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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25. 2016

원하는 점수로 직진하는 이미지 훈련법

공부 멘탈 만들기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상습적으로 리포트를 늦게 내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 버릇을 어떻게 고쳐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리포트 과제를 내주고 나서 그 학생을 따로 불러 실험 삼아 이렇게 물어보았어요. 


"이번 리포트는 무슨 요일에 쓸 거죠?"


그가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대답했어요.

 
"아마, 금요일쯤엔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금요일 몇 시쯤?”
"글쎄요, 아마 저녁 먹고 9시쯤에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밤 9시라. 그럼 어디서 쓸 건가요?"
"그거야 물론 제 방에서 써야죠."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강의 시작 전에 그 학생이 웃으면서 앞으로 나오더니 리포트를 가장 먼저 제출하는 거 아니겠어요?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생각처럼 공부를 하지 못했다면 그건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미리 그려 넣지 않았기 때문이죠. 세상에 과정 없는 결과는 없어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이미지로 구체적으로 그려 놓으면 그대로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죠. 과정이 구체적일수록 이미지도 그만큼 더욱 선명하게 그려져요.


스포츠 선수들도 이미지 훈련을 많이 합니다. 선수들은 경기 과정을 최대한 생생하게 그리고, 그러다 보면 우승컵을 거머쥔 장면도 쉽게 그려볼 수 있어요. '내가 이만큼, 이런 과정으로 훈련하면 우승할 거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만약 과정을 생략한 채 억지로 우승컵 이미지만 그리려 들면 무의식적으로 의심이 스며들어 이미지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요. 그래서 그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납득할 만하게 그려야 하지요.


이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뉴욕 대학의 골비처(Peter Gollwitzer) 교수와 독일의 심리학자 브란트스타터(Vero nika Brandstatter) 교수는 이미지 훈련을 실험으로 확인했어요. 그들은 이틀간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독일 대학생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지요.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어떻게 보낼 거죠?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12월 26일까지 제출하도록 하세요."


그런 다음 학생들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눠 B그룹 학생들만 따로 불러 물어보았어요.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에세이를 쓸 생각인가요?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학생들은 제각기 대답했어요. 


"저는 크리스마스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쓸 계획이에요. 다른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아빠 책상에서 조용히요. 아빠의 볼펜을 쓸 거예요."

"저는 식구들과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후다닥 해치울 거예요."


교수들은 에세이가 완성되면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났고 두 그룹 중 어느 쪽이 목표를 더 많이 달성했을까요?


A그룹 : 12월 26일까지 쓰겠다는 목표만 정해놓은 학생들.
→ 평균 7.7일 걸려 에세이 완성.
B그룹 :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까지 그려본 학생들.
→ 평균 2.3일 만에 에세이 완성.


에세이를 완성하는 데만 차이가 벌어진 게 아니에요. A그룹은 완성한 에세이를 제출하는 데도 또다시 시간을 질질 끌었어요.


A그룹 : 평균 12.6일 만에 에세이 제출.
B그룹 : 평균 4.9일 만에 에세이 제출.


자, 그렇다면 두 그룹 중 어느 쪽이 에세이 제출이라는 최종 목표를 더 많이 달성했을까요?


A그룹 : 32퍼센트만 에세이 제출.
B그룹 : 75퍼센트가 에세이 제출.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교수들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크리스마스 날 아침 일찍, 아빠의 방에서, 아빠의 볼펜으로 에세이를 쓰겠다는 식으로 실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면 이미지도 그만큼 생생해집니다. 하지만 과정이 막연하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아요."


이미지가 생생할수록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예요. 우리는 목표를 세우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목표를 세우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막연히 노력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여기지요. 하지만 막연한 노력은 시간만 들이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에도 크고 작은 목표와 세세한 계획이 필요한 거지요. 


‘다음 시험에는 평균 10점을 올리겠어!’라는 목표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본 연재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김상운/ 움직이는서재/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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