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질리 만무한 환상적인 이상향을 상상하라.
일어날 리 없다고 굳게 믿는 일을
마치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 양
생생하게 써라
바램도, 욕망도 다 버리면
꿈을 버리면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걸 다 벗어나서,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감정들이
사랑과, 정이
사람들의 마음이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면
나는 정말, 환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보이는 게 그대로 보이는 게
차갑고, 냉정하고, 혐오와 냉소만 판치는 세상만 보이게 되는데
과연 환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한없이 잘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그거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것마저 내려놓으면
그런 자존심마저, 내려놓으면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를 냉정하게 보고
채찍찔하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나를 보면
과연 그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