞에서 제기한 질문에 답해보겠습니다. 해석이 다양할 수 있는 문학이 정답이 1개인 객관식 문제로 나올 수 있는 이유, 주관전 문학 감상과 별개로 객관적 문제 풀이가 가능한 이유!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가 해석의 다양성을 제한합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이 시를 읽고 해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 유학 간 여자친구를 그리는 시
- 감방에 수감된 남자친구를 그리는 시
- 남북 분단 상황에서 이산 가족과의 만남, 더 나아가 통일을 꿈꾸는 시
- 겨울마다 찾아오는 붕어빵 장수 아저씨를 그리는 시
- 군대에서 보초 서며 교대할 사람이 오기를, 상하번을 기다리는 시
- 러브라이브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시
시를 읽는 사람이 어떤 맥락을 상상해보느냐에 따라 감상의 내용은 다 달라집니다. 그런데 시험에는 이러한 해석을 제한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보기>입니다. 위 시에 대해 2014학년도 예비평가 <보기>를 소개합니다.
보다시피 출제자는 해석을 두 가지로 제한했습니다. 아무리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시라도 수험생은 <보기>의 방향에 맞춰 2가지로만 해석해야 합니다. 이것마저도 자신이 주관식으로 의미를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가 만들어 놓은 선지를 놓고 적절한지 판단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이유로 문학은 문제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의 형식적인 면은 주관적 감상의 영역이 아니다.
○가 어떤 의미인지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 모양이 둥글게 그려진 형태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에는 이런 형식적 측면을 묻는 문제도 나옵니다. 아무라 감상이 주관적인 문학이라고 해도, 형식을 묻는 문제는 객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문제는 앞 시에 딸려 있던 것인데, 제가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밑줄 친 부분은 해석의 다양성, 감상의 주관성과 무관합니다. (①마저도 어미 ’-리’가 어떤 일을 할 자신의 의향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는 형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은 뛰어난 감상 능력이 아니라, ’반어’, ’수미상관’ 같은 문학 개념입니다. 이런 문제는 용어가 의미하는 것과 작품의 형식적 모습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일 뿐입니다. 이런 건 맞고 틀림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항입니다.
셋째, 내용 감상 문제는 대충의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하다.
위 그림에서 가로축 모든 점의 색은 다 다릅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요. 만약 왼편의 파란 색 중 근접한 두 점을 찍어 같은지 다른지 학생들에게 판단하게 하면? 쉽게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 색은 같은가, 다른가?
하지만 왼편의 파란 색 중 하나, 오른쪽의 빨간 색 중 하나를 대충 찍어서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게 하면? 시력에 문제가 없는 한 누구나 쉽게 맞힐 것입니다.
두 색은 같은가, 다른가?
문학을 재료로 문제를 낼 때도 이와 같습니다. 앞 시에 딸려 나왔던 ’감상’ 문제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우리들의 꿈이 만나 /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에서 ㉠은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 합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유학 간 여자친구를 그리는 사람에게도, 감방에 수감된 남자친구를 그리는 사람에게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이산 가족에게도 모두 ’긍정적’인 동시에 지향점(=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로 지정한 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추운 길목에서 /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를 출제자는 ’부정적 상황’으로 표현했습니다. 즉, ①에서는 시어를 긍정과 부정으로만 시어를 갈랐기 때문에 구체적인 감상은 다 다를 수 있어도, 큰 흐름상 이 정도 구분은 누구나 공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②도 이 정도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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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원리로 문학을 재료로 객관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문학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되려면 앞서 살펴본 원칙들에 맞춰 공부해나가면 됩니다. 대충의 흐름을 따져 푸는 연습을 하고, 기출된 문학 개념어를 공부하고, <보기>를 잘 읽고 거기에 맞춰 풀면 됩니다. 너무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부 방법은 그게 전부입니다.
참고: 위에 사용된 지문과 문제는 국어의 기술1(2016) 164~167쪽에도 있습니다.
글 : 칼럼니스트 이해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