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글쓰기 챌린지
5월 한달간 '새싹챌린지'에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보려 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주제로 글쓰기 리프레시를 해보고자 해요.
나는 사실 생일을 어릴 때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엄마도 바빠서 용돈을 주면서 친구들하고 먹고 오라고하고 엄마가 내 생일을 까먹기 일쑤였고 3월이 생일이다보니 학기마다 아직 서먹한 친구들에게 생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기도 했다. 아빠는 내 생일을 기억도 하지 않았고 초등학교 때 아빠가 처음으로 기억하고 보내준 생일케이크를 먹고 내 생애 첫 장염에 걸려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생크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러다보니 그냥 내가 태어난 날일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친구들의 마음이 그저 고마웠다. 그렇게 학교 다닐때는 생일엔 늘 밖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들어가곤 했다. 집에선 내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날이 허다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조용히 혼자 보낸 생일도 꽤 많다. 뭐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니까하면서 말이다.
그런 내게 생일의 의미가 바뀌기 시작한 건 몇년 전부터였다. 생일이 이렇게 기쁜거였구나, 의미가 있구나 내가 존재함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날이라는 걸 말이다.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준 건 사실이였다.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가졌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정함을 전하려고했다. 표현을 잘 못하는 내가 어떻게든 표현하고자 했고 편견없이 그대로 보려고 정말 노력을 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 시간들이 쌓여서 일까.
몇년전 생일부터 우리 회사분들이 이렇게 부른다 '생일주간'. 2023년 내 생일엔 그 기간을 늘려주셨다. '생일월간'을 보낸다고. 내가 살던 집이 택배를 받기가 애매해서 회사로 모든 택배를 받곤 했는데 생일선물들이 택배로 오는데 끝없이 오는 선물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놀란 적이 있다. 사실 나도 놀랐다. 몇년전부터 내가 축하로 받는 선물의 갯수가 100개를 훌쩍 넘는 걸 보면서. 생일 쯤엔 얼굴을 보자며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늘었다. 단순히 사회적 관계로 '축하한다'라는 말이 아니라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말들이 와서 울컥할 때가 있다.
제일 먼저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서
2일전에 생일선물을 보내주는 분
나의 생활을 잘 보고있다가
그에 필요한 것들을 보내주는 사람들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삶에 나타나줘서 고맙다는 사람들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마음을 주고 받는 사람이 많은 건 전혀 다른 일이였다. 핸드폰에 아는 사람이 3천명이 넘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나 생일파티 하나도 어떤 날에는 생략을 하며 지나갔다. 케이크가 없던 생일도 있었다. 나조차도 그 날이 되어서야 '아, 나 오늘 생일이구나'를 안 적도 있다.
생일이라는 날의 의미의 변화는 '나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더 견고히 한다.
숫자가 아니라 진짜 관계가 필요하다는 걸.
누군가가 몇일전부터 생일선물 뭐받고 싶은지를 물어봐준다. 누군가가 나를 시간을 내서 생각해준다. 누군가가 시간을 내서 선물을 골라준다. 누군가가 나의 하루를 응원하고 축복해준다. 이 일들이 결코 사소하고 가볍지 않음을 안다. 마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
1년 중 하루 그저 존재하는 날이 아니라, 이 날을 통해 나는 사랑을 배우고 다정함을 배운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 덕에 조금씩 더 성장하고 자라나는 중이다. 힘들고 혼자였던 시간들이 별거 아닌듯 내 생일에 저 생일입니다하고 사랑받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누군가의 생일에 더 크게 돌려주고자 한다. 당연한 날이 아니라 존재함을 응원하고 삶에 나타나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로 말이다.
그러다보면 그 하루덕에 1년내내 내가 생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어느날도 오지 않을까. 하루가, 생일주간이 되고, 생일월간이 되어간 것처럼 생일년간으로 보내는 날을 상상해본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날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좋은 일이 많으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늘 나 생일인가?
나는 읽고 쓴다.
나는 듣고 쓴다.
나는 보고 쓴다.
나는 생각하고 쓴다.
나는 쓰므로 또 읽고, 듣고, 보고, 생각한다.
다재다능르코,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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