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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17. 2016

아빠육아 '닥터오' 오상민 "아빠효과를 믿으세요"

                    



'아빠 육아'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아빠들을 겨냥한 육아용품이 나올 정도다. 서점 육아 코너에서도 '아빠 육아'를 내세운 책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육아 전문가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아빠의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이 물음에 대한 친절한 답과 같은 책이 나왔다.

 
<똑똑! 닥터오 아기 진료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오상민 참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첫째 승아를 낳고 쓴 1년 동안의 육아일기와 함께 신생아 케어부터 수면교육, 모유수유, 이유식, 훈육법, 각종 질병에 관한 팁까지 영유아기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각종 육아 정보들을 담았다. 전체 700여 쪽에 이르는 책은 홍보 문구대로 '아기 건강 대박과'라 할 만하다.

 
오상민 원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육아는 힘들지만 동시에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니까."라며 <똑똑! 닥터오 아기 진료실>에 담긴 행복 육아의 노하우들을 전수했다. 



진료일기에서 육아일기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일기 쓴 까닭


이 책의 시작은 오 원장이 4년 전부터 써온 '닥터오의 육아일기'라는 블로그였다. 지금껏 누적방문자수가 8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유명한 블로그다. 그는 어떻게 블로그를 하게 됐을까. 

"시작은 육아일기가 아니라 진료일기였어요. 진료시간은 늘 턱없이 부족한데, 진료를 여유 있게 볼 수 있을 때와 대기 환자가 많아서 그렇지 못할 때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정보와 유대감의 차가 너무 컸어요. 따로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아청소년과 관련 의학정보 및 진료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죠."

진료일기 블로그에 이어 육아일기 블로그까지 연 건 아내의 역할이 컸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상시 대기 중이었음에도 아내는 아이가 잠들면 검색창에 아이가 살아온 날을 ‘D+00’로 검색하면서 다른 아이들은 이맘때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며 안도하곤 했습니다. 육아 경험담을 서로 나누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근거 없는 낭설이 난무한 건 전문의로서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육아의 고충과 궁금증들을 함께 나누려고 했습니다."

오 원장은 블로그를 하면서 "위로와 공감만큼 큰 힘은 없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자신이 한 아이의 아빠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블로그의 오랜 벗들과 함께 나누었듯이 책을 읽는 엄마 아빠들이 자극과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그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책에 담은 마음도 전했다.

"양육자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치는 문제와 의문들이 의사인 제겐 아주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었어요. 실제로도 부모들이 걱정돼서 병원에 가면 '괜찮다, 지켜보라'는 말을 듣고 오기 일쑤인 것들이 많고요. 집에서 지켜보며 안심해도 되는 것들, 혹은 하찮아 보이지만 큰 문제일 수 있는 적신호들을 책에서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는 원칙을 강조했다. 책을 쓰면서도 "원칙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좋은 육아, 동시에 더 편한 육아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 아이의 성장을 통해 보이고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아이를 상대하는 육아만큼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영역도 없지 않을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실제 경험한 육아 현실은 어땠는지를 듣고 싶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지금이 가장 혼란스럽습니다. 24개월 정도까지는 많은 부분이 원칙과 실제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당장은 힘들어도 원칙을 고수하다보면 더 좋은 길이 보였죠.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자기 주장도 하고 호불호가 강해지니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아집니다. 제가 통제해왔던 영아기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하는 유아기로 옮겨가는 것이니 이 또한 존중해주고 잘 이끌어줘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그만큼 건강하게 컸다는 반증이니 반갑고 고맙지요."



"육아 경험담 좋지만, 근거 없는 낭설은 전문의로서 안타까워"


너무 모범생다운 대답 아닌가. 실제로 아이에게 화를 안 내는지 대놓고 물으니, 오 원장은 얼굴이 벌게진다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입안에서 먹던 젤리가 왜 작아졌느냐며 울고불고하고, 인형 이불 덮어달래서 해줬더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며 소리 지르는 승아를 보면서 당연히 저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감정을 느껴요. 하지만 아이들의 그런 행동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체력도, 능력도 그에 따라가지 못하니까요." 

그러면서 아이와 충동할 때 부모가 취해야 할 방법도 일러줬다. 

