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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3. 2016

 "자유 향한 투쟁, 상처뿐 아니라 빛도 남겼다"

응구기 와 티옹오 작가 인터뷰

           

※ 매해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며 탈식민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한 톨의 밀알> 개정판 출간 차 은행나무 출판사는 응구기 와 티옹오 작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9월 22일) 그 내용을 북DB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응구기 와 티옹오 작가(사진 : Daniel Anderson)

Q 작가님은 탈식민주의 문학 논의에서뿐 아니라 세계문학 전반에 대한 논의에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폭넓게 논의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가”라는 평가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늘날 널리 논의되는 아프리카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 작품이 그 가운데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나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가 되는 시기에 성년이 된 작가들의 세대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국가의 문학적 목소리가 되었죠. 

Q 첫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Weep Not, Child)>와 초기 대표작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은 제국주의에 착취당한 케냐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들을 통해서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1964년에 출간된 <울지 마, 아이야>와 1967년에 출간된 <한 톨의 밀알>에서, 나는 식민주의와 반식민주의적 저항이 케냐 민중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보고자 했습니다. 케냐는 약 60년간 영국 백인 정착민들의 식민지였습니다. 아프리카 민중은 식민 정권이 훔쳐 간 자신들의 땅에서 강제로 노동해야 했지요. 케냐인들은 맞서 일어나 투쟁했습니다. (영국인들에 의해 ‘마우마우’란 별칭을 갖게 된) ‘토지 및 자유 수호단’은 해방 독립 투쟁 세력이었습니다. 케냐는 1963년에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저 시기에 쓰인 내 소설들은 그 투쟁의 문학적 기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향한 투쟁은 상처뿐만 아니라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과 빛 또한 남겼지요. 

Q <울지 마, 아이야>에는 작가의 성장기에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마우마우 투쟁과 관련된 소재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까? 

나는 1938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날 태어났습니다. 이 전쟁은 1945년에 끝났습니다만 1952년에 ‘토지 및 자유 수호단’(마우마우)의 독립 전쟁이 시작됐죠. 나는 1947년에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보시다시피 유년 시절의 배경은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은 <울지 마, 아이야>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는 경험에서 끌어온 것이긴 하지만 자서전적이지는 않습니다. <울지 마, 아이야>에서 나는 생존의 정신과 낙관주의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아무리 긴 밤이더라도 새벽의 빛으로 끝나게 마련이니까요. 

Q <울지 마, 아이야>와 달리 다양한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목소리를 조화시켜나가는 글쓰기를 시도한 <한 톨의 밀알>은 찰스 E. 은놀림과 여러 비평가들에게 "위대한 소설"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서 갖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첫 두 소설 <울지 마, 아이야>와 <샛강(The River Between)>(1965)은 주요 등장인물 한 사람이 이끌어나가며, 사건들은 하나의 선적인 시퀀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 톨의 밀알>의 플롯은 다양한 인물들이 이끌어나가며, 사건들은 하나의 선적인 시퀀스에 포개지지 않고 다양한 시공간의 시점으로 제시됩니다. <한 톨의 밀알>은 나의 내러티브 양식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소설입니다. 

Q <피의 꽃잎들(Petals of Blood)>은 식민주의자들과 결탁한 신식민주의자들의 문제를 파헤쳐 작가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이고, <십자가 위의 악마(Caitaani Mũtharabainĩ/Devil on the Cross)>는 옥중에서 기쿠유어로 쓴 첫 장편소설입니다. 이들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피의 꽃잎들>은 영어로 쓴 마지막 소설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집필을 시작했고, 1971년 케냐에서 주요 부분을 썼으며 1975년 러시아(당시 소련)가 내려다보이는 코카서스 산맥 체홉의 집에서 탈고했지요. 1977년 7월에 출간됐고, 5개월 뒤 ‘최대 안전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재판도 없이 투옥되었고, 그 기간 동안 기쿠유어로 <십자가 위의 악마>를 화장실 휴지에다 썼습니다.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물품이었지요. <십자가 위의 악마>는 한국 작가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김지하와 마찬가지로 글로 인해 수감되었기에 나는 그에게 유대감을 느꼈습니다. 

Q 마찬가지로 식민지 경험을 한 한국에서 작가님의 책 등장인물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한국에서의 출간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울지 마, 아이야>는 케냐 아프리카인, 즉 동아프리카인이 영어로 쓴 첫 소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로 쓴 현대 케냐 문학의 초석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십자가 위의 악마>는 기쿠유어, 즉 케냐의 아프리카어로 쓴 첫 현대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기쿠유 소설의 초석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고요. 대한민국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강요했지요. 일본 이름 또한 강요했습니다. 우리 케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 책은 식민주의와 식민주의에의 저항, 결국 인간의 자유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들이 한국 독자들의 가슴속에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출간된 응구기 와 티옹오의 책들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2016년)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2016년) <피의 꽃잎들>(민음사/2015년)


노벨상 후보 언급 … "그런 영예 맞이할 가치 있다는 생각에 감사"

Q 최근에는 자서전을 발표하셨지요.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소설이 있으신가요? 어떤 주제를 다루시는지요? 

총 세 권의 자서전 <전시의 꿈(Dreams in a Time of war)> <통역사의 집에서(In the House of the Interpreter)> <꿈의 작가의 탄생(Birth of a Dreamweaver)>을 썼습니다. 최근에 세 번째 자서전 <꿈의 작가의 탄생>이 출간됐고요. 서사시 <퍼펙트나인(Kenda mũiyũru/the Perfect Nine)>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직 새로운 소설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곧 집필에 착수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많은 분들이 내 작품을 그런 영예를 맞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주신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Q 한국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위대한 작가 박경리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시인 김지하는 그분의 사위이기도 하니, 나에게는 이 상의 수상이 이중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독자들께서 내 소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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