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by 김케빈

이뤄질리 만무한 환상적인 이상향을 상상하라.

일어날 리 없다고 굳게 믿는 일을

마치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 양

생생하게 써라


바램도, 욕망도 다 버리면

꿈을 버리면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걸 다 벗어나서,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감정들이

사랑과, 정이

사람들의 마음이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면

나는 정말, 환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보이는 게 그대로 보이는 게

차갑고, 냉정하고, 혐오와 냉소만 판치는 세상만 보이게 되는데

과연 환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한없이 잘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그거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것마저 내려놓으면

그런 자존심마저, 내려놓으면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를 냉정하게 보고

채찍찔하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나를 보면

과연 그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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