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전보다 말실수는 늘었을지 몰라도, 마음의 고통은 늘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쫓기고 있었다.
약속시간, 그것도 게임을 같이 하자는, 사실 그 사람에게야 중요했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날 깨 버리고 미룰 수 있는 약속이었다.
직장에서의 행사 전날 있었던 한 주의 마지막 휴일이었고,
나는 휴식이 필요했었지만, 지칠수록, 한계에 달할 수록 더욱 나는 일하는 날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명상센터에서 휴식을 하면서 보내다가, 급하게 약속 시간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지키지도 못할 빡빡한 약속시간을 잡고, 집에서는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욕을 먹어가면서, 저녁에 잡은 약속을 깨 가면서 나중에 잡힌 약속을 지켰다.
심지어, 한참 전에 한 약속도 아니고, 자기가 힘들게 도와줬으니, 시간을 내 달라는 약속이었고,
즉흥적으로 한 약속이었으며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생각을 하기도 싫었다.
자책감에,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다 잠이 들었다.
지금 거절을 하고, 나중에 해 주겠다고 미뤄도 될 약속이었지만
나는 도움을 받았으니까, 지금 도움 받은 걸 털어내야 되. 마음에 빚을 계속 지고 있으면 끌려다닐게 분명해!
하는 마음에 더 소중한 걸 놓치고 말았다. 몇 달에 한 번 있을지 모르는 약속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놓치고 말았다.
남을 원망을 할래야, 할 수조차 없는 그런 상태였다.
몇달이 넘는 기간을 이런 걸 모른 채, 살았다.
저놈은 내 시간을 아귀처럼 빼앗는 놈이라고
나랑 놀자는 놈들은 하나같이 내 시간을 빼앗아다가
자기네들은 신나게 놀고
자기네들은 신나게 유흥을 즐기고
내가 가진 에너지를 받아다가 신나게 즐기고
에너지를 빼앗긴 나는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어떻게 하면,
하면서 그들을 원망을 하고, 탓을 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복수를 하고, 원망을 하고, 화풀이를 할 대상을 찾아다녔다.
그런 게 옅어질라고 치면, 게임을 하면서 일부러 그런 화풀이를 되새김질을 하는
행동마저 반복했었다.
원망 분노. 같이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내가 항상 화가 나 있다고 말했었고,
그러한 화 속에 항상이라고 할 정도로 빠져 있었던 나는
그냥 화라는 감정에 푹 절어 살았다.
'늘상 그랬으니까, 뭐 그렇지. 내 일을 하고, 집필을 하고 사업을 할 시간을
주변에 있는 놈들은 자기네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기네들 할 게 없으니까, 자기네들 이익을 위해
내가 뭘 하는지, 얼마나 목숨을 걸고 하는지
10년만에 내가 오고 싶은 자리로 오기 위해 뭘 포기하고
하는지는 안중에도 없겠지 알지도 못하겠지'
'뻔해. 아니, 내가 틀렸더라도 보기 싫어. 인정하기조차 싫어. 내가 왜?'
'그저 게임이나 같이 하면서 내 시간을 잡아먹는 걸 낙으로 여기는 괴물들. '
그런 약속을 깨면서까지 'no'라고 말하고 미뤄도 될 걸 하지 않아서.
그냥 게임이니까, 그냥 단지 내 성장이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삼류 유흥거리
약속이니까, 그냥 별 거 아니니까, 하다가
큰 코를 잔뜩 다치고서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얼마나 내가 하는 일에 지장을 주고
그런 사소한 것들을 내 사업이랑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 게 아니잖아,
하면서 무시했다가
내 사업보다 더 중요한, 나 자신의 본질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이 침범당하고 나서야,
나는 마음을 버리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았고, 도구나 급한 일 처리는 다음이라는 게 알았다.
남에게 빚을 지기 싫어서 두통을 겪어가며 구역질을 해가며,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가.
그건 남을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아직 와닿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 이찬주 작가가 왜 그토록 단호하게
태도를 취하는지도, 이제는 좀 알것 같기도 하다.
그래야, 나에게 힘이 생길 테니까. 마음의 힘이 생길 테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작은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닌, 살아남기 위해서 작고 사소한 부탁을
나를 위해서 거절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행동을 하면 마음이 나겠지가 아니라, 마음을 내서 행동을 일으켜, 결과를 만들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