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돌아보면 꼭 그래왔다. 거부를 당할까봐,
남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달아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해 온 게 남아서 생긴 상처지만
가장 지혜로운 입장으로 돌아서서 나를 타인으로 보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거부를 감내하고, 싫은 소리를 들을 걸 각오하고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으로는 다른 사람을 맞춰주지 않는 까칠한 성격이라고 하면서
실은 남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온갖 것을 다 맞추어주다가, 지쳐서 발작적으로 신경질을 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잘 싸우는 법을 몰라서, 싸우는 게 두려워서
맞춰준다는 괜히 허울좋은 포장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짐을 지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털어놓기도 전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털어놓기도 전에
그냥 쉽게 남을 원망하는 선택을 해 왔었다.
아니야, 말해봐야 소용 없을 거라고.
말을 하고 나면 쉽게 해결이 되는 것을
내가 기분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충분히 세련되게 말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렇게 기분을 털어놓고 말하면
대충이던, 아니면 귀기울여서던
겉으로던 일단은 듣고서
수긍이라도 하는 걸 보고서
부모님이 내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걸 알고서
나에게 특유의 비아낭거리는 어조로 말을 했던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런 걸 인지조차 못했다는 걸
말하지 않는 이상 알리가 없었다는 걸 알고서
깨달았다.
괜히 내 사정을 꼭꼭 숨기고서, 힘든 건 꼭꼭 숨기고서
자랑하고 싶은 게 있어도 꼭꼭 숨기고서
남들에게 자랑할 만할 거리가 아니니까
그럴 만큼 대단한 게 아니라서
꼭꼭 숨기고 있다가 짐을 져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고통스러운 건 나 밖에 없으며
그렇게 마음에 고통을 겪는 시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을
내가 처음으로 하던 연애가 왜 비극으로 끝났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고통과 인내 끝에 화려한 성공을 이뤄 내더라도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은 썩어 있겠고, 뒤틀려 있겠지.
내가 일부러 져도 되지 않을 마음의 짐을 지고
고통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과거라면 몰라도 지금으로써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나만이 스스로를 과거에 내가 말해도 들어주지 않고
나를 따돌리고, 그래서 고통받기만 했던
그런 마음속에서 살았던 셈이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