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by 인터파크 북DB

'애인의 애인에게' 연재를 시작하며


- 백영옥


한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지 못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나는 꽤 어둡고 긴 터널을 건너야 했다. 터널을 건너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소설을 쓰는 대신 칼럼을 쓰고, 누군가를 인터뷰했다. 작가가 아닌 다시 기자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백산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별들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천문학자 이명현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우리 몸의 근원적인 고향은 저 우주 속 별들의 내부가 아니겠는가.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별을 만든 별 먼지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생각하는 별 먼지! 이 생각하는 별 먼지가 자신의 고향인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향수에 젖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듯싶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던 그때, 나는 자주 어둠 속을 걸어가 별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별빛을 보며 때때로 가슴이 시린 까닭은, 그것이 아득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됐다. 별빛은 오래전, 그러니까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직 태어나기 훨씬 전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 우리 모두는 이 별빛 속에서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 암담한 시절의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때, 별을 보던 H가 내가 말했다. 그는 내게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는 일에 대해 얘기했다.


"그때, 나는 어둠 속에 서 있었어. 앞이 막막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그래서 기어이 빛이 있는 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 하지만 힘들어도 견뎌야 했어. 두렵지만 어둠 속에 조용히 앉아 있다 보면 조금씩 그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던 거야.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기 위해선 쉽사리 빛을 찾아선 안 돼. 어둠의 어둠을, 그 어둠의 어둠을 그저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


그는 내게 카메라의 B셔터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별은 한 시간에 15도씩 움직인다. 열 두 시간을 움직이면 180도가 된다. 밤에 별자리를 촬영할 때 쓰는 셔터로 우리는 별의 일주운동을 촬영할 수 있다. B셔터를 열어놓으면 어둠 속에서 어둠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생기는 고통들이 이 소설 안에 들어 있다. 소설은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되므로 '별'의 은유에 빚지고 있는 이야기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본 적 없는 낯선 타인이지만 모두 '고통의 공동체'로 묶여 있다. 그러므로 A의 고통이 B의 눈물이 되어 흐르거나, C가 가을 내내 짠 스웨터를 혹독하게 추운 어느 겨울 날 실연당한 D가 입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어둠 속에서 기어이 어둠을 바라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by 백영옥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작가들의 연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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