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
편저 : 페이스북 페이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운영진 / 출판사 : 스무살의 봄 / 발행 : 2016년 8월 22일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7분경, 구의역 스크린도어 오작동을 수리하던 수리공 김씨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스무 살 나이 꽃다운 청년의 죽음,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컵라면과 공구상자, 외주라는 불안정한 고용환경은 더 큰 안타까움을 낳았다. 사건 장소인 9-4 플랫폼에는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고 안타까움의 마음을 담아 쓴 포스트잇 편지가 빼곡이 붙었다. 지금 추모의 공간은 사라졌지만 포스트잇을 통해 모였던 마음이 모여 한 권이 책이 되어 나왔다. 책에 실린 일반 시민들의 포스트잇 글은 그 어떤 논평보다 명쾌히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소리치고 있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세월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이제 이 미친 짓을 멈춰야만 한다고. 이 책의 인세는 '사단법인 김제동과 어깨동무'에 기부된다.
└ 기자의 속마음 제4, 제5의 비극을 막아 더 이상 이런 책이 안 나올 수 있기를.
저 : 샬롯 퍼킨스 길먼 / 역 : 황유진 / 출판사 : 도서출판아고라 / 발행 : 2016년 8월 25일
여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작가이자 여성운동가, 사회개혁가로 활동한 샬롯 퍼킨스 길먼의 작품 <허랜드>는 온 국민이 여자뿐인 미지의 국가를 그린 소설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의 효시가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이갈리아의 딸들>이나 도리스 레싱과 어슐러 르귄의 작품 중 여자들만의 세상을 그린 소설들이 이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여자들만 살아남은 나라 허랜드에 세 명의 미국인 남성 테리, 제프, 밴이 발을 들여 놓으며 벌어지는 로맨스와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허랜드'와 함께 '누런 벽지', '내가 남자라면'이 함께 실려 있다.
└ 기자의 속마음 '허랜드' 속에서 분노 일으키는 테리 캐릭터, 현실에서 100만 번쯤 만나본듯.
<C. 라이트 밀스>
저 : 대니얼 기어리 / 역 : 정연복 / 출판사 : 삼천리 / 발행 : 2016년 8월 28일
1962년 마흔여섯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화이트칼라> <파워 엘리트> <사회학적 상상력> 같은 책을 펴내며 미국 사회과학계에 큰 획을 그었던 C. 라이트 밀스의 평전이다. 이 책은 밀스가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학문과 사상의 궤적에 비중을 둔 지성사 연구이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국 사회과학과 지식인 사회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은 60년대 펼쳐질 반전운동과 신좌파 운동에 씨앗을 뿌렸다. 또한 그의 성찰적 사회학과 ‘공중’ 개념은 위르겐 하버마스나 피에르 부르디외 사회학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런 밀스의 생애와 사상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 기자의 속마음 라이트 형제밖에 모르던 나, 이 책으로 라이트 밀스라는 사회과학계 ‘존잘’님을 영접했다.
저 : 간바라 하지메 / 역 : 홍상현 / 출판사 : 나름북스 / 발행 : 2016년 8월 22일
성별이나 출신 지역, 인종과 민족, 성적 지향을 공격 대상으로 가해지는 혐오 발언이 사라지지 않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더욱 일상화 되고 있다. 일본 극우파가 가장 증오하는 사나이, '시바키 부대' 멤버이며 일본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액션 인권변호사' 간바라 하지메가 현장의 시선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파헤진다. 이 책에서는 헤이트 스피치를 '인종과 민족, 성적 지향 등을 기준으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언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특히 헤이트 스피치가 "느닷없이 뺨을 때리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무리 말뿐이라고 해도 혐오발언은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기자의 속마음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헤이트 스피치인 줄 모른다는 게 함정.
저 : 에머 오툴 / 역 : 박다솜 / 출판사 : 창비 / 발행 : 2016년 8월 30일
유치원 아이들이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 조금은 오싹해 진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저렇게 고정된 성관습을 알아서 배웠단 생각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성인으로 자란다면 이 굳건한 틀을 깰 길은 더욱 요원해질 테다. 이 책의 저자인 아일랜드 출신의 에머 오툴은 열아홉 살을 기점으로 자신의 젠더를 다르게 연기해보기로 한다. 치마와 바지, 긴 생머리에서 삭발한 민머리로 여성과 남성을 오가며, 파티 댄스플로어에서 남자들이 웃옷을 벗어던질 때 함께 상의를 벗어던짐으로써 여성의 신체에 결부되는 성적 금기를 시험해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녀가 10년간 다양한 실험들을 수행하며 던졌던 젠더 역할에 대한 통쾌한 물음표에 대한 결과물이다.
└ 기자의 속마음 페미니즘 서적 출간 봇물 속 만난 유쾌한 페미니즘서, 반갑다!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