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에 묻혀살던 나
10년 정도 전에 소설을 썼다가 그만둔 이후, 다시 소설을 써 보고 싶어서 큰 맘을 먹고서 1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4시간 가량을 시간동안 소설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들었다.
소설을 쓰는 수업을 받고나서 한 달 정도 걸려서 10편 정도 되는 자서전적 성격의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을 네이버에서 완결을 짓고, 몇달 뒤 뒤에, 전자책으로 13권 분량의 판타지 소설책을 완결을 지었다.
일단 어떻게든 빨리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완결을 내 보고 싶었다.
시작은 손이나 풀자는 식으로 시작을 했던 책이었다.
쓰면서도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었고, 어떤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쓰다가 보니 소설쓰기 클래스에 배웠던 거는 까먹고 막 책을 써서 완결을 지었다.
완결을 낸 이후, 자책감이 몰려왔다. 매력적으로 만든 캐릭터를 이상하게 망가뜨린 것 같아서, 10년 전에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던 캐릭터와 세계관을 망가뜨린 것 같아서 슬펐다.
다시 보기가 싫었다.
일부 괜찮은 부분은 있었다.
그래도 뒤도 돌아보기가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이가 한살한살 먹기 시작하자, 자꾸 팍팍한 현실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는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될까봐,
왠지,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그렇게 지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였다.
저급해도 좋으니, 하루안에 책을 써 내자.
하루안에 책을 써 내자.
그렇게 해서 하루만에 책을 써 내긴 했었다.
하지만 차마 내용을 쳐다보기조차 싫었다.
내가 바란게 이거였나 싶었다.
고치고 개선하라고?
쓴 걸 보면 괜찮은 것도 있었지만
집어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짜증이 났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책을 빨리 쓰는
책 쓰는 기계가 되기를 원하질 않았는데
책을 빨리 쓰니까
그걸 보고서 박수를 치면서 책을 빨리 쓰는 방법을 가지고
강의를 하자고 하고 앉아 있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자기 작품을 쳐다보기조차 싫게 써 버렸다.
진짜 쓰고싶은 작품은 실력을 좀 더 기르면
좀 더 책을 많이 써서
많은 양을 써서 내공이 쌓이면
그 때 써야지
이러다가
아니야, 지금 써 보자 하면
쓰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대충 썼다고 생각하고,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그렇게 말했다.
차마 책을 빨리 쓰는 걸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고함을 못치니까
자식같은 작품에게
욕을 한 거다.
하, 욕할 데가 없어서 자기 분신에게 욕을 하다니.
정작 욕을 먹어야 할 대상은 안주와 고집, 아집을 지키고 있는
가짜인 '나' 가 아닌가.
그 사람들에게는 왜 말을 못했는가.
못한다고.
알리가 없었을 테지. 자기를 돌아보기 전까지는
내가 불안에 떨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으니까.
그 때 왜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집필 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는 잊고
지금은 멍청하게, 아무것도 익히고 배우지 않으면서
과거에 그렇게 좋은 필력을 가지고 썼던 나 자신을 맹비난하고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부족했던 면을 꼬집어내기에 열을 올리고
아는 척 하는 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내 현 주소였으니까.
밤새 글을 쓰고, 7번씩 퇴고를 하고, 고민을 하고,
누가 가르쳐주는 것 하나도 없는데도 독학으로
플롯, 시나리오 쓰는 방법을 배워서
대학교 동아리에서 남에게 가르치기까지 하면서
글을 썼다.
다른 소설을 보면서 묘사나 표현법을 주의깊게 보는 건 기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비평이나 하고 흠이나 잡고 평가하면서, 내가 쓴 소설을 보고서 한숨을 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돈을 주고 배워놓고서는, 심지어 그걸로 책을 써서 인세를 받고 글 쓰는 방법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고 해 놓고서는 그 때보다 더 축 늘어져 있었다.
더 웅크리고만 있었다.
내가 열심히 사는 것처럼 안보이면 어떡하지.
남이, 남이, 남이, 나를 이렇게, 저렇게 보면 어떡하지.
토가 나왔다.
정작 나는 책을 쓴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강의를 준비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고싶은 것, 적성, 돈
이렇게 직업에 세 가지 요소가 있고
성공을 하려면, 특히 행복한 성공을 하려면 하고싶은 것, 적성, 그다음이 돈 순이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어느순간 책 권수를 늘려서 돈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될리가 없다.
기본적으로 나 스스로가 불행해져서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막연하게 많이 쓰면 되겠지 하면서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이런 건 하나도 보지 않고
내가 과거에 좀 잘 나갔으니까
지금도 잘 나가겠지, 하는 착각 속에 빠져서 살았다.
많이 깨져야 한다고, 그랬었던가.
잘났다고 고개를 쳐들었던 내가 틀리고 남이 그렇게 한 말이 맞아들어갈 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내가 참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