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도, 희극도

by 김케빈

어느 순간부터, 사업을 시작하고나서 어느 순간부터 혼자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얼마나 잘 포장된 상품처럼 보이고,

얼마나 남에게 흠잡힐데가 없는지를 꾸미느라

싫은 소리 함부로 못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할 수는 없었고,

나도 처음에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받기 원하지 않는 고객은 받지 않는다.'


처음에는 책을 팔 때 완성도가 낮다며 팔지 않으려고 버텼다.

나중에는 좋은 책, 멋진 책을 써야 한다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애써 좋은 사람이 되려 했었다.


그 시간에 내 역량을 가다듬고, 얼마큼의 역량이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했었는데

정작 내가 보기 좋은 사람처럼 애써 보일 필요는 없었는데.


고마움을 표현을 할지언정, 애써 착한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보일 필요는 없었는데

사랑에 대한 결핍이 나를 그쪽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유독 평범한 내용에 대한, 평범한 연애에 대한, 일상에 대한 내용들이 소설 속에는 많이 묻어난다.

일상생활을 주위 사람들의 압박에 의해서, 사회의 시선에 의해서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반대의 경우도 등장한다.


그건 내가 가족들이 하는 너를 위해서 한다는 말에 대해서

기분이 어떤지는 말하지 않고, 괜히 상대의 주장을 꺾기 위해


화제를 돌리고, 온갖 억지를 부려가며 내가 피해자라는 걸 관철시키기에 바빴다.

그리고서 그런 내 말이 먹히지 않으면 나는 내 말이 먹히지 않으다고 절망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게 긴 기간동안 지내왔던 생활들의 연속이었다.


연애를 할 때도 그런 성향이 나타났었다.

나는 내가 '완벽' 하게 보이지 않는 걸 두려워했었다.

여자친구에게 단 한순간도 놀지 않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을 연기했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바쁜 척을 해서

내가 쉬운 사람이 아니니까 함부로 하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함부로 연략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지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 역시 매일같이 반복되는 구박과 휘둘림 속에서 지내오고나서

남자친구에게 의지를 해 보고 싶었지만

남자친구는 그런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


나중에 숨이 막혔다는 것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

나는 내 이미지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결국에는 똑같이 헤어지는 결말을 맞아할지언정

조금만 더 응석을 부려보고, 조금만 더 기대볼껄.

아이처럼 유치하게 싸우더라도

사랑을 달라고 해볼 걸.


나를 너무나고 꽉 붙잡은 채 했던 연애가

부작용만을 부르고 말았다.


참다가 참다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말 대신

그 남자야, 나야 하는 극단적인 질문을 던지고


헤어지고야 말았다.


마음에서 지우려고, 지우려고 하지만

미워하고 싸웠던 건 지워지고 잊혀지지만


사랑을 받았던 건 잊혀지지가 않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소설을 쓰다가

연애와 관련된 파트를 쓰려고 하면 꼭 그 때가 기억이 나서


아련하기만 하다.

애써 어른인 척 하지 말걸.


차라리 좀 찌질하더라도

내 감정에 솔직해질 걸.


소설을 쓰면서 하나하나 마음들이 새어나오자,

애써 눌어놓았던 마음들이 새어나온다.


새로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건

또 거부를 당할까봐.


그래서 온 마음을 쏟아붇는 연애 대신

가벼운, 쉽게 헤어지는 연애를 하고 싶어진다.


차마 현실 속에는 못할 것같은 연애는

소설로 써본다.


그렇게 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연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적어도 내가 그만두기 전까지는 배신 같은 거, 거부 같은 거 안 당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판타지라는 장치를 써서 사랑을 못 받은 만큼

소설을 써서라도 그런 공허함을 채우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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