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하고 이를 실행한다. 1월 1일 - 어쩌면 1년을 시작하는 하루이니 그 어느날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서이지 않을까. 나도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고자하는 일이 있다. 바로 책장정리다. 나는 책장을 나의 또다른 뇌라고 생각한다. 책장이 또다른 내가 되어서 정리를 잘해두면 한달 혹은 한 해를 보내면서 내 생각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기억나는 책, 읽고 싶단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읽지 못한 책, 다시 읽고 싶은 책, 내용을 내가 새겨서 실천하고 싶은 책 등 이렇게 눈 앞에 나의 생각을 가시화하는 데에 책장정리는 도움이 많이 된다.
2014년 처음 독립을 했을 때는 책장이 아니라 책꽂이에 몇권정도였다. 원룸에 살기도 했고 책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본가에서 책을 가져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덕후가 별 수 있나, 책상이 생기고 그 책상 아래에 처음으로 책장을 만들기 시작한 날부터 조금씩 쌓이더니 이제는 한동안 이사는 안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많아졌다.
책이 늘고 책장을 정리할 때마다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한다. 책이 나에게 오는 순간은 다양하지만 결국 나의 호감, 호기심, 필요라는 나의 선택과 연결이 되기에 나와 연관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나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책을 보다보면 그게 잘 보인다. 가시화가 되기 때문이다. 한창 영어공부를 할 때는 영어에 도움될 만한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생각을 바꾸고 싶은 순간엔 생각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책이 궁금했고, 어머니가 조현병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뇌과학 및 의학서적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부분,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들과 연관된 책을 내가 고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의 취향이 견고해지는데도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사고싶다는 생각으로 사면 집이 도서관이 되어야할 판이기에 나는 책을 살 때 그 책의 소개나 추천을 듣고 3번이상 마음에 들면 그 때 구매를 고려한다. 그렇게되니 실패할 확률도 적지만 책을 읽고나서 정말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때나 책을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렇게 취향들을 모은 책장은 보이지 않는 내생각과 마음을 엿볼 때 참 도움이 된다. (그래서 책정리를 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보려고)
1월 1일, 송구영신예배 후 늦게 잠들어 점심쯤 시작한 하루. 그 시작은 책장정리였다. 그동안 바닥에 쌓기만 하고 정리하지 못한 책들까지 있어서 더더욱 정리할 책이 많았는데 이 기회에 해야지하고 책장을 정리했다. 보통 분야별로 책을 정리해두고 꺼내읽는 편이였는데, 최근 3년전부터는 내가 설정한 테마별로 책을 정리해두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기엔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책이지만 내가 보기엔 같은 이유로 선정한 책이라 나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2022년의 시작과 함께 책장을 정리하면서 정말 놀랐다. 2021년 개인적으로 일들이 많았고, 스스로 변화가 많았다고 느낀 해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게 변했을까라고 표현하면 쉽지 않았는데 책장정리를 하면서 나의 중점사항 자체가 바뀌었다는 걸 발견했다.생각보다 많은 책의 배치가 바꾸었고 이전에는 없던 분야의 책들을 내 눈높이에 두기 시작했다. 내가 변해간다는 걸 내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엔 책장정리가 정말 오래걸렸는데 요즘은 1-2시간정도면 한다. 그만큼 나의 취향도, 생각도 견고해지고 있구나 싶다.
18칸의 책장, 한칸마다 무엇을 중점을 둘지, 무엇을 더욱 배우고 채울지, 무엇을 놓치지 않고 싶은지에 맞게 정리를 한다. (최근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 이제는 18칸을 넘기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앞으로 많은 책들이 또 나에게 오겠지만 책장에 있는 책은 딱 이만큼만 유지할 예정이다. 책장에 꽂히지 않는 책들은 두가지로 분리한다. '이제는 떠나보낼 책', '한번 더 읽고 떠나보낼 책'으로.)
책장을 정리할 때, 눈높이에 맞는 책장엔 나의 우선순위에 맞는 책을 배치한다. 그러면서 그간 읽었던 책에서 내가 받은 느낌과 생각들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둘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털어내고, 생각을 더하고, 생각을 빼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같은 책이라도 주변에 어떤 책이 있느냐에 따라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를 보는 사람의 생각도 바꿀 수 있다. 책덕후인 나는 책장을 자주 보기에 그런 나를 이용한다. 책장의 책제목만 봐도 지금 내가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만들어둔거다. 제목들을 쭉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고 각 책에서 느꼈던 생각과 마음, 다짐들을 다시 새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려고 한다. A라는 분야의 책이 그 분야만 도움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하는 하나의 행동에도 내가 담긴다는 걸 느껴서인지 2022년 책장정리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올해는 내 책장에 담긴 책을 한번 더 깊게 사유하면서 매 순간에 써먹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