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감

by 김케빈

'너가 다시 들어오려고 하면 T.O 가 없어서 못 들어올수도 있어.'


'나중에 나한테 전화해서 자리 있냐고 물어볼 게 눈에 선하다.'


퇴사를 한 이후에, 다시 재입사를 하려고 하는데 자리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퇴사를 통보하고, 3달동안 일을 쉬겠다고 나서 회사에서 나에게 쏟아지는 말들이었다. 갑자기 더럭 겁이 나기도 했었다. 일단, 적어도 내가 다시 재입사를 해서 일하겠다고 한 시즌이 대학생들의 방학 시즌인 7월이니 말이다.


다행이 월급 수준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일할 거리가 있기도 하다. 충분하다, 라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튼 돈이 들어올 곳은 있다.


하지만, 불안한 건 여전하다.

내가 몇천만원씩을 들고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나는 3달을 쉰다고 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3달 이상을 쉬게 될 수도 있다. 아마 한 5달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나머지 두 달을 다른 일을 구하거나 해야겠지만,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직 내가 확실히 세 달 이상을 쉰다는 건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세 달뒤에 들어갈 직장을 미리 구해놓는다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 기간에 받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일이 구해진다면 그 곳에서,

정말 정말 안 된다면, 지인을 통해 한두달 정도는 불편한 통근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나는


내 사업의 진척도를 최선을 다해서 올려놓음으로써,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병행하더라도

지금처럼 마감에 허덕인다던가, 그런 일이 최대한 없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코로나도 있고, 그러기에 갑작스럽게 내 사업이 잘된다거나, 그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묵묵히 책을 쓰고, 강의를 만들고. 그 외에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또다른 일로 할 것이니 말이다.


내가 회사를 나오는 목적 중에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있다.



나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퇴사를 선택한 것이니 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한 달정도만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다시 복직을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훨씬 덜해도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지금도 내가 일을 못구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기는 하다. 방학 때에 왔던 사람들이 정말 계속해서 다닌다는 최악의 가정까지 하면, 참.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사업이라던가, 투잡. 그런 것들에 관한 영상을 많이 보았지만, 가장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게 자신의 월급 외 수익이 월급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퇴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준비가 없이 퇴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퇴사를 하는 게 맞다.

쉬고 싶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 같아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없이 몰입하고 싶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그런 이유가 사실 마음에는 첫 번째고

사업을 좀 더 탄탄히 준비를 한다던가, 그건 그러한 이유들을

잘 포장하기 위한 구실이다.


나는 사실, 그런 상상을 많이 해 왔었다.

나는 작가로써 활동을 하고,

어느 누구도 내 창작 활동에 제동을 걸지 않고


여자친구나 배우자가 있지만, 그들은 나를 말없이 뒤에서 지켜주는

그런 상상을 많이 해 왔었다.


여자친구나 배우자는 좀 많이 나에게는 먼 이야기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느니.

현실적이지 못한 일을 그 나이에 하면 어떻냐느니..

그런 말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애매하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한 상태에서

회사 생활도 병행하고, 힘들어서 돈쓰고...


이런 생활이 계속 된다면 나에게는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


성장 동력이라는게 서서히 끊어지고 있었다.

정말 안정적으로 자리가 있기를 바란다면


두세달을 더 일하는게 좋았고, 퇴사를 한 회사 동료도 오래오래 버티면 좋은 날이 올거라고 했지만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 보니, 그 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 때가 되면 퇴사를 결심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와닿았다.


안정을 찾으면 찾을수록, 마치 늪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준비가 되면, 조금만 준비가 더 되면..하면서 지내왔지만

나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이 지내왔었다.


나는 일단은,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래의 걱정을 대비하다가 현재를 놓치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기로 결심햇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존버 같은 소리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