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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케빈 May 06. 2022

웹소설은 소금물이다

내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 

어제 하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소설만 봤다.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랑, 판타지 소설을 봤다.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고, 등장인물도 개성있는 인물들이 나오고 해서

밖에 나가고 싶은 동시에 밖은 나가기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인 나에게는

참으로 고통과,  달콤함이  함께하는 이상한  휴식의 날이었다.


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했지만

계속  소설을 붙잡고 보고 싶지는 않아서 

계속 글을 보다보니, 어느 새  수백 편씩 쌓인 소설 대신

뒤로  결말을 보게 되었고,  결말을 보자마자 느끼는 건


이해할 수 없거나,  허탈감이 들었다.

무슨 주인공이 터무니없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서 

밸런스를 말아먹고 있다던가,  

주인공의 처음 당당하던 매력은 어디가고, 

끌려다닌다거나, 그랬으니까 


그래서 재미는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느끼는 갈증은 채워줄 수가 없었다. 


마치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과 같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소설을 썼을 때가


이렇게 독자로써 글을 읽기만 하면

어느샌가  차올라있는  갈증에 

소설을 쓰고 있었다. 


더  넓은 세계관,  더 매력적인 캐릭터.

그러니까, 캐릭터라고 하기보다는  

정말 사람같은 캐릭터이자, 조금은 더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돌아보면, 캐릭터보다는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에

더 관심이 많았던 작가인 것 같다.


판타지를 보다가 부족한 면이 있으면 SF적인 면을 끌어왔고

판타지에 현대 대학교 감성을 집어넣기 위해

가상현실의 방식을 채용했다.  


긴장감을 넣기 위해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바꾸었고,

세계관이 너무 광대하고 커지는 것- 정확히는 주인공이 신적인 존재가 되어서 

다 쓸어먹는 대신, 주인공이 재능은 있지만, 정신적으로 유리멘탈이어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에 기대고 기대면서 힘을 내고 

함께 나아가는 쪽으로 스토리를 짰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1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이면서도 

다양한 세계관이라는 게 없어서 


나는 여러가지가 짬뽕된 세계관에 캐릭터를 집어넣고, 현실의 요소, 

그 중 풋풋하고  아름다운 요소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이것저것  많이도  넣었고,  많이도 엎어보았다.  


나는 대학교 신입생 혹은 저학년의  걱정없고,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면서  성장하는 그런 모습도  그려보았고,

그것보다 어린 미성년의 모습도,

그리고  아직 사회인은 아니지만, 대학생의 끝에 있는 모습도 그려보았다. 


무언가 세상의 때가 타지 않았을 때에는 여유롭게 이세계에서 여행  다니는 모습이 그려졌지만

음,  세상의 때가  타기 시작하고부터는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성장하고 성공하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쓰여졌다.


내가 처음으로 출판한 책은 마지막의 경우고,

나는 많은 것을 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넣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되지 않았다. 


광대하게 책을 쓰는 것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세계관이 작아도,  일단은 못써도 결과는 내고 나서 

살을 붙이는  쪽으로 마음이 갔다.


내가  생활이 안정이 되어서

그러니까,  건강도 되찾고,

재정적으로도 숨돌릴 여유가 생겨서,  

마음이  예전처럼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워지면

탄탄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날은 언제  올지 모르니,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그런 여유를 찾기는 힘드니,  


무언가 소설을 쓰려고 하면,

일단은 어떻게든 끝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압박과

짐이 되어 쓰기 싫다는 압박


그리고 이렇게 쓴  소설을  누가 알아줄까,하는 한숨

(이래서 인터넷 어딘가에라도 공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말이 맞긴  한 거 같다.)

조금은 힘들겠지만,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알아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소설이던 뭐던  써서  공개로 올리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 같다.


내가 내 소설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하면서 

그러고 싶지만...

그런 사람이 너무 적고,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나도 급하게 쓴 소설이라서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입만 뻐끔이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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