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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07. 2016

안전지대 아냐 VS 대지진 없다...불안의 해답은?

'원전 밀집지역' 울산 지진으로 불안 고조...'생존 지식' 담은 책들

                   


"지진 행동요령." 7월 5일 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랭킹에서 '급상승'한 검색어다. 그날 오후 8시 30분경 울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다섯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울산 동구 동쪽 약 50㎞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고, 가까운 부산, 구미 등 영남 지역 곳곳에서도 규모 2~5의 지진이 감지됐다. 경주-울산-부산으로 이어지는 남동 해안 지역은 세계적인 원전 밀집지역. 울산 도심 인근의 중화학공장은 1000여 개에 이른다. 이날 접수된 지진 신고는 울산 1600여 건을 비롯해 전국 8000여 건에 가깝다.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걱정과, 이 이상의 대지진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이 교차한다. 불안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지진 행동요령"을 검색하는 것으로 답을 구하고 있다. 지진은 대체 왜 일어나고, 지진 속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2011년 이웃 일본의 대참사가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지진에 대한 '생존 지식'을 담은 책들을 찾아봤다.


[지진을 알아야 한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오직 지진을 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이기화/ 사이언스북스/ 2015년)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지진학 입문서다. 저자인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지진학 박사 1호로, 한국 지진학의 태두(泰斗)라 할 수 있다. 그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적절한 지진학 입문서의 저술은 국내 지진학계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진 재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지진에 대한 국민의 지식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저술 취지를 밝혔다.


<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앤드루 로빈슨/ 반니/ 2015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이다. 과학의 시선으로 지진의 역사를 정리한 책. 지구가 생겨난 이래로 줄곧 지진에 맞서온 인류의 치열한 기록이자 보고서이다. 인류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수많은 지진과, 이에 맞서 지진을 연구하고 예측하려 한 인물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이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 문학 속에 어떻게 묘사되어 왔으며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살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결국 우리의 숙제는 하나다. 지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7월 5일 울산 지진 발생 이후 "지진 행동요령"이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진 안전 정복>(아리샘 편집부/ 아리샘/ 2011년)은 지진 발생 시 대처법을 한 권으로 정리한 실용서다. 100쪽 남짓한 얇고 가벼운 책. 간단명료한 그림 위주로 지진에 대처하는 방법을 망라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순간 대피만 잘 한다고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진이 휩쓸고 간 뒤, 폐허가 된 그곳에서도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레베카 솔닛/ 펜타그램/ 2012년)는 지진과 같은 대재난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지키고 삶을 이어나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부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까지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한 다섯 건의 대형 재난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 대재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보인 '이타주의'와 '연대'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책이다.


재해심리학이라는 관점에서 생존 방법을 탐구한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히로세 히로타다/  모요사/ 2014년) 역시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일본의 재해심리학 전문가인 히로세 히로타다 도쿄여자대학 명예교수. 그는 재해 사망사고의 상당 부분이 '제때 도망치지 못한' 이유 때문이라고 밝히고, 그것은 인간심리에 깔려 있는 위험한 덫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저자는 그 '심리적인 덫'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자신의 행동과 심리 속에 오히려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최선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3.11 동일본대지진의 교훈]


7월 5일 울산 지진 직후,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악몽'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울산을 중심으로 경주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남동 해안 지역은 원전 14기(건설 중 원전 포함)가 몰려 있는 세계적인 원전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성 단층 등 지질현상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울산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을 승인한 직후에 울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정말 '후쿠시마의 악몽'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걸까.


<멜트다운>(오시카 야스아키/ 양철북/ 2013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시점부터 사후 처리까지 1년의 과정을 르포 형식으로 정리한 사고 보고서이다. 저자인 오시카 야스아키 아사히신문 기자는 "엘리트나 중역, 선량이라 불린 사람들의 능력 결여와 보신, 책임전가, 그리고 정신의 황폐를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해두자"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사고 순간과 과정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정치·경제 분야의 역학관계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밖에도 일본의 인문학자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을 4년간 돌아보고 쓴 르포인 <죽은 자들의 웅성임>(이소마에 준이치/ 글항아리/ 2016년)과 '후쿠시마 이후의 삶'을 위한 한일 지식인들의 연속 좌담 내용을 담은 <후쿠시마 이후의 삶>(다카하시 데쓰야, 서경식/ 반비/ 2013년) 역시 2011년 후쿠시마의 대재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품고 있는 책이다.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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