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듯”

-낮선 곳에서 만난 정겨움

by 북돌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듯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 이미경, 『마음을 두고 온 곳』


비행기를 몇 시간이나 타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 도착했을 때.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표정조차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순간.


하지만 골목을 걷다 문득 마주친 작은 가게 하나.
빼곡하게 걸린 과자 봉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과일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꿰매던 노부부.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내가 알던 할머니 가게,
동네 슈퍼,
그리고 아주 오래전 엄마 손을 붙잡고 갔던 그 구멍가게.


단 하나의 말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 가게 안에는 분명 '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바람 막아주는 나무 한 그루처럼.
세상의 구멍가게들은 그런 존재였다.


나는 그날 이후,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구멍가게를 먼저 찾는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속엔 사람의 온기와 시간이 고요히 쌓여 있으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르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당신은,
낯선 곳에서 어떤 익숙함을 만나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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