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못쓰는 소설가라는 걸 인정한다는 것

글 못쓴다는 소설가라는 걸 나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조금은 인정하기로 했다.

과거에 얼마나 잘 썼던, 지금이지 과거가 아니니까.

어쩌면 과거에 썼던 소설을 이어서 쓰고 싶지 않아하는 것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끝까지 쓰지 못해서 실패로 남겨둔 것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게 아니었을까.

중요한 건, 과거와 같이 나는 소설을 쓰질 못한다는 거였다.

그 때 당시의 시대에는, 나름 잘 쓴다고 스스로 자랑할 정도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 때와는 생각도 달라졌고 말이다.

하지만 과거에 다 못 쓴 글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다.

애정을 가지고 썼지만, 지금은 더 이상 쓰는 게 받여들여지지 않는 글이 되고야 말았다.

결국에는, 결국에는. 과거와는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부정되는 건 아니지만.

노력조차 성의조차 부정되는 건 아니지만.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그래, 나는 글 못쓰는 소설가 맞지.

그렇기에 부담을 갖고서 쓰지 않아도 되고

꼭 잘쓰지 않아도 되지.

내가 쓰고자 하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을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한탄을 하느니, 작게라도, 한 줄이라도 써 보는게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