"일단 아이와 얘기하다 감정 동요가 올 때는 아이를 피해버리는 것도, 부딪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나도, 아이도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요. 다른 일로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짜증났던 상황이 진정된 후에 풀어보세요. 그마저 안 된다면 아이의 막무가내 짜증 속에 아이가 원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그것에 집중해 관심을 표하고 함께 해결해주세요. 대개 아이의 보챔과 투정은 ‘엄마, 나 좀 봐주세요’의 다른 말이기도 해요. 승아의 투정도 ‘이거 왜 이래~!’로 시작해서 ‘엄마, 안아주세요’로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와 말할 때는 '지금 상호작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나의 일방통행인가',  '나는 지금 감정적이지 않은가'를 먼저 생각하세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분명 감정적인 일방통행일 겁니다. 물론 무척 어렵죠. 그래서 육아가 아이가 아니라 나를 키우는 일이라고 하나 봅니다."

바로 오늘 육아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명의 아빠가 전해주는 조언이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육아 원칙주의자임도 알겠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유아기 육아 원칙은 무엇일까. 

"수면과 식습관입니다. 승아와 둘째 연아는 세상이 무너져도 제때 정해진 곳에서 먹고 제때 정해진 곳에서 잡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무엇보다 우선 지켜져야 할 부분이지요. 아이들은 일찍, 푹, 많이 자야 잘 큽니다."

오 원장이 책과 인터뷰에서 밝힌 수면교육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수면교육은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 2개월 정도에 시작할 것을 권한다. 아이에게 잠자는 시간임을 알리는 수면의식을 만든다. 수면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잠들도록 도와주는 것, '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단지 '울려도 된다'는 것이다. - <똑똑! 닥터오 아기 진료실> 중에서



"많은 아빠들이 사랑받는 아빠의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그는 부모들에게 잘못 알려진 육아상식 몇 가지도 꼽았다. '어릴 때 젖꼭지를 짜주어야 한다', '예방접종은 독이다. 안 해도 잘 자란다', '이유식 할 때 고기를 먹이지 말거나 최대한 늦게 먹여라', '약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다', '아이는 엎어서 재워야 두상이 예쁘다', '애들은 따뜻하게 키워야 한다', '배냇머리는 꼭 밀어줘야 한다' 등. 이들이 의학 상식에 어떻게 틀리는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학 지식이 많다고 모든 아빠들이 육아일기를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 원장은 첫째가 태어난 뒤부터 꾸준히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가능한 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아빠 효과'를 믿기 때문이란다. '어린 시절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들이 지능지수가 높고, 언어능력 발달도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아빠라서 행복하고, 승아와 연아가 제가 함께하는 시간만큼 저를 사랑해주기 때문"에 육아에 힘쓴다면서 "많은 아빠들이 사랑받는 아빠의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책에 실린 육아일기 중에서 '아빠 육아'의 원칙도 발견했다.


내가 소아청소년과 의사이기 때문에 혹은 이렇게 육아에 대한 욕심 충만한 아빠이기 때문에 아내를 잘 도와줄 것이고, 아이를 너무너무 잘 볼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승아와 있으면 나도 어쩌지 못할 때가 많다.

 
무엇을 해줘야 할지, 아이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때도 많다. 아이가 보채면 "먹고 싶은가 봐~"라며 급하게 아내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는 한 가지는 ‘육아에 있어 소외당하지 않는 것’이다. - <똑똑! 닥터오 아기 진료실> 중에서


'육아에 있어 소외당하지 않는 것', '아이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다가서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닥터오 아빠의 육아 원칙이었다. 오 원장은 훈육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육아 원칙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무척 힘들지만 그래도, 그래도 지켜볼 만한 것이 ‘원칙’입니다. 그것이 아이를 통제해야 하는 부모에게 일관성과 정당성을 부여해주지요. 이론과 괴리되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양육자인 제가 마음이 약해져서 혼란을 겪고 힘들어하긴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론과 원칙을 믿습니다. 아빠로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을까, 키우는 내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똑같이 부족하고 고민 많은 한 명의 아빠였다. 그렇기에 그의 육아 원칙에 더욱더 믿음이 갔다.


사진 : 오상민 제공

취재 : 신정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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