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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09. 2016

 "결혼은 결국 사랑과 같은 단어"

방송인 이정수 작가 인터뷰

               



개그맨으로, 배우로, MC로 활약하고 있는 팔방미인 방송인 이정수가 최근 에세이집 <결혼해도 좋아>(청림라이프)를 펴냈다. 책의 모태가 된 그의 블로그 ‘우격다짐 행복다짐’은 이웃이 1만5천여 명,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5천 명이 훌쩍 넘는다. 2013년 광고스타일리스트 이은진씨와 결혼해 살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진솔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놀라운 것은 블로그를 시작한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1일 1포스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그는 거실 식탁에 앉아 글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로서 육아와 가사는 물론 연극, 콘서트, 진행 등 다양한 일을 하느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글쓰기 시간을 메우기 위해 휴대용 키보드를 갖고 다니며 틈틈이 메모를 한다.


점점 늘어나는 '이웃'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의 글 쓰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을 넘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데... '우격다짐'에서 어느덧 '사랑꾼', '아내덕후', '보급형 남편' 등의 닉네임으로 불리며 '결혼이 다운되면 돌아온다'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고 있는 이정수를 10월 20일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북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책으로 둘러싸인 북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빛의 속도로 휴대폰을 꺼내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으로 셀카를 찰칵찰칵! 그 기술이 어찌나 신속하고 정확하던지 웃음이 빵 터졌다. "순간의 느낌을 담는 게 중요하거든요. 하하하." 하루 5천 명이 다녀가는 블로그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데뷔 2년 만에 개그계를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개그맨이었다. 분위기가 진지해진다 싶으면 재미있는 표정과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며 '분위기 다운되면 돌아온다'는 유행어를 실천했다. 말끝마다 ‘하하하’로 마무리하는 독특한 화법도 무척 유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용기 있는 남자'였다. 한국 남성들의 문화는 아직도 결혼과 가정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유독 소극적이다. 하지만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남자로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때론 '쪼잔하다' 싶을 정도로 리얼하게 들려줬다.



"손잡고 가는 노부부 부러워하면서도 중간의 노력들은 간과"


Q 책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이정수씨 아내가 부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하하하. 그런데 사실 책에도 썼지만, 아내가 저한테 더 잘해줘요. 오늘 이 옷도 아내가 다 코디해준 거예요. 저는 '패션 고자'거든요. 아내가 광고 쪽에서 일하기 때문에 늘 바쁜데도 매번 기꺼이 해줘요. 또 아내가 저보다 돈을 더 잘 버는 데도 무시하지 않고요. 하하하. 


Q 단언컨대 이정수씨의 블로그와 책은 독자들의 부부싸움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요. 특히 남성 독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저는 아내랑 살 거니까요. 하하하. 사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남자 분들이 걱정돼서예요. 그냥 안이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면, 노년엔 결국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 책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조언이 100가지나 나와요. 아직도 쓸 게 많은가요?


결혼 생활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계속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죠? 제 글은 결혼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그냥 일기처럼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거니까요. 1년 가까이 매일 글을 올리니까 언제까지 쓸 거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재미는 익숙함과 반비례하니까 제 글이 어느 때에 이르면 재미없어질 테고, 그럼 찾는 사람도 줄어들겠죠? 그런데 전 걱정하지 않아요. 그런 걱정 할 때가 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분명히 생길 거거든요. 


Q 글뿐만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을 편집해 하루 일상을 거의 '나노' 단위로 기록하고 있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물론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어떤 날은 별 이야깃거리가 없기도 해요. 그런데 안 쓰면 소일거리 하나를 빠트린 것 같아 허전해요.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이벤트거든요. 블로그에 제 일상의 80% 정도는 담겨 있을 거예요. 지금은 제 직업이 블로거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푹 빠져 있네요. 


Q 원래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나요? 


개그맨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재능을 갖고 있어요.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위해 3분짜리, 5분짜리 대본을 쓰는 게 일상이죠. 저는 연극을 많이 했으니까 대본도 많이 보고, 실제로 연극 대본도 써본 적이 있고요. 글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책도 많이 안 읽어요. 머리에 든 것도 별로 없고요. 그냥 제 행복을 같이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라 글 쓰는 거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어요.



"결혼은 편하되 만만해선 안돼... 만만히 보지 않도록 서로 노력"


Q 편하게 글 쓰는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개그맨 출신이다 보니 웃음 포인트를 잘 아는 게 도움이 되는 듯해요. 사진 배열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 어떤 사진을 넣어야 사람들이 재미있어할지 노하우를 아는 거죠. 개그콘서트 무대는 2년밖에 안 했지만 중요한 과정이었던 거죠. 살아가는 과정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Q 책을 읽어보면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행복한 결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한 것 같아요.  


부모님이 사이가 안 좋았어요. 매일 싸우는 부모를 보면서 자랐죠. 자연스레 '결혼이라는 게 뭘까?'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사실 가난은 대를 끊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사랑의 가난도 대를 끊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사랑의 가난은 내 대에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는 매일 싸우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가족 구성원 각자가 다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할 수 있어요. 


Q 결혼 직전 또는 결혼하고 나서야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달리 ‘준비된 남자’였네요. 


2년 또는 4년 다니는 대학도 초중고 12년을 준비하잖아요. 수명이 길어져서 한 번 결혼하면 60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 준비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맨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죠. 사실 작년 연말에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지인 하나가 결혼 한 달 만에 이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였거든요. 저는 결혼을 하면 남자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행복한 결혼이 유지돼요. 흔히들 노인 부부가 손잡고 걸어가는 걸 보면 부러워하면서도, 그 중간에 있는 노력들은 간과하는 것 같아요. 


Q 결혼 4년차인데 아내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으시다고요. 원래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인가요?


아니에요. 욱하는 기질이 다분해요. 그런데 아내에게 화를 안 내는 건 무서워서예요. 결혼 전에 엄마한테는 화를 많이 냈어요. 쉽게 말해 엄마가 만만해서였거든요? 화를 내도 되니까 냈던 거예요. 보통 화를 잘 내는 것은 성격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어 자기가 다니는 사장이 맘에 안 든다고 화낼 수 있습니까? 그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거면 화를 못 내거든요. 사장이 무서워서거든요. 보통 편해지면 만만해져요. 결혼은 편하되 만만해선 안 돼요.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해요. 


Q '결혼 4년차가 뭘 안다고 떠드냐'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간혹 그런 댓글이 있어요. '10년 후에도 그런 말 하나 보자'는 식으로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신혼 때 이미 결혼이 무덤이었을 거예요. 그 사람의 결혼이 불행한 건 10년이 지났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는데 잠시 시간이 가려준 것뿐이죠. 신혼 때 행복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행복할 수 없어요. 제가 블로그를 쓰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팁을 드리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너무 늦으면 돌아올 수 없어요.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저는 10년, 20년 후에도 행복할 거예요.


취재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아내바보' 방송인 이정수 "결혼은 결국 사랑과 같은 단어"]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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