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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9. 2016

커피 한 잔 이야기 한 모금

책에서 찾은 커피 속 이야기, 이야기 속 커피


찬 바람이 분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좋아지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커피 맛이다. 바삐 넘어가는 일상의 페이지 사이에 잠깐 꽂아두는 책갈피 같다고나 할까. 손과 마음을 녹이는 한잔의 따뜻한 커피는 이 계절이 주는 소박한 선물이다.


지구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교역되는 상품. 연간 5000억 잔이 소비되는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사람의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은 커피 속에는 갖가지 이야기가 그만큼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다. 책 속에서 찾은 커피 이야기. 커피를 알고, 커피를 즐기고, 커피로 배우고, 커피로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를 알자]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커피 수입 대국(2014년, 국제커피기구).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41잔(2014년,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 이른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많고,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많다. <커피 인사이드>(유대준/ 해밀/ 2012년)는 커피에 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커피 마니아를 위한 책이다. 초판은 2009년, 개정판은 2012년에 나왔다. 커피의 기원 등에 대한 기초적 지식부터 가공, 로스팅, 추출, 평가에 이르기까지 커피에 대한 정보를 망라했다. 커피 마니아를 넘어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알아야 할 교양을 담고 있다.


[커피를 즐기자]

커피 좀 마신다 하는 사람이라면,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 여행을 한번 꿈꿔볼 만하다. 여행작가 맹지나는 그 꿈을 먼저 이루고 <이탈리아 카페 여행>(넥서스BOOKS/ 2016년)을 남겼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보고 겪고 느낀 것을 멋진 카페와 함께 커피 한 잔에 담아냈다 . 화려한 장식의 큰 카페부터 의자 몇 개만 놓인 작은 카페까지, 따뜻한 색감의 사진에는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풍기는 듯도 하다. 작가는 "이 책을 덮을 즈음, 이탈리아의 어느 골목에나 있는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피렌체의 카페들은 위치에 따라 그 분위기가 상이하다. 시뇨리아 광장의 카페에서는 전통과 격식을 느낄 수 있으며, 좁은 길거리에 위치한 카페는 이탈리아 특유의 정겨움을 만끽하기에 좋다. 시내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는 작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낼 때면 아무도 손 대지 않은 보석을 찾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이탈리아 카페 여행> 중에서


[커피와 사람들]

우리 시대 최고의 '식객' 허영만이 커피에 빠졌다. <커피 한잔 할까요?>(허영만, 이호준/ 예담)는 단순한 커피 만화를 뛰어넘어 커피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커피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2015년 4월 1권 출간을 시작으로 2016년 9월 6권까지 출간됐다. 신입 바리스타 강고비가 '2대커피' 주인장인 커피 명인 박석의 가르침에 따라 커피와 사람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6권에는 에피소드의 실제 모델이 된 바리스타와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취재일기를 함께 실어 만화와 그 뒷이야기까지 읽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커피로 배우자]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Michelet)는 커피의 등장을 "시대의 흐름을 바꾼 상서로운 혁명"이라고 했다. 카페의 토론 문화가 프랑스 혁명을 잉태했다는 것이다.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도널드 숀홀트 외/ 따비/ 2015년)은 철학 속의 커피, 커피 속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형이상학, 문화, 미학, 윤리학 등 네 가지 철학 영역으로 구성된 책 속에서, 철학자, 커피 전문가, 저널리스트, 역사가 등 각계 전문가 21명은 커피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개인적인 철학적 문제에서부터, 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주제, 지구적 차원의 논의까지 이야깃거리는 광범위하다. 


중산 계급의 빠듯한 수입으로 실컷 살 만한 것이라고는 5달러짜리 커피밖에 없다. 단조로운 일터와 고립된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갈 만한 곳은 어딜까?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미국에서 공공의 공간은 소비 공간이다. 커피숍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외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에 쫓기며 통근하는 직장인의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비록 차 안에서라도 커피 마실 시간은 있다. 캐러멜 시럽을 탄 커피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향락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 중에서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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