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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21. 2016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에게, 시드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




2003년 1월 중순, 나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자 최대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2주 뒤 출발하는 시드니행 티켓을 끊어놓았건만 몇 날 며칠을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나 감고 있을 때나 꿈같기는 마찬가지였다. 누워 있어도 비행기를 탄 것처럼 몸이 둥실거렸고 정신이 몽롱하다 보니 지금 내 방 침대에 누워 있는 건지 비행기 안에 있는 건지 가물거리기까지 했다.

건강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먼저 아팠던 건지 마음이 먼저 병든 건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겉잡을 수 없이 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일단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게는 가장 급했다. 힘든 일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으면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 그때의 내가 그랬다.

이 자리에 주저앉아 죽고 말든지, 모든 것을 털고 어디론가 떠나든지. 그런 절박함으로 끊은 시드니행 티켓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간절한 순간까지도 병마는 내 다리를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였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엄마도 내 의지를 꺾고 싶진 않으셨는지 아니면 타국으로 보내는 것이 진정 딸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신 건지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뜨셨다.

"비행기 타는 날이라도 열이 내린다면, 떠나라는 하늘의 뜻이다. 힘들겠지만 견뎌 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구나."

2주가 지나고, 비행기가 출발하는 날 아침. 거짓말처럼 새벽까지 날 괴롭히던 고열이 사라졌다. 오랜 시간 앓는 바람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신만은 말짱했다. 아무것도 챙겨 넣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던 가방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덤덤하게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다. 드라마처럼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몸이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비행하는 내내 승무원의 간호를 받으며 도착한 시드니. 제발 모든 고통은 이 비행기에 두고 내리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를 하며 시드니에 첫발을 내디뎠다.

문이 열리는 순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훅 불어왔다. 끓어올랐던 시드니의 밤을 새벽녘에 내린 비가 식혀준 까닭이었다. 평소 같으면 질척이고 끈끈하다며 싫어했을 텐데 이상하게 난, 그날 그 날씨에서 위로를 받았다. 내가 오랜 시간 시달려온 고열 같은 삶을 시드니에서 식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축축하고 무거운 공기가 아늑하다는 생각을 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잦아들 때쯤 무언가에 끌리듯 고개를 들었다. 나지막하게 깔려있던 구름 사이로 유난히 맑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울컥, 눈물이 났다.
그래, 왔구나. 시드니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사연을 안고 시드니에 온다. 그래서 이곳은 늘 새로운 인연으로 북적이고 이 도시는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격하게 그 모든 인연들을 반긴다.

"G'day, mate*!"

시드니는 모든 좋은 날의 시작이 가능한 곳이다.


* G'day, mate: 'G'day'는 'Good day'의 호주식 표현으로 ‘Hi’와 같은 인사말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조금씩 사용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들을 수 있다. 'mate'는 'friend'나 'buddy'를 대체하여 사용되며, 일반적인 영단어임에도 거의 호주를 대표하는 단어처럼 여겨진다.


   about Sydney

시드니는 호주 최대의 도시로,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어진 트레인, 셔틀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택시와 셔틀버스는 공항에서 짐을 찾아 나오면 쉽게 볼 수 있으니 숙소를 기사에게 알려주면 되며, 트레인을 이용할 경우 숙소 근처의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용 금액은 셔틀버스가 편도에 약 $15약 1만3천 원로 가장 저렴하지만, 사람들을 모아 차가 다 차면 출발하고 각자 다른 숙소에 내리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오래 걸린다. 택시는 약 $50~60약 4만3천 원~5만3천 원로 비싸지만 소요 시간이 30분 정도로 편리하고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트레인은 약 $20약 1만7천 원로 이용하기 적당한데, 역에서 가까운 숙소가 아니라면 숙소를 찾기가 힘들어지니 미리 지도를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글 : 앨리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